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차, 나만을 위한 목표
목표는 우리에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고, 그 길을 계속 걸어갈 힘을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작심삼일로 끝날지도 모르는 목표라도, 기회가 될 때마다 목표를 세우는지 모른다. 그래도 이왕이면 지속가능한 목표, 오래오래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목표이면 좋지 않을까. 지속가능한 목표가 갖춰야 할 조건에는 3가지가 있다.
첫째, 적당한 크기의 목표
둘째,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목표
셋째, 구체적인 언어나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목표
목표는 너무 커서도, 너무 작아서도 안된다. 목표가 너무 크면 작심삼일로 끝날 수 있다. 목표가 너무 작으면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나에게 적당한 크기의 목표는 어떻게 찾을까?
목표 찾기는 내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 같은 회사 제품이라고 해도 신발의 용도와 스타일에 따라 사이즈가 조금씩 다르다. 숫자만 보고 온라인으로 구매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매장에 가서 직접 신어 보고 구매하는 것이다.
나에게 맞는 목표를 정하려면 직접 시도해봐야 한다. 일단 목표를 정하고, 시도해 보자. 목표가 너무 커서 하루 이틀 해 보고 ‘힘들어서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크기를 줄이면 된다. 목표가 너무 작아서 시시하고 재미가 없으면 이번에는 크기를 좀 키워보면 된다.
작년에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1,2차에 합격하고 나서 한국어교육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나만의 목표를 세웠다.
토픽(외국인을 비롯한 한국어를 모어로 하지 않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능력시험)에 자주 나오는 문법을 카드뉴스로 만들어서 인스타에 올리기. 매일!
실제로 해보니 하루에 한 개는 벅찼다. 일주일에 한 개는 어떨까? 너무 쉬워서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았다. 나는 한 달 동안 카드뉴스를 만들어 보고 목표를 다시 정하기로 했다.
한 달 동안 내가 만들어 올린 카드뉴스는 7개. 일주일에 2개 정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실험 결과를 토대로 목표를 수정했다.
토픽에 자주 나오는 한국어 문법을 카드뉴스로 만들어서 인스타에 올리기. 최소 일주일에 3개!
나에게 맞는 목표는 내가 정하는 것이지 남이 정해줄 수 없다. 내가 정하지 않으면 남이 정해준 목표를 따라 살다가 진짜 나를 잃어버릴 수 있다. 그러니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목표의 크기를 조절해 보자. 그것이 내 삶에 대한 나의 주권을 되찾는 출발점이다.
적당한 크기의 목표를 발견했으니 이제는 하기만 하면 된다. 과연 그럴까? 마음먹은 대로 내 몸이 따라와 준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여기에 외부 조건까지 나를 도와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절대 녹록지 않다.
예를 들어, 건강을 위해서 매일 저녁 7시에 밖에 나가 30분씩 걷기로 했다고 치자. 목표는 좋은데 날씨가 좋지 않다. 날씨가 따뜻하면 미세먼지가 올라가고, 대기가 깨끗하면 찬바람이 불면서 기온이 뚝 떨어진다. 건강을 위해서 밀가루, 설탕, 식물성 경화유가 들어간 음식과 과자, 술 먹지 않기! 를 목표로 정했는데 오늘 저녁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 만남 장소는 다수의 의견을 따라 중화식당으로 정해졌다. 사정을 말하고 식당을 바꾸자고 해야 할까? 아니면 다른 핑계를 대고 약속을 취소해야 할까? 정말 고민이다.
목표를 정하고 한 발을 내디디기 전에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환경은 내 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완벽한 조건이란 없다. 그렇다고 목표를 포기하고 조건에 맞춰서 살라는 뜻은 아니다. 목표로 가는 길을 만들면 된다.
