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참 좋아하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블레이저 하나만 입어도 될 만큼 따뜻한 햇살과 온도가 행복한 느낌마저 드는 봄이 당장 다음 주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햇살이 쏟아지는 주말의 낮을 생각 하며 골라보는 블레이저는 기왕이면 멋진 디자인에 우아한 소재였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칼럼은 봄처럼 마음 가득 행복이 느껴지는 실크 블레이저의 이야기입니다.
본래 슈트를 중점적으로 입던 제가 블레이저를 더 자주 찾게 된 것은 무엇보다 편하고 쉽게 만들 수 있는 격식 때문입니다. 슈트는 한 벌을 맞춰 입고 나름의 공식을 맞춰야 하는 아이템인데 반해, 블레이저는 캐주얼한 치노 팬츠와 입어도 되고 포멀 한 울 트라우저와 입어도 됩니다. 옥스퍼드 셔츠 같은 캐주얼한 아이템부터 터틀넥 니트처럼 우아하고 깔끔한 아이템도 잘 어울립니다. 만약 오늘 조금 캐주얼하게 입었다 하더라도 블레이저 하나만 착용해도 충분히 격식을 차린 것처럼 보입니다. 거기에 행거치프까지 해준다면 그야말로 신사 중에 신사가 됩니다.
그런 이유로 블레이저를 30대 중반 이후로 자주 입던 저는 이제 블레이저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찾게 되는데요, 블레이저만의 매력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2가지를 꼭 선택했습니다.
- 체크를 선택하되 모던하게 비슷한 톤을 맞춘다.
체크 소재로 만들어진 슈트는 조금 부담이 됩니다. 스트라이프 패턴이 아닌 이상 하운드 투스, 글렌 체크 같은 슈트는 한 벌로 입었을 때 꽤 튀어서 필요 이상의 시선을 받게 됩니다. 슈트를 즐겨 입는 저도 패턴 슈트는 2벌밖에 없을뿐더러 한 벌로 착용하는 일도 드뭅니다.
다만 블레이저가 체크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솔리드의 팬츠와 이너를 입고 거기에 블레이저를 더한다면 체크 자체를 강조하면서 부담스럽지 않은 스타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조금 지루할 수 있는 스타일에 패턴 블레이저의 매력을 한 방울 떨어뜨린달까요. 그런데 이 체크 패턴을 선택할 때는 저처럼 해보신 것도 괜찮습니다.
바로 '비슷한 톤'의 컬러 체크 패턴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3가지 이상의 컬러가 들어가거나, 보색(반대되는 색)으로 조합된 컬러 체크는 다소 과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비슷한 톤의 컬러 체크 패턴은 체크가 가진 포인트를 가지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체크 패턴의 컬러가 이너와 연결된다면 매우 세련된 스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 소재가 주는 매력을 즐긴다.
블레이저의 매력 중 하나는 소재가 주는 포인트입니다. 한 벌이 아니기에 도톰한 소재나 성글게 짜인 소재를 사용해도 될 만큼 소재를 보여줄 수 있는 범위가 넓습니다. 저는 보통 성글게 짜인 소재를 좋아하는데, 이는 아이템의 소재 자체를 강조하는 느낌을 주어서 실크, 울 소재라면 그 고급스러움이 은은하게 잘 표현됩니다. 혹은 코듀로이 같은 소재라면 골조직이 가진 특유의 컬러 흐름이 멋지게 표현됩니다.
이런 성글게 짜인 소재를 고를 때는 울, 실크가 함께 구성된 것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실크가 가지는 고급스러움은 광택을 통해서 표현되는데 혼방이기에 부담이 덜하면서 은은하게 표현됩니다. 이 매력적인 실크 혼용 소재는 성글게 짜인 소재에서 더 빛을 발하기에 블레이저를 선택할 때 고민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되면 좋겠습니다.
2월 말이면 이제 낮 기온이 15도까지 올라갈 예정입니다. 멋진 블레이저 하나를 챙겨 입고 거리를 거닐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설레네요. 이본 봄에 좋은 블레이저 하나 구매해 둔다면 봄과 가을에 꽤나 멋지다는 칭찬을 들으실 겁니다. 한번 멋진 블레이저에 도전해 보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