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이리아 DayLia Feb 03. 2022

부동산 구매할 때 Cover Letter가 먹힐까?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자

수요일(2021년 6월 30일)에 공식적으로 멘드햄 하우스 계약을 파기한 뒤 레드핀을 뒤적뒤적거리면서 마켓에 나온 하우스 투어를 예약하기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집도 없고... 다들 over priced된 집들뿐...

허탈한 마음으로 레드핀 사이트를 휘적거리고 있는데 불현듯 든 생각.


'프린스턴에서는 맨해튼까지 급행으로 가는 열차가 있대요.'


알아봤더니 Princeton Junction(프린스턴 융티온/정션)에서 Penn역까지 55분 거리가 아닌가?! 아니, 이럴 수가!!!

부랴부랴 이 일대 지역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가격이 매우 합리적이다. 2,000sq가 넘는 집들이 500K도 안 하다니! 심 봤다!!!

물론 여기도 A+ 학군인 지역의 집 가격은 최소 650K지만 매달 3,000달러 이상을 월세로 지출하고 있는 우리 부부는 맨해튼 출퇴근이 1시간 내외인 이 지역이 급격히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우리의 예산에 어느 정도 맞고 학군이 B+ 이상인 지역(7년 후 팔 때를 대비해 가격이 안정적인 지역), 대지 면적이 크고 집 면적도 큰 그런 집. 가격이 420~470K인 집.

여러 동네가 있었는데 septic과 well, oil tank가 없는 집. 0.3 에이커 이상인 땅 크기. 너무 시골스럽지 않은 곳. 프린스턴 정션과 차로 10분 내외의 거리인 곳에 있는 집을 찾다 보니 몇 군데가 나왔다.

이곳은 뉴저지 윗동네와 달리 집이 팔리는 기간이 보통 2주 내외라고 한다. 우리가 보고 싶어 하던 집들이 전부 마켓에 나온 지 9일, 10일째 되던 집들이어서 조금 긴장을 했었는데(문제가 있을까 봐) 다행이었다.


토요일이 되었고 기존에 예약했던 집들 중 Parsippany-Troy Hills Twp을 오전 11시에, East Brunswick의 오픈 하우스 1시~3시, Hightstwon의 오픈하우스 1시~3시, East Windsor 2시 30분, Hightstwon 3시 이렇게 보기로 했다.

파시 패니 집에는 주인들이 있었는데(제일 싫은 유형. 집도 제대로 보기 힘들고 주인이 계속 따라다니거나 말을 걸거나 어디 한 부분에 앉아 있어서 그 부분은 보기 힘들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한 달 전에 급작스럽게 플로리다로 이사를 가기로 결심해서 내놓은 집이라 신다. 할머니께서 자랑스럽게 매일 청소하신다며 깨끗한 집이라고 하는데 천장에는 거미줄 투성이었고 지하실에는 고양이 똥을 안 치우셔서 냄새가 진동을 했었다. 게다가 쥐 똥도 여기저기에서 발견되었고...

이 집 때문에 남편이랑 처음으로 부부싸움할 뻔했다. 내 생각으로는 할머니가 얘기하실 때 남편이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나는 따로 집을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는 두 개의 오픈 하우스 미션이 있는데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할머니는 집과 전혀 관련되어 있지 않은 이야기, 자신의 고양이 이야기-소방서에서 버려진 차 안에서 발견된 고양이라는 극적인 스토리와는 별개로 2살밖에 안 된 고양이의 눈에는 온갖 눈곱이 범벅인 채로 병들어 보였다. 관리도 제대로 안 해주시면서 무슨 자랑을 그렇게... 게다가 나는 새로운 사람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으려면 적어도 5분 정도는 그 사람의 말투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웬 시간 낭비! 

특히 이번 주말은 독립기념일 주라서 차가 얼마나 막힐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단 말이다. 

그래서 할머니가 얘기를 하실 때마다 집안 곳곳을 살펴보면서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나중에 남편이 차에서 하는 말이 그 행동은 무례했다는 것이다. 나도 안다. 누가 얘기할 때 다른 행동을 하는 건 무례한 짓이라는 거. 하지만 그 할머니는 다시는 안 볼 사람이고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 제일 중요한 거 아닌가? 남편이 이야기를 들으며 맞장구를 쳐 주고 있을 때 나는 집안 상태를 잘 봤고 이미 마음을 정했었거든. 

