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CARPE INDIEM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 harmon Nov 01. 2023

사유 아래로 침잠하는 키네틱 노트

[리뷰] 도터의 [Stereo Mind Game]

 엘레나 톤라(Elena Tonra)와 아이거 헤펠리(Igor Haefeli), 레미 아귈레라(Remi Aguilella)로 이루어진 인디 포크 밴드 도터(Daughter)가 7년 만에 인디 신의 문을 두드렸다. 더 이상 런던에서만 활동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레미는 오레건주 포틀랜드로 이동했고, 아이거도 브리스톨로 옮겼다ㅡ신보 <Stereo Mind Game>를 데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밴쿠버, 워싱턴 등 세계 곳곳에서 작업하며 팬데믹의 특수성을 극복하려 했다. 프로듀싱도 전작과 사뭇 달리 아이거와 엘레나가 자체적으로 맡아서 해결했다. "세세한 것 하나까지도 헤아렸어요. 방에 함께 있으면서 즉각적으로 작업을 하는 것과 반대로 마치 편지를 쓸 때 훑어보면서 실수한 부분을 고치고 숙고하는 것처럼 말이죠." (<애플뮤직>)


 첫 번째 트랙인 'Intro'에서는 전자음이 섞인 오케스트레이션을 구성하고 있고, 바로 디졸브되는 리드 싱글 'Be On Your Way'에서는 엘레나가 캘리포니아에서 만났던 로맨틱한 인물과 과거를 반복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좀체 정의할 수 없는 시간의 파사주를 거니는 듯하다. "앞날의 계획은 절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야 / 우리가 간직한 평생의 꿈은 얽매인 게 아니지 / 계획이 바뀐다면 다른 행성에서 널 만날게." 시간의 변화가 삼라만상에 적용되듯 'Dandelion'에서도 형언하기 힘든 관계를 다년생초의 생성과 소멸을 엮어 차분하게 읊조린다.

  조세핀 스테판손(Josephine Stephenson)의 관현악 구성과 금관악기가 특징인 'Neptune', 리샘플링한 엘레나의 보컬과 아이거의 합창으로 초현실적인 정경을 펼쳐 보이는 'Swim Back'도 좋다. 이후에 남는 청각적 착시의 여운은 'Future Lover'로도 이어져 청자를 환각 상태에 노출시킨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달콤한 사랑의 말이 들렸지." 공간을 유영하는 듯한 엘레나의 무의식은 인터루드인 '(Missed Calls)'에 도달하고, 친구와 조카의 왜곡된 보이스메모가 담긴 과거의 파편을 끌어당긴다. 마지막 트랙 'Wish I Could Cross the Sea'에서는 피아노와 첼로를 덧붙여 웅장하면서 동시에 차분한 인상을 남긴다.


 도터는 포크 록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앨범 곳곳에 앰비언트 요소를 질료로 삼아 입체적인 사운드스케이프를 직조해 냈다. 데뷔 앨범 <If You Leave>부터서 베이스와 리프로 레이어를 쌓아 올려서 몽환감을 연출해 냈지만, 이번에는 보이스메모와 관현악 편성을 더해 이질감 있는 리듬감을 파생시켰다는 특징이 있다. 감흥하기엔 44분이 짧게만 느껴진다. 템포에 맞춰 천천히 삶을 반추할 수 있는 묘한 에너지를 풍긴다.

매거진의 이전글 노이즈가 마구 뒤섞인 다채로운 팔레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