날씨 때문에 바깥 활동이 힘들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보면 된다. 집에서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몸을 움직이기만 해도 된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라면 계단 오르내리기를 할 수 있다. 건물 밑 지하주차장을 크게 몇 바퀴 도는 방법도 있다. 식단 관리 중 저녁 약속이 잡혔다면 과일, 야채, 해조류가 가득한 도시락을 싸서 약속 장소로 나가보자.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면 길은 있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길이 나에게 맞지 않다면 내가 길을 만들면 된다. 처음에는 내가 만든 길이 어색하고 불편하겠지만 계속 그 길을 걷다 보면 길이 다져져서 점점 더 편해질 것이다.
사람들은 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매해 운동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목표가 헐렁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빠져나갈 틈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 중 운동을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분이 큰 결심을 한 듯 말했다. “나도 운동 좀 해보려고 집 근처 헬스장에 등록했어. 그것도 6개월치를 한 번에 말이야.” 그분의 말과 행동에서 운동을 향한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사람은 헬스장에 가지 않았다.
집에서 헬스장까지 거리가 멀어서 못 갔을까? 그렇지 않다. 집에서 헬스장까지는 5분 내 거리에 있었다.
운동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약했을까? 그분의 말을 들어보면 운동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너무도 많고 확실했다. 운동을 하고자 하는 의지도 강했다.
그러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그분이 했던 말을 복기해 보자.
“나도 운동 좀 해보려고 집 근처 헬스장에 등록했어 “
헬스장에 가면 할 수 있는 운동이 많다. 트레드 밀 위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은 크게 3가지다. 걷기, 달리기, 걷기+달리기. 걷기라고 해서 다 같은 걷기가 아니다. 심박수 영역에 따라 쉬운 걷기, 워밍업 걷기, 유산소 걷기가 있다. 달리기는 더 다양하다. 심박수를 기준으로 나누면 유산소(123-140 bpm) 달리기, 한계치(141-157 bpm) 달리기, 최대(157 bpm <) 달리기가 있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페이스와 심박수와 시간을 조절해 가면서 달리기도 다양하게 해 볼 수 있다. 걷기만 하자니 지루하고, 달리기는 숨이 차서 싫다면 걷기와 달리기를 적절하게 섞어서 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걷기 2분, 달리기 1분을 한 세트로 해서 7세트 이상 하기. 20개 가까이 되는 운동 기구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중량 근육 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헬스장에 가서 열심히 운동하기? 이런 식으로 헐렁하게 목표를 잡으면 실패할 확률이 99.9%에 가깝다. 실패하지 않으려면 목표를 구체적인 언어나 숫자로 바꾸어서 측정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나라면 이렇게 목표를 적어볼 것 같다.
월-금, 점심을 가볍게 먹고 바로 헬스장으로 가기. 먼저, 트레드밀 위에서 30분 이상 걷거나 달리기(아니면 실내용 자전거 20분 타기). 이때, 심박수가 123 bpm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속도 조절하기. 마무리 운동으로 기구를 이용한 근육운동 10분-15분(등과 하체 중심으로)
내가 한 운동은 스마트폰에 깔린 ’ 피트니스‘앱이나 스마트 워치와 연동된 앱에 그대로 숫자로 찍힌다. 그래서 운동이 끝나고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앱에 나의 목표 소모 칼로리가(순전히 운동에 의한) 400Kcal로 설정되어 있어서 그날의 운동 기록을 보면서 나는 저녁 활동량을 결정한다. 목표 초과 달성으로 몸이 피곤하면 다음 날 운동 강도를 줄인다.
구체적인 언어와 숫자로 ‘나’를 기록하면서 나는 나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나를 잘 알게 된 뒤로 나에게 적당한 크기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수월해졌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 계속하다 보면 쉬워진다.
당신의 목표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다.
목표 달성 여부는 오직 당신에게 달려 있다.
당신의 목표는 측정 가능하다.
당신의 목표는 구체적이다.
당신의 목표는 자신과 맺은 계약이다.
‘딱_한 걸음의_힘’ 미리암 융게, 8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