밖에서부터 지붕을 전부 교체해야 한다는 것(최소 6,000달러), 창문 쪽에 물 흐른 자국부터 벽에 금이 가 있는 것 등등. 온갖 하자 다 고려해서 계산해 봤을 때 이 집 가격은 너무 over price거든. 하지만 이런 내 마음의 결정을 알 리가 없는 남편 입장에서는 불편했을 수 있다. 어쨌든 나로 인해 불쾌해진 할머니의 표정을 상대해야 하는 사람은 남편이니까. 

남편의 요지는 만약 나중에 그 집을 사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을 때 이미 마음이 상한 그 할머니는 우리에게 팔지 않을 것이니 혹시 모를 나중을 위해 예의를 갖추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그래도 변명을 해 보자면 나마저 경청해서 집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그 할머니의 이야기를 할머니의 호감을 사기 위해 듣고 있었다면 다른 오픈 하우스들을 볼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참고로 한국에 있는 가족들의 마인드셋도 나와 비슷하다는 거.

그래도 불쾌함을 감내했어야 했던 남편에게는 사과했다. 나로 인해 무안했을 테니까. 근데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할 것 같은... 아니, 그때는 더 신속하게 판단해서 남편을 끌고 나왔을지도(이게 더 무례한 행동일 수도 있지만).


파시 패니 집을 20분도 안 되어서 둘러본 우리는 바로 East Brunswick의 오픈 하우스를 보러 갔다. 집에 도착한 우리는 지붕의 상태를 먼저 체크. 사진상으로도 크게 좋아 보이지 않았었는데 막상 도착하니 더 별로였다. 제대로 설치가 안 되어 있다는 게 문제다. 집 공사를 하기 전에 정확히 어떻게 공사 과정이 이루어지는지, 완성된 모습은 어때야 하는지를 공부하고 공사를 맡겨야 한다. 안 그러면 돈은 돈대로 쓰고 엉망으로 공사된 집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정말 공사를 제대로 안 해 놓아서 더 엉망이 된 집들을 하우스 쇼핑을 하면서 많이 봐 왔다. 문제가 심각하다.

COVID 때문에 오픈 하우스마다 정책이 다른데 이 집은 한 팀씩만 집을 구경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밖에서 기다리면서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지(파운데이션에 금이 가 있는지 집 밖에서 체크) 확인하고 뒷마당을 살펴봤는데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가 집 옆에 딱 붙어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뒷마당은 너무 작고 엄청난 경사가 진 뒷마당이라 쓰기가 애매한 상태였다. 비록 펜스는 쳐져 있을 지라도 말이다. 나무뿌리를 보아하니 지하실 벽을 밀어서 지하실 벽에 금이 가 있을 거라고 추측될 정도로 거대한 나무였다.

여기에서 이미 마음이 상당히 뜬 우리는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생각에 문 밖에서 기다리는데 현관문 틈 사이로 벌이 들락날락하는 게 보였다.!!! 벌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나무로 만든 집이라서 안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벌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알 수도 없을뿐더러 안에 벌집으로 가득 차 있을 수도 있다.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차를 향해 간 우리는 다음 집으로 출발.


Hightstwon의 오픈하우스. 처음 가 보는 동네라서 차 안에서 두리번두리번거렸는데 꽤나 분위기가 좋아 보여서 안심이었다.

도착해서 기다리는데 여기저기 하자가 보인다. 그렇다. 실패의 쓰디쓴 경험은 우리에게 새로운 눈을 선물해 주었다. 집 외관에서부터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붕, 청소가 안 되어 무거워진 거터가 내려앉아 생기는 물길의 흔적(집 안의 누수 원인이 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거터가 끝나는 지점이 집의 지반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 전선을 고정해 주는 장치의 고장, 창틀의 썩음, 창틀 아래의 틈(누수의 원인) 등등.

