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러닝을 하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아침과 밤, 낮에도 뛰는 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죠. 속도와 뛰는 거리는 각기 다르지만 다들 건강해지고 싶은 마음에 운동화 끈을 묶고 나온 모습이 멋지게 느껴집니다. 오늘도 저는 그분들과 함께 불광천에서 시작해 망원지구 한강 공원까지 뛰었다가 돌아오는 12km의 운동을 합니다. 숨을 고르고 잠시 벤치에 앉아 이 내용을 생각하고 적어봅니다.
제가 러닝을 시작한 건 군복무 시절부터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입니다. 체중을 감량하고 싶은 마음에 헬스보다는 러닝을 선택했고 덕분에 아침구보를 가장 적극적으로 한 병사로 기억되었습니다. 군대 제대 후에는 당시 부모님과 살던 양재동의 양재천을 매일 5km 정도 뛰었습니다. 그땐 러닝화의 개념도 없어서 아식스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마라톤화를 신었습니다. 당시 마라톤화는 밑창이 얇은 경량화된 운동화였는데. 오래 뛰면 발바닥이 꽤 아팠죠. 그래도 첫 러닝화라는 점에서 늘 재밌게 뛰었습니다.
시간이 차츰 지나고 혼자 살게 되면서 이사한 집 근처에서 다양하게 뛰었습니다. 이태원에 거주할 때는 남산을 오르고, 옥수동에 거주할 때는 한강을 뛰어 잠원지구까지 갔었습니다. 잠실에 거주할 때는 석촌호수를 열심히 돌았고 지금은 응암동에서 시작하는 불광천에서 뛰어 망원 한강 공원까지 달립니다. 19년 동안 매일 뛴 건 아니지만 자주 뛸 때는 일주일에 6번, 못 뛸 때는 한 번도 뛰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다만 러닝에 대한 습관은 매일 하는 걸로 생각하고 늘 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오래 뛰어왔지만 마라톤에 대한 생각은 없습니다. 저에게 러닝은 숫자, 기록이 아닌 나 스스로에 대한 정화작용이자 관리법입니다. 러닝을 함으로써 제가 원하는 슬림한 몸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러닝을 통해 제가 가지고자 하는 관리법입니다. 또 하나는 정화작용인데, 매일 스트레스와 고민으로 안개가 자욱한 제 머릿속을 러닝을 통해 헤쳐나갑니다. 머리는 맑아지고 정신이 명확해집니다. 아침에 러닝은 하루의 시작을 또렷하게 만들어 주고 저녁의 러닝은 하루를 힘들게 했던 스트레스를 지워주죠. 러닝은 저를 붙잡아주면서 또 해결해 주는 고마운 운동입니다. 나름 튼튼한 두 다리가 늘 고마울 뿐입니다.
러닝의 이점을 잘 알기에 많은 사람들이 요즘 러닝을 하는 것에 늘 찬성입니다. 반갑고 또 즐겁습니다. 덕분에 많은 러닝 용품이 출시되어 저도 꽤 여러 개 사두었고, 특히 러닝화의 발달로 저의 신발은 요즘 카본 플레이트의 통통 튀는 멋진 스타일이 대부분입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도 있습니다.
왜, 다 같이 뛰는 러너들은 불편함을 줄까요? 러닝이 익숙지 않아서 전문가들과 뛴다거나 사람들과 같이 뛰면서 어려움도 이겨내고 즐거운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좁은 길목을 뛰어가면서 무리 지어 뛰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합니다. 길이 좁다면 1열로, 적당하다면 2열이 맞습니다. 운동을 하는 사람이, 러닝 하는 사람이 무조건 우선이 될 수 없습니다.
왜, 장비를 다양하게 착용하고 뛰는 사람에게 뛰는 거리를 들먹이며 뭐라고 할까요. 3km를 뛰면 러닝 베스트를 입으면 안 되나요? 무조건 긴 거리를 뛰는 사람만 러닝 베스트를 입거나 무릎 보호대를 할 수 있는 걸까요? 그건 아니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면 얼마든지 든든한 장비를 착용하고 뛰는 건 좋은 일입니다. 저는 오히려 장비를 착용 안 하고 오래 뛰어서 인대가 늘어난다거나 근육의 문제가 생긴 일들이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짧은 거리를 뛰는데 그야말로 풀착장을 한다고 해도 뭐라 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왜, 무리하게 뛰나요? 우리의 몸은 소모성입니다. 열심히 뛰는 건 좋지만 무리하게 뛰는 건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제가 19년 차 러너가 될 수 있었던 건 처음 시작은 5km로 적절히 뛰다가 점점 거리를 늘렸고, 지금은 멀리 뛰어도 15km를 넘기지 않습니다. 몸에 무리가 갈 정도로 뛰는 건 지금의 기록에는 좋겠지만 10년 아니 5년 후에 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러닝 자체를 즐기고 오랫동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운동이 취미가 되면 꽤 근사합니다. 그러니 오래 뛸 생각이라면 오늘 너무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러닝, 매력적인 운동입니다. 맨 몸으로 하는 오로지 내 몸을 다리로 지면을 밀어내며 뛰어가는 전신 운동이죠. 이 매력적인 운동을 많은 분들이 알게 되어서 참 좋지만 무리는 하지 말고 남을 평가하지도 마세요. 운동은 결국 본인의 한계를 이겨내고 또한 본인을 정화하는 것입니다. 러닝을 통해 꽤 멋진 인생을 알게 된 제가 드리는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