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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un 06. 2022

미국 대학교의 라이벌 관계

UCLAvsUSC, 두 라이벌

캘리포니아 엘에이에 위치한 두 학교,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UCLA)와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USC)는 지역적으로 오랜 라이벌이다. USC는 한국어로 남가주대학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캘리포니아에는 세계적인 명문대들이 많다. 사람들이 많이 알고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아이비리그(Ivy League)를 포함한 명문대들은 대부분 미국 동부쪽에 포진되어있는 경향이 있다. 그에 지지 않기 위해 미국 서부에 있는 대학들도 열심히 몸집을 키워 많은 명문대들을 배출해 냈다. 그 중에 UCLA와 USC가 있다. 이 둘은 엘에이를 대표하는 대학교들이다. 그만큼 자존심도 쌘 대학교들이라 자연스럽게 라이벌 구도가 형성이 되었다.


이렇게 라이벌 구도가 있는 대학교들은 전 세계적으로 많다. 한국을 예로 들면, 대표적으로 연세대와 고려대가 있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학교 랭킹으로도 엎치락뒤치락 하는 라이벌이자, 매년 서로 교류전을 통해 끈끈한(?) 라이벌 관계를 맺어가고 있다. 두

학교끼리의 라이벌 관계는 외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선의의 경쟁구도로 두 학교의 발전을 도모한다.


캘리포니아에도 라이벌 구도들이 있다. 북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두 학교 UC Berkeley와 Stanford, 남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UCLA와 USC가 그 예시이다. 아쉽게도 이 학교들은 따로 교류전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가 많은 미국 대학교 특성상, 열렬한 응원전을 통해 서로가 라이벌임을 실감하게 한다.



미국은 NCAA라는 미국 대학 체육 협회의 주도 하에 많은 체육대회가 열린다. 그 중 가장 인기 많은 경기는 농구 경기이다. NCAA 농구경기는 평일에도 티비에서 자주 생중계 방송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전 국민이 사랑하는 대회이다. 그런만큼 미국 대학생들은 NCAA에 나가는 자신의 대학을 열렬히 응원한다. 이런 NCAA경기에 라이벌 경기가 성사되는 경우, 관중들은 배로 많아진다. 아마 대부분 만석일 것이다.


내가 UCLA를 다닐때 나는 축제도 없는 대학 문화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공부만 하는 지루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때, 한 친구가 나에게 같이 농구경기를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왔다. 나는 처음에 무슨 농구경기냐고 거절을 했지만, 상대가

USC라는 말에 나는 보기로 결심했다. 항상 말로만 듣던 라이벌인 USC, 이런 대형 경기에서 본다면 꽤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경기 당일날 나는 기숙사에서 경기를 보기위해 밖으로 나왔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온 나는 정말 놀랐다. 대기줄이 엄청 길었던 것이었다. 평소에 농구 경기장쪽을 항상 지나쳐 기숙사로 갔던 나는, 이렇게 긴 줄을 본적이 없었다. 아 이게 라이벌전의 힘이구나. 이 긴 줄을 보자마자 나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엄청 길었던 줄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 학교를 대표하는 색인 파란색 옷을 입고 왔다. 나는 그것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기에, 칙칙한 그래이 색이었다. 다행이었던건, 우리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우리 학교 로고가 박힌 파란색 반팔티를 나누어 주었었다. 이것을 입고 더욱 열렬하게 응원을 하라는 뜻이었다. 상대편인

USC는 학교 대표 색이 빨간색에 가까운 자주색이었다. 이 색깔을 보자마자 떠오른 것은 이 두학교의 색깔이 대비되는 것이 마치 연세대와 고려대를 떠오르게 한다는 점이었다. 저 두학교도 각각 파란색과 자주색으로 대표되지 않는가. 이렇게 생각하니까 마치 연고전에 온 느낌이었다.


티켓값은 만삼천원쯤 했던걸로 기억한다. 자리는 아쉽게도 맨 뒤였다. 경기장이 생각보다 엄청 커서 선수들이 살짝 작게 보였었다. 하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하니 몰입이 잘 되어 그런점은 상관 없었다. 긴 대기줄에서 예상 했었지만, 거의 만석이었다. 이 큰 경기장이 파란색 옷을 입은 학생들로 가득 차니 장관이었다. 반대편에 자그맣게 USC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주색 옷을 입고 대항했다.

경기중인 모습

경기는 꽤 재밌었다. 역시 라이벌 답게 서로 양보를 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우리 학교가 지고 있다가, 열심히 따라잡아 역전 까지 만들어 냈다. 그 후로 서로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결국 연장전 까지 갔었다. 그 연장전에서 우리 선수들은 지치지 않는 투혼을 보여주어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 대역전승이었다. 그 과정에서 응원하던 우리들의 목은 남아나질 않았다. 경기가 재밌다 보니 응원할 맛도 났었고, 미국인들이 어떻게 경기를 즐기는지도 알 수 있었다.


라이벌전 답게 응원전도 치열했다. 우리학교는 주최측(?)의 주도하에 조직적으로 응원을 했다. 전광판에 나오는 구호대로 착착 응원을 했다. 환호성을 지를땐 세상이 떠나가라 지르고, 야유를 퍼부을 땐 상대방이 확실히 주눅들 수 있도록 했다. 중간중간 상대방의 학교를 조롱하는 듯한 구호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이렇게 우리끼리 춤추고 소리지르고 하다보니 애교심이 처음으로 생겼었다. 평소에 우리학교를 이렇게 응원한 적이 있었던가. 이 학교에 대한 유대감과 소속감이 강하게 생긴 순간이었다.


나는 라이벌에 대한 중요성을 여기서 느꼈었다.

학교끼리의 라이벌 구도는 서로를 깎아먹는 안좋은 관계가 아니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가 성장하게 만드는 발판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평소에 애교심을 못느끼고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나도, 라이벌전을 통해 우리학교를 옹호하고 상대방 학교를 욕하면서 소속감을 강하게 느꼈었다. 이렇게 소속감이 들면 우리 학교가 자랑스러워 지고, 여기서 공부하고 있는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자연스럽게 성적은 오르고 동시에 자존감도 올라간다.


살짝 아쉬웠던건 한국처럼 정기적인 교류전이 없었던 점이었다. 한국은 정기적인 교류전을 통해 자신의 학교에 대한 애교심을 가질 기회가 많다. 또 동시에 재밌는 추억도 쌓을 수가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오직 NCAA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농구경기 말고도, 야구, 미식축구 등 다양한 종목들이 많지만 그 스포츠에 관심이 있지 않은 이상 언제 라이벌전을 하는지 모르는 일이다. 이런 부분들은 좀 아쉬웠지만, 이렇게라도 학교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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