안에 들어가 보니 집 상태는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으나 위층에 올라갔을 때, 아... 왜 마감을 이렇게? 싶었던 곳이 곳곳에 있었다. 심지어 방 한 개는 드라이월 없이 바로 페인트를 칠해 놨더라. 읭?

그래... 심미적 문제는 그냥 넘어가자 싶어서 지하실에 갔는데 카펫으로 엉성하게 덮어 놓은 바닥. 뭔가를 감지한 우리는 더더욱 꼼꼼히 살펴봤다. 지하실에서 Hookah(후카, 물담배)를 피워댔는지 냄새도 나는데 끝 쪽의 문을 열어보니 Sump Pump(썸 펌프)가 보였다. 여기는 홍수 지역이 아니니 있어도 나쁘지 않지. 그런데 썸 펌프 옆의 나무 합판에 물을 내 키만큼 쭉 빨아들였던 흔적이 있었다. 아... 물이 찬 상태로 한동안 물이 빠져나가지 않았었구나...

셀러 측 리얼터 말에 의하면 아직 오퍼가 하나도 안 들어왔으니 가격을 절충할 의향이 있단다. 아... 그래서 오픈 하우스를 열었구나?! 다음 집으로 출발.

 

East Windsor 하우스에 도착했는데 뭐지... 차고 문이 온통 흠집이 나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사이딩 플라스틱도 부서졌고 차고 문의 손상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옆집에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큰 남자가 잔디를 깎고 있었는데 물어보고 싶었지만 바빠 보였다. 우리 레드핀 에이전트와 함께 집 안으로 향했는데 지붕 상태를 본 나는 이 집의 상태를 대충 예상할 수 있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지붕 안 좋은 집 중에 내부가 좋은 집이 꽤나 드물다. 현관문 위의 지붕은 뭐가 문제인지 불룩하게 튀어나와 쳐져 있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집 안 상태도 많이 낡았었고 지하실에 내려가 보니 곰팡이 가득했다... 구석에는 쥐 똥도 한가득... 지하실에 곰팡이가 그 정도로 피었다면 문제가 없을 수 없다는 것. 바로 뒷마당으로 가 봤다. 마당에서 집을 봤는데 2층의 한 방의 창문이 깨져 있었다. 왜...?

그런데 더욱더 놀라운 것. 마당 한가운데 above ground pool이 있었는데 이 집이 매물로 나왔을 때 다른 건 몰라도 pool은 AS-IS로 사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과연... 안을 보니 수천 마리의 올챙이가 바글바글 거리고 있었다. 윽...(내심 사진을 찍어두지 않은 것을 후회 중)

여기까지.

2층을 둘러보지도 않고 다음 집으로 가겠다고 하니 에이전트는 좀 당황했는지, 진짜 확인 안 하고 갈 거냐고 몇 번 더 묻더니 확고한 우리의 대답에 알겠다고 하고 다음 집으로 가기 위해 나왔다.

그러고 밖으로 나왔는데 옆집 여자가 서성이시는 걸 본 남편. 나에게 차고 문이 왜 그렇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냐고 물어봤다. 내가 아주 궁금하다고 하니까 옆집 여자에게 바로 물어보기 시작. 옆집 남자도 와서 설명하기 시작. 이런 거 너무 좋다.ㅋ

알고 보니 이 집 아들이 하키를 하는데 차고 문에 대고 하키 연습을 했다는 거다. 그런데 보통 그런 경우에는 차고 문이나 벽에 보호대를 두르고 연습을 하는데 이 아들은 그냥 연습을 했던 것으로 보아 분노조절장애가 있었던 듯하다. 그러니 창문도 깨져 있지... 옆집 이웃들은 내심 그 집이 이사를 나가는 것에 기뻐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은근히 우리가 그 집으로 이사 갈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하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본 다른 Hightstown/East Windsor 하우스. 이 집은 사실 처음 레드핀에서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던 집이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집은 현재 우리 집이 되었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부터 너무 마음에 들어 계속 웃음이 지어졌던 그런 집이었다.

