Slint의 <Spiderland>
포스트록 장르의 '창시자'이자 1세대 밴드인 Slint. 일반적인 펑크 음악에 대한 반항에서 시작된 기괴한 사운드의 주인공들이자 좌절감을 신선한 사운드로 맞바꾼 베테랑들이다. 켄터키주 루이빌 중심의 4인조 밴드인 이들은 11살 때부터 음악을 시작하며ㅡLanguid and Flaccid부터 시작해 Squirrel Bait까지ㅡ1987년, Big Black의 Albini와 <Tweez>를 녹음하며 선형적이고 단순한 패턴을 늘어뜨렸다. Brian McMahan (기타), Todd Brashear(베이스), David Pajo (기타), Britt Walford (드럼)로 구성된 Slint는 <Spiderland> 발매 전 갑작스레 해체되었다. 솔로 프로젝트ㅡMcMahan은 For Carnation, Watter를 결성하고 Pajo는 Sterelab이나 Yeah Yeah Yeahs와 협업했다ㅡ포함 2005년~2013년 산발적인 헤드라인 및 투어 일정이 있었으나 재결합 없이 역사에 남게 되었다. Slint는 분명 Mogwai와 Godspeedyou! Blackemperor와 같은 2세대 포스트록 밴드에 영향력을 주며 다시금 주목을 받았고, Bob Weston을 통해리마스터링되어 팬들을 반겼다.
<Spiderland>(1991)는 Nirvana의 당시 Nirvana의 등장 못지않게 펑크록의 규범을 무시하고 도발적으로 맞서는 앨범이다. Pajo는 "하드코어의 단도직입적인 면을 살리되 정면으로 부딪히지 않기를 원했다"며 "불편하게 느껴지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한 바(<theguardian>), Lance Bangs를 통해 2014년에 개봉한 <Breadcrumb Trail>와 동명의 트랙인 'Breadcrumb Trail'을 듣게 되면 바로 알 수 있다. "빙글빙글 돌아서 내 머리도 돌기 시작했어, 난 소리를 지르곤 하늘에서 친구를 찾으려 했지, 그 점쟁이가 내 뒤에서 소리 지르는 게 들렸어, 우린 손을 내밀고선 바람을 느꼈어." 곡에서 7/4에서 시작해 12/8이나 15/8, 이후 4/4-6/4 박자로 넘어가는 방식은 매스 록을 재구성했던 것인데, 여기에 일렉기타의 리프를 얹어 신경을 긁는 파음을 형성해 복잡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더한다. 1922년 무성영화 <Nosferatu>를 각색한 두 번째 트랙인 'Nosferatu Man'의 스네어 드럼 비트에서 잘 느낄 수 있듯이 불안정하고 불규칙해서 의도적인 연습 도중에 마치 고의적으로 테크닉을 붕괴시킨 세션처럼 느껴진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서사적인 스토리 전개나 인스트루멘탈 트랙 'Washer'는 상당히 건조하다. 인디애나주의 버려진 채석장 옆 호수에서 수영하는 네 명의 남자들은 야생적이기도 하지만, 흑백 커버로 침침하고 음흉함을 더하게 된다. 이들이 십 대이자 어른이 되기 전후임을 감안해도 그렇고 (밴드명도 어릴 적 Walford의 메기 이름에서 유래했다) Slint는 프로듀서를 교체하고 Brian Paulson의 지휘 하 위협적이고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믹싱테이프를 녹음해 <Spiderland>를 완성했다. 마돈나의 애너그램인 'Don, Aman'은 레이먼드 카버의 간결한 문체와 사뮈엘 배케트의 소설처럼 영문을 알 수 없는 부조리함을 간직한 고독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밴드의 친구였던 Noel Saltzman이 수영장 청소 아르바이트에서 마주친 창고 사방에 널린 거미들도 커버가 반영되었는데, 단음표의 기타는 독으로 상대를 마비시키기 위해 조용하지만 위협적으로 사냥감에 접근하는 거미처럼 청취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한다.
'Washer'와 'Good Morning Captain'일 것이고 역시 가장 매력적인 트랙이라고 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 8분 49초에 달하는 대장정을 단순한 기타와 심벌즈로 시작한다. "잘 자요, 내 사랑, 잠에 들 때 날 기억해 줘요. 주머니를 먼지와 기억으로 채워요, 그건 제 신발에서 나오죠." 단조로운 기악 구성과 편곡은 <Tweez>와 비슷하게 하나의 패턴을 따라가는 듯하지만 단순히 가사를 읊는 소극적인 보컬과 폭력적인 아웃트로의 디스토션 때문에 잘 와닿는다. 특히 'Good Morning Captain'에 대해 McMahan은 "곡이 동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지만 '미안해, 보고 싶어'와 같은 가사는 루이빌에 있는 동생을 남겨두고 떠나는 말"이라며 성인이 되면서 얻는 불안감을 난파선이 되어 홀로 살아남은 한 선장과 잇는다. (위 참조) 확실히 리프와 드럼 비트의 화음 구조는 아웃트로에 일체의 리허설 없이 괴음과 비명으로 이어지는데, McMahan은 후폭풍이 남았는지 녹음이 끝난 다음 날 아침에는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Touch and Go 레이블과 계약을 했기에 엄중한 시기이기도 했지만 고속도로에서 한 운전자를 돕다가 차량에 치이는 사고로 스트레스에 짓눌렸던 적이 있다고 한다. 장대하면서도 Slint의 신선하고 독특한 특성을 가장 잘 살린 트랙이다.
1. Breadcrumb Trail
2. Nosferatu Man
3. Don, Aman
4. Washer
5. For Dinner...
6. Good Morning, Capt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