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편(1)
한국에서 13시간 비행을 마치고 뉴욕에 도착했다. 오랜만의 장거리 비행 탓일까, 몸이 너무 뻐근하고 피곤했다. 도착하자마자 다시 돌아갈 걱정을 한건 처음이었다. 무사히 공항 심사를 통과해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친구가 반갑게 나를 맞이해 주었다. 전역 후 처음으로 미국땅을 밟아 너무 신나야 했지만, 피곤 탓인지 눈이 반쯤 감겼다. 비행기에서 자려고 오전 10시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지만, 비행기에서도 잠을 못잤다. 미국으로 도착하니 오후 12시, 한창 관광을 신나게 다닐 시간이었다.
여행 첫날에는 친구의 친구가 차를 끌고 마중을 나와 주었다. 우리 숙소는 브루클린이었고 그 친구는 뉴저지에 살고 있었다. 브루클린의 모습은 나쁘지 않았다. 내가 예전에 살던 샌프란시스코 근교 동내와 살짝 다른 느낌이었다. 우리 숙소는 유대인 마을에 위치해 있었는데, 거의 모든 유대인이 똑같은 복장을 입고 길거리를 다니고 있었다. 처음에는 마을에 행사가 열려 전통 옷을 입고 다니는 줄 알았으나 그 옷이 평상복 이라는것을 곧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서부에서 살때는 그런 복장을 한 사람을 본적이 없었다. 얼핏 듣기로 유대인은 돈을 만지는 일을 많이 한다고 들었었다. 그래서 돈이 자주 오고가는 뉴욕 근방에 유대인이 많은 것이 아닌가 라는 추측을 했다.
뉴저지에서 그 친구의 차를 타고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다만 아쉬웠던건, 당시 컨디션이 너무 나빠서 정상적으로 호응해주지 못했던 점이다. 당일, NBA파이널이 있던 날이었다. 내가 응원하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보스턴이 파이널 무대에서 붙었는데, 스포츠 바로 이동해 열렬히 응원했다. 사실 열렬히 응원하려 했지만 눈을 뜨고 버티고 있는 것이 최선이었다. 피곤함과 별개로 나는 스포츠 바로 오니 비로소 미국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국은 스포츠의 인기가 상당하다. 농구, 야구, 아이스하키, 미식축구는 미국인들이 환장하는 종목들이다. 우리나라하고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미식축구의 결승전이라고 볼 수 있는 슈퍼볼(Super Bowl)이 있는 날은 미국 전역이 축제의 분위기다. 미식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나도 슈퍼볼만큼은 챙겨 볼 정도였다. 여담이지만 미국은 스포츠 바가 굉장히 많다. 어딜가든 스포츠 경기를 틀어주고, 당일 중요한 경기가 있는 날이면 모든 바가 사람으로 가득하다. 그만큼 미국인들은 스포츠를 사랑한다. 나도 미국에 거주하면서 NBA를 좋아하기 시작했고, 때문에 스포츠 바에서 경기를 봤을 때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전역 후 처음으로 와본 미국은 역시 좋았다.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것 역시 즐거웠고,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미국의 특유한 분위기가 나를 더욱 신나게 만들었다. 미국에 계속 지내다 보면 군대에서 잃어버린 나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