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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key Sep 12. 2024

담백한 셔츠를 입고 소박한 음식을 먹으러 갑니다.

소박하고 담백한 스타일링에서 느끼는 삶의 행복



https://youtu.be/YyhZ7LbGe-U?si=J2dufwVfr31A1jVa




 아직 남은 햇살이 부서지는 이른 금요일 퇴근길에 동네 백반 집에 들러 저녁밥을 먹습니다. 쿰쿰한 향의 콩비지 찌개 하나, 달짝지근한 제육볶음 하나, 그리고 알싸한 소주 한 병이면 꽤 근사한 식사가 됩니다. 담담하게 고춧가루가 묻어난 콩나물 무침도 맛있게 씹어봅니다. 주말의 시작이자 주중의 마무리인 금요일 밤은 이렇게 좋아하는 음식에 소주 한 잔을 천천히 기울이며 소박한 행복을 느껴봅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요일 밤은 늘 화려했습니다. 근사한 재킷을 입고 설레는 공기 가득한 도시 밤거리로 나섰습니다. 친구 혹은 연인을 만나 유행하는 술집에서 기묘한 술을 한잔하고 클럽이나 바(Bar)에 갑니다. 늦은 시간까지 몸이 울릴 정도로 큰 소리의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이른 새벽에 집으로 향하면서 정신없이 취했었던 나날들이었습니다. 늘 정신이 없었죠.


 시간이 지나 마흔이 넘고 조금은 느리게 가는 시간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클럽보다는 재즈 공연을 들으러 가고, 유행하는 술집보다는 조용한 밥집에 가서 반주를 합니다. 퇴근길에는 신나는 힙합보다는 여유로운 재즈를 듣습니다. 최근에 알게 된 정미조 선생님의 '37년'이라는 앨범을 가장 자주 듣습니다. 여유롭게 흘러가는 노래만큼 잔잔한 고요가 마음에 가득합니다. 그게 요즘은 참 좋습니다.


 소박해진 식사와 술만큼 스타일도 그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요즘의 저는 담백한 스타일링을 합니다. 빛나는 화이트 컬러에 화려한 커프스 소매의 셔츠 대신 크림 컬러가 담백하게 표현되는 카라 디테일이 점잖은 폴로 니트를 입습니다. 앞 주름이 선명하게 자리 잡은 시크한 블랙 울 팬츠 대신 살짝 주름이 간 짙은 농도의 면 갈색 팬츠를 입습니다. 거기에 어깨에 힘을 쭉- 빼놓은 크림 색 아이보리 재킷을 입습니다. 천연 소재로 만들어진 부담스럽지 않은 디테일과 디자인이 편안하게 제 몸을 감싸 안습니다.


 늘 힘을 주며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매번 긴장하고 사는 건 어려운 일이죠. 과거 화려했던 삶을 살았을 때에는 늘 긴장했었습니다. 직장에서도 친구들 사이에서도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고 무언가를 증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나라는 존재가 여기에 조용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강박증이었죠. 그게 저를 괴롭히고 그 괴롭힘의 해결은 늘 정신없는 술과 시간이었습니다.



 1년 전쯤, 부질없는 욕심과 욕망을 손에서 놓고 내가 바꿀 수 없는 세상을 관망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여유가 생기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어졌습니다. 마음은 한껏 여유로워져 가끔 거울을 보면 전 옅은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늘 인상을 쓰고 있었거든요. 요즘은 깜빡이는 신호등을 보고 뛰지 않습니다. 문을 열면서 뒤에 나오는 분을 위해 잠시 열어두기도 합니다. 한껏 재촉했던 출근길은 예전보다 두 배나 느리게 걷지만 아침 풍경 속에서 아이들의 등교 소리에 느껴지는 그리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가을의 초입에서 맑은 하늘과 아직은 뜨거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 하나하나 모두 느낍니다. 가을이 주는 선선한 바람 속에서 걸으면서 소박한 행복을 느낍니다.



 내일은 낙낙한 핏의 더할 것 없이 깔끔한 디자인의 하늘색 셔츠를 입고 밝은 크림 색 면 팬츠를 입고 출근을 하려 합니다. 짙은 베이지 컬러가 푸들 강아지의 친근한 컬러처럼 느껴지는 페니 로퍼를 신고 가을 아침의 선선한 바람을 느껴볼까 합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우리 모두에게 여유로운 삶을 위한 담백하고 소박한 스타일링이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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