대략적인 집 정보는 침실 3개(하지만 방은 네 개다.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방 하나를 오피스로 활용하고 있었다고 한다. 마음만 먹으면 침실을 4개로 만들 수도 있다는 말!), 화장실 2.5개(손님용 화장실이 1층에 있어서 손님을 초대했을 때 너무 좋다), 집 크기는 2,000~2,100 평방피트, 땅 크기는 거의 0.5 에이커였다. cul-de-sac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집 앞에 차도 많이 안 다녔다(왜 사람들이 컬드색 노래를 부르는지 6개월 살아보니 알 것 같음). 동네 분위기가 너무 여유롭고, 시원하고, 사랑스러웠다. 집과 집 사이가 적당히 떨어져 있고, 앞마당이 넓고 길이 깨끗해서 그런 듯.

전 집주인(이 집에서 6년 거주)이 집 구조를 바꿀 정도의 리모델링을 해 놔서 기존의 집들과 다른 구조(높은 천장)나 벽의 색상(파스텔 계열인데 촌스럽지 않은 차분한 색감), 나무 바닥 재질(엔지니어드 우드 engineered hardwood)의 고급스러움, 멋진 카운터탑과 가스레인지 위의 진짜 벤트 후드(많은 곳에 벤트가 없거나 전자레인지 일체형 필터 후드가 달려 있는데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그게 너무 싫었다). 그 외에도 너무나도 예쁜 패티오와 텃밭을 꾸릴 수 있는 가든 베드, 탁 트인 뒷마당(빗물이 집에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집이 얕은 언덕 위에 있다), 거터를 통해 내려온 빗물을 모아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남은 물은 지하에 연결된 관을 통해 집에서 아주 멀리 빠져나가도록 만들어 놓은 점 등등. 집을 봤는데 전 집주인이 고친 부분은 하나하나 다 정석으로 잘해 놨고 미적으로도 예쁘게 해 놔서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 오버 비딩을 해야 해서 우리 예산을 생각했을 때 조금 비싸긴 하지만 우리 둘 다 꼭 이 집을 갖고 싶었다. 몇 달 전에 지붕을 새로 한 걸 보니 여기에서 오래 살 생각으로 6년 동안 큰돈을 들여 구조를 바꾸고 창문을 바꾸고 지하실 세탁기와 건조기를 1층으로 옮기고, 부엌을 리모델링했던 것 같은데 예상치 못하게 다른 주로 이사를 가게 되어 파는 것 같았다. 그래도 6년 전에 비하여 집값이 많이 올랐으니 그렇게 손해는 아니었을지도...


자, 어떻게 이 집을 가질 수 있을까? 얼마를 더 높게... 그렇다고 너무 비싸게 부를 수도 없었다. 이곳의 학군은 우리가 원하는 A+가 아니었으니까. 7년 후면 또 이사를 가야 하므로 너무 비싸게 사면 7년 후에 이사를 못 가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학군은 A-(초등학교 B+, 중학교 B-, 고등학교 A-)이다. 학군의 인종 비율은 히스패닉이 42.6%, 백인이 28.9%, 아시아인이 16.6%(우리가 익숙한 동아시아인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참고로 동네에서 나처럼 생긴 아시아인을 본 적이 없다), 흑인이 9.3%, 혼혈이 2.4%라고 한다. 그래도 옆동네 West Windsor나 Princeton은 학군도 아주 좋고 아시아인 비율도 높은 편인데(한국인이 많지는 않겠지만...ㅠ) 여기는 적어도 너무 적은 느낌...

그래도 집이 너무 마음에 드니까!!!(지금까지 너무 형편없는 집들만 봐 와서 앞뒤 볼 것 없이 고! 였던 것 같다_투자로 고려했다면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ㅠㅋ)

어쨌든 이 집을 갖고 싶어 안달이 났던 우리는 커버레터를 처음으로 써 보기로 했다.

커버레터 형식을 찾는데 다들 너무 형식적이거나 가족 소개라든지 사진이라든지... 에잉.

원어민인 남편에게 작성하라고 했더니 하... 역시 직업은 못 속인다. 너무 형식적으로 적기 시작한 지루한 편지...

스탑!!!

"스위티! 이건 러브레터나 다름없는 거라고! 이렇게 써서 집주인 마음이 움직이겠어?!"

당황한 남편은 도무지 뭐가 잘못된 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만 꿈뻑꿈뻑.

