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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harmon Mar 19. 2024

소음공해가 아닌 소음공예

[리뷰] 웬즈데이의 [Rat Saw God]

광폭하고 요란하다. 2017년 칼리 하츠먼(Karly Hartzman)의 솔로 프로젝트로 시작된 밴드 웬즈데이(Wednesday)식 록 스피릿은 생소하며 두통을 유발할 지경으로 전염성이 있다. 이들은 멤버를 갖추고 [Twin Plagues](2021)로 주목을 받으며 데드 오션스 레이블로 옮긴 뒤 앨범 [Mowing the Leaves Instead of Piling 'Em Up](2022)를 발매한 적이 있다. 이는 빅 스타의 프런트맨 크리스 벨과 스매싱 펌킨스을 포함해 다수의 밴드곡을 커버한 것이다. 폭발하며 웅웅대는 기타와 베이스가 압권인 웬즈데이만의 '노이즈 록'은 [Rat Saw God]에서 하나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변질된 양 평론과 대중의 눈길을 잡아챘다.


[Rat Saw God]에는 목초지의 풀을 제초한 냄새를 맡거나 말벌에 쏘여 낄낄 웃어대고 아빠로부터 모형 로켓을 발사시키다가 목화밭을 불태웠던 비밀, 베스 카운티(Bath County)로 가는 와중 약에 중독된 사람을 마주친 목격담이 실려 있다. 그중 'TV in the Gas Pump'는 로드 무비를 연상케 하며, 미국 전역에 있는 파네라 브레드나 달러 제너럴의 주차장에서 있었던 일을 트랙으로 기록해 둔 것이다. "제이크는 스타벅스로 걸어 들어갔고 / 주유대 화면의 광고가 어둠 속에서 요란하게 울려대지." "누구의 이야기든 가치가 있다"며 "말 그대로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이야기는 써 내려갈 수 있다"라고 하츠먼이 말한 것처럼 앨범은 매주 수요일마다 방영하는 연속극의 시나리오이다. (<밴드캠프>)


심각해 보이는 일들을 희화화시키는 웬즈데이는 미국 남부에 위치한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쉬빌에서 앨범을 녹음하며 리스너들을 차례차례 쇼크시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웬즈데이>의 오싹함과는 거리가 멀 수 있지만, 린다 베리 작가의 소설집 <Cruddy>에서 영감을 받은 'Quarry'의 첫 번째 벌스에서 하츠먼은 말한다. '말라붙은 월계수 잎사귀의 끝에 부식된 주택이 있고 거기에 고약한 노인이 살고 있어 / 늙은 여자는 채석장에서 발생한 여진의 충격으로 맞은편에 앉지 / 노인은 우리를 '슬픔에 무지한 못된 아이들'이라고 하지만 핼러윈 데이에 대용량 바를 나눠 줘." ' Got Shocked'에서는 동료가 앰프를 켜다가 회로의 배선 때문에 하츠먼이 5초가량 감전된 사건을 갈무리한다. (전작에 수록된 'Gary's'에서 언급되는 게리가 건물주로 있는 집에서 벌인 연습이다, 게리는 레이싱에 빠져 살다가 2022년 저세상으로 떠났다)

Credit: Charlie Boss

아니나 다를까 전부터 신경을 긁는 노이즈가 위태로운 에피소드를 석연치 않게 결집시킨다. 하이라이트 트랙 'Bull Believer'는 샨디 켈미스(Xandy Chelmis)의 랩 스틸 기타, 앨런 밀러(Alan Miller)의 드럼, 마르고 슐츠(Marog Schultz)의 베이스의 합작으로 완성되는 괴기파이다. 퍼즈의 굉음과 터지는 기타 리프는 코피를 흘리고 신년 파티에서 기절해 버린 사건을 불협화음으로 쏘아붙인다. 아웃트로에서는 11번씩이나 "그를 끝장내!"라는 가사를 어절에 맞춰 걷잡을 수 없는 외마디 비명으로 뒤바꾸어놓는다. 소름이 끼치는 괴성 속에서 애쉬빌의 기억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하츠먼이 정서적인 충격을 게워내는 걸 듣자니 언급되는 모탈 컴뱃(Mortal Combat)에서 K.O. 를 목전에 앞둔 심상이다.


인디고 드 수자, 스네일 메일, 왁사해치 등과 협업한 알렉스 파라르(Alex Farrar)의 프로듀싱에 힘입어 컨트리 록에 당도한다. 분위기 메이커 트랙 'Chosen to Deserve'는 도회지에서 벗어난 전원 풍경을 스케치하며 FM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것만 같은 MV만큼이나 호탕하다. 미국 교외 어딘가에서 다운타운으로 향하는 밴에 끼여 타고 듣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남부 고속도로의 성인용품점이 차창에 스치는 'Turkey Vultures'는 밴의 액셀을 밟기라도 하듯 템포를 끌어올린다.


웬즈데이는 90년대의 어느 록 밴드처럼 청각을 마비시키는 동시에 애쉬빌을 배경으로 파란만장한 경험을 귀띔해 주려는 속셈으로 가득하다. 하츠먼은 연인인 MJ 렌더맨과 주고받은 말을 떠올리거나 월계수 아래에서 몹쓸 짓을 했던 기억, 집안의 감춰진 비밀을 몇 트랙을 통해 마주한다. <베로니카 마스>처럼 그렇게 몰입되지 않는 드라마를 적당히 틀어놓고 6시간씩 바느질하는 그의 말과는 다르게 [Rat Saw God]은 '살아남은 것 자체가 운'이었다는 점에서 하츠먼의 보컬이 노이즈에 묻히는 건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1. Hot Rotten Grass Smell

2. Bull Believer
3. Got Shocked
4. Formula One
5. Chosen to Deserve
6. Bath County
7. Quarry
8. Turkey Vultures
9. What’s So Funny

10. TV in the Gas P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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