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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harmon Jan 07. 2024

시대에 응답하는 인디 포크계의 기린아들

[리뷰] 보이지니어스의 [The Record]

  루시 다커스(Lucy Dacus), 줄리안 베이커(Julien Baker), 피비 브리저스(Phoebe Bridgers)로 이루어진 트리오 그룹 보이지니어스(boygenius)의 데뷔 EP가 벌써 5년 전이다. 70년대 포크 슈퍼그룹 크로스비, 스틸스, 내시 & 영을 오마주하여 평단의 눈도장을 찍은 루키들은 팬데믹 동안 제각각 솔로 앨범(<Home Video>, <Little Oblivions>, <Punisher>)작업하거나 투어에 전념했다. 이후 말리부의 스튜디오에서 공동 프로듀서 캐서린 마크스(Catherine Marks)와 비밀리에 작업했고, 94년 <롤링 스톤>에 실린 너바나의 화보를 되살리거나 2023 코첼라의 무대 라인업으로 선발되는 등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그렇게 보니 기성밴드에 대한 애착을 위트 있게 표현한다. 'Cool About It'은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Boxer'를 오프닝 멜로디로 참작하고 있고, 'Leonard Cohen'은 전설적인 싱어송라이터 레너드 코헨이 부른 'Anthem'의 구절을 인용하여 경의를 표하고 있다. 단언컨대 트리오의 웅대함이 넘치는 'Not Strong Enough'는 쉐릴 크로의 'Strong Enough'에서 영감을 받은 하이엔드 트랙이다. 클라이맥스를 향해 고조되는 영민한 후렴구 역시 걸출하나, 끈덕진 자기의심과 참담한 자기연민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천사가 될 순 있어도 신이 될 순 없어."


 데뷔 EP <boygenius>와의 교차점이 눈에 들어온다. 조화로운 아카펠라가 일품인 오프닝 트랙 'Without You Without Them'은 'Ketchum, ID'와 견줄 만하고, 각자의 개성이 뚜렷이 반영된 세 리드 싱글은 마치 과거의 트랙ㅡ'Stay Down, 'Me & My Dog', 'Bite the Hand'ㅡ을 스튜디오에 들고 것만 같다. 줄리안 베이커의 펑키하고 혼잡한 '$20', 피비 브리저스의 왜곡된 음울함이 깊게 배인 'Emily I'm Sorry', 루시 다커스의 진한 음색이 담긴 'True Blue'는 유기적으로 조직되어 상생한다. 실제로 세 곡을 엮어 쇼트 필름으로 제작하기까지 했다.



 동일 선상에서 멤버들은 번갈아 가며 감정을 질감 있게 조립해 낸다. 'We're In Love'에서 루시 다커스는 애수 어린 목소리로 밴드에 대한 우정을 어루만진다. "삶을 다시 써 내려간다고 한다면 / 계속 네 옆에 있어도 될까?" 줄리안 베이커의 'Anti-Course' 역시 사랑에 인색한 마음을 제쳐놓고 마음의 빗장을 열어젖힌다. "말을 남겨 / 여태껏 들어봤던 최악의 사랑 노래에 / 낯선 철자들을 살피며." 피비 브리저스의 'Letter To An Old Poet'은 불완전한 감정과 인간관계를 얼버무리는 미완성의 편지로써 숨이 멎을 것만 같은 아웃트로로 끝맺는다.


 <롤링스톤> 롭 셰필드는 "멤버 각자의 스타일을 재결합하여 곡마다 서로 다른 케미가 돋보였고, 웬만한 슈퍼그룹이란 클리셰를 초월하였다"고 말한다. 보이지니어스가 각별한 것은 시대의 요구에 따른 여성 밴드라는 점을 넘어 은미할지언정 인디 음악을 다음 세대로 견인할 인재들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에 대한 깊은 관심과 존중을 음악에 아로새기며, 한 치 앞도 모르는 길을 함께 전진해나가고 있다. 데뷔 앨범 <the record>는 제66회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상과 올해의 레코드상을 포함해 7개 부문의 후보로 올랐다.

1. Without You Without Them

2. $20

3. Emily I'm Sorry

4. True Blue

5. Cool About It

6. Not Strong Enough

7. Revolution 0

8. Leonard Cohen

9. Satanist

10. We're In Love

11. Anti-Curse

12. Letter To An Old Po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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