내가 말해 줄 테니 잘 받아 적고 어색한 표현만 고쳐다오!

타닥타닥.

여기에 전문을 붙이기는 그렇고, 들어간 내용만 대략 설명하자면...

참고로 편지는 두 페이지로 작성했다.(한 페이지에 글, 다른 한 페이지에 사진)


To 집주인 이름.

아주 간략한 자기소개(우리 이름, 우리는 결혼한 커플인데 생애 처음으로 집을 구매하는 사람들이야)

우리가 오늘 너희 집을 봤는데 단번에 푹 빠졌어. 내가 푹 빠진 다섯 가지 포인트를 설명해 줄게.


- 빗물 모음 시스템 - 환경을 생각하는 너희의 사려 깊음(이 표현으로 남편과 논쟁. 남편이 오글거린다며...)에 정말 감사해.

- 멋진 현관 뷰 - 높은 천장으로부터 너희 가족사진이 붙어 있는 벽을 보니 집에 들어가자마자 정말 따뜻하게 환영을 받고 있는 기분이었어.

- 고양이 전용 화장실 - 고양이 화장실 문을 보는 순간 엄청나게 기발하다는 생각과 함께 우리 집 두 고양이들에게 완벽한 집이라는 걸 깨달았어!

- 부엌의 큰 아일랜드와 큰 싱크 - 요리하기에 완벽해!

- 텃밭 - 뒷마당에서 가드닝 하는 게 예전부터 우리의 꿈이었어!


더 쓰고 싶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생략할게. 우리가 너희 집 얼마나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겠지?

모든 방에서부터 패티오까지 너희들이 얼마나 애정을 들여 가꿔 왔는지 느낄 수 있었어. 가족을 위한 완벽한 집이야! 우리도 곧 아이를 가질 예정이라 현재 너희 집에서의 우리의 미래를 너무 쉽게 그릴 수 있었어.

우리는 현재 고양이 두 마리와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고 있어. 너희 집에 갔을 때 침대 위에 느긋하게 누워 있던 너희 집 고양이를 만날 수 있었어. 정말 사랑스럽더라!

우리 집 고양이들은 둘 다 유기묘 출신이야. 하나는 한국에서 왔고 지금은 12살이야. 다른 아이는 지금 3개월이 되었고 뉴저지에서 입양했어. 얘네들이 너희 집 고양이 전용 화장실을 정말 좋아할 것 같아.

우리 강아지들은 너희 집 큰 뒷마당을 진짜 진짜 사랑할 거야. 신나게 뛰어놀겠지.

우리도 너희와 같은 정도의 애정으로 너희가 그래 왔듯이 그 집을 가꿔나가고 싶어. 


Kind regards,

우리의 이름.

+ 귀여운 우리 집 고양이 사진, 고양이와 강아지가 사이좋게 함께 찍은 사진, 강아지들이 웃고 있는 사진 총 6장


우리의 리얼터에게 커버레터 썼다고 했더니,

"리아~ 알잖아. 이런 거 요즘같이 미친 부동산 시장에서 안 통하는 거. 시간 낭비일 뿐일 거야. 하지만 너네가 썼다고 하니까 붙여는 줄게. 물론 아무 소용없겠지만~"

와... 정말 얄미웠다. 흥! 되든 안 되든 이 집을 엄청 갖고 싶으니까 우린 최선을 다할 거라고!

그렇게 오퍼를 리스트 된 가격보다 $39,000 높게 불러서 넣고, full apraisal waive에, partial inspection waive(집 상태가 너무 좋아서 메이저급 문제만 아니면 OK 조건으로 넣었다)에, 러브레터 커버레터를 밑에 붙인 오퍼 서류에 전자 서명을 해서 제출했다.


그리고 기다리면서 얼마나 긴장이 되던지...

며칠 후 우리의 얄미운 리얼터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엄청 기쁜 목소리로-

"리아!!! 커버레터가 통했나 봐!!! 어머, 웬일이야! 최근에 이런 경우 처음 봐!"

진짜로?

남편은 못 믿겠다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스위티가 맞았어...". 나는 환호성을 지르며 "거 봐! 나는 항상 맞아!!!" 승리(?)를 축하했다.

인터넷도, 리얼터도, 심지어 같이 편지를 남편마저 커버레터는 안 통할 거라고 부정적으로만 이야기를 해 왔던 터라 뭔가 묘하게 이긴(?) 기분이었다. 하하하.(남편은 기쁘면서도 평생 이걸로 책잡힐 거라고 묘하게 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지. 후후후)

사실 후일담이지만, 같은 가격에 다른 오퍼도 들어왔었는데 그 오퍼는 full apraisal waive, full inspection waive까지 있었다고 했다. 인스펙션에 어떠한 문제가 생겨도 그냥 넘어간다는 아주 파격적인 조건인데도 전 집주인들은 우리를 골랐다고 했다. 귀여운 고양이들 사진에 넘어갔음이 틀림없다. 훗. 

단지 우리에게 1,000달러만 더 올려서 오퍼를 넣어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해 왔고 우리는 흔쾌히 그렇게 하기로 하여 결국 40,000달러 오버 비딩으로 이 집을 갖게 되었다. 

물론 우리의 일 잘하는 변호사님께서 열심히 일해주신 덕분에 추가로 돈을 아낄 수 있어서 기뻐했었고, 우리의 꼼꼼한 인스펙터님께서 문제점들을 잘 알아봐 주셔서 앞으로 들어갈 보수유지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계산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레드핀에서 환급받은 돈도 있었고. 후후.


최종적으로 부동산 명의 이전 서류에 즐겁게 서명을 하고(말이 즐겁지 엄청나게 많은 서류에 서명을 해야 해서 손이 얼얼할 정도였다. 부디 서명은 짧고 간략하게 만드시길... 저는 풀네임으로 만들었다가 고생을 그렇게...ㅠ) 집 열쇠를 받아 집에 들어왔을 때 우리 둘은 너무 기뻐 환호성을 질렀다. 지긋지긋한 하우스 헌팅을 안 해도 되다니!!! 주말마다 얼마나 시간 낭비처럼 느껴졌던가, 흑흑...ㅠ 

심지어 전 집주인들이 손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아주 깨끗이 집을 청소해 놓고 이사를 가서, 청소할 생각에 청소 도구를 싹 챙겨갔던 우리는 고마운 마음에 오열.ㅠㅋ 우리도 이 집을 팔 때 전 집주인들처럼 좋은 집주인이 되자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예상대로 강아지들도 집을 너무너무 좋아해 줬고(뒷마당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흐뭇하던지), 고양이들도 영역 공간이 세 배 이상 넓어져서 더 활동적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우리 집 작은 고양이는 고양이 전용 화장실을 이사 오자마자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똑똑한 녀석! 큰 녀석은 싫다고 해서 안방 화장실에 고양이 화장실을 하나 추가로 마련해 줬다.ㅠ 까다로운 녀석... 흑.


2021년 8월에 이 집을 샀으니 이 집에서 산 지 벌써 6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동아시아 사람들이 없는 것 빼고는 매우 만족스럽다. 차로 5분~10분 거리에 없는 상점도 없고 집 주변은 매우 조용하고 평화롭고.

첫 두 달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아주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으나 5~6개월 정도 되니까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글도 쓰고...ㅋ

뒷마당에 펜스도 쳤고, 비닐하우스도 만들었지만 곧 나무들도 자를 예정이라 아직도 집을 가꿔가는 중이다. 그래도 봐 왔던 다른 집들을 생각하면 훨씬 해야 할 일이 적다는 거! 하하... 집주인이 된다는 건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 미국의 아파트 생활과도 다르고 한국 생활과도 매우 다르다(미국의 인건비의 후들후들함을 체감할 수 있음). 

앞으로 그런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가 볼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는 벌써부터 다음 이사 지역을 물색 중이라는 거...ㅠ흑... 끝없는 하우스 헌팅 인생)


오늘 이야기의 결론: 커버레터는 집에 애정을 많이 쏟아부었던 집주인이 에게는 통한다! 결국 부제의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자'라는 말은 '될 집에만 커버레터를 쓰자'라는 말이다. 집을 보면 집주인이 얼마나 많은 애정을 갖고 집을 가꿔 왔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미국 뉴저지에서 집 구매하기 - 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