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마지막 주가 되면 창업자를 위한 정부 지원사업 공고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특히 2~3월에 가장 많은 공고가 올라오는데, 주로 5년 미만의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그중에서도 3년 미만의 예비창업자, 초기창업자, 그리고 청년으로 구성된 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표적인 정부 지원사업으로는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청년창업사관학교'를 들 수 있다. 각 사업마다 보통 800~1,200명 정도를 선정하며, 전국의 대학교와 유관 기관들과 연계하여 창업자들을 육성한다. 이 시기는 많은 예비 창업자와 초기 창업자들에게 중요한 기회의 장이 된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부 지원 정책으로 인해 청년 창업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경쟁력 증가는 양날의 검과 같은 면이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업계획서와 프레젠테이션의 질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창업자들이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접근을 하게 된 것이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기교와 형식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니 실제 사업 운영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점차 높아졌다. 즉, 창업자의 수는 늘어났지만, 실질적인 사업 운영 능력을 갖춘 실무형 창업자의 수는 크게 증가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양적 성장은 이뤄졌지만 질적 성장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세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
첫째, 나의 정체성을 지키며 지속가능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로 정부 지원사업을 활용해야 할까?
둘째,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어떤 전략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
셋째, 정부 지원금은 말 그대로 우리가 이끌고 이들이 뒤에서 밀어주는 지원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총대를 메고 달려가고 있는가, 아니면 지원금 뒤에 숨어 있으려 했는가?
이런 질문들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정부 지원사업에 지원하거나 투자를 받을 준비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는 이런 고민들을 사업계획서에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정부 지원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공고 내용이다. 그런데 많은 창업자들이 이 부분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 공고 내용 중 몇 가지 항목만 대충 훑어보고 바로 사업계획서 양식을 다운로드하여 작성하려 든다. 심지어 신청 페이지와 개요 페이지를 건너뛰고 곧바로 본문부터 쓰려는 팀도 있다. 이런 현상은 창업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업계획서 작성법을 가르치는 일부 기관이나 컨설턴트들조차 공고 내용의 일부만 소개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들에게도 사정이 있을 것이다. 짧은 교육 시간 내에 모든 내용을 다루기 어렵거나, 교육생들이 과정보다는 결과에 더 관심이 있어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고 내용에는 출제자의 의도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한 평가 기준 이상의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우리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지에 대한 힌트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지금부터 일반적인 공고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그 속에 숨겨진 의미와 전략적 포인트들을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이를 통해 단순히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것을 넘어, 심사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공고 내용을 살펴볼 차례다. 다음 챕터에서 항목별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우선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반적인 공고 내용을 처음부터 끝 페이지까지 쭉 훑어보자. 여기서는 가장 많이 알려진 '예비창업패키지'의 양식을 기준으로 설명할 텐데, 이를 통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항들을 파악하고, 어떻게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겠다. (다른 기관들의 공고도 이와 비슷한 형식을 따르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다.)
참고로, 예비창업패키지 양식은 www.k-startup.go.kr 사이트의 검색창에서 '예비창업패키지'를 검색한 후 사업공고를 클릭하면 공고 및 사업계획서 양식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 양식을 미리 받아두면 우리가 앞으로 논의할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고 내용의 첫 페이지를 보면 주최기관과 사업공고 제목이 맨 위에 적혀 있다. 대부분 그냥 넘어가곤 하는데, 사실 주최기관을 유심히 봐야 한다. 여기서도 '나를 알고 너를 알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정부 지원사업을 이해하려면 먼저 주최기관을 알아야 한다. 각 기관마다 의도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주요 부처 및 기관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렇게 천천히 나열해 보면, 부처와 지자체가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이것 말고도 위원회, 진흥원, 유관기관, 학교까지 더하면 수백 개가 넘는 항목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국가의 세금이 각지에 퍼져 지원금 형태로 창업팀에게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기관이 창업자를 지원하는 건 아니다. 운영 정책과 목적에 따라 예산 분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창업자를 위한 지원사업의 비중은 전체로 놓고 보면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본론으로 돌아와, 예비창업패키지의 주최/주관은 어디일까? 바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창업진흥원이 주관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 목적은 혁신적인 기술과 사업모델을 가진 예비창업자의 성공 창업을 지원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창업진흥원은 이런 목적에 맞춰 "혁신적인 기술과 사업모델"을 가진 예비 창업자를 찾아 지원하려 노력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공고는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이 우선순위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주최한다면 어떤 창업자를 선정하고 키우려 할까? 국토부의 주된 목적은 국토교통 분야의 창업을 활성화하고, 우수한 기술력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자를 찾아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국토부에 적합한 창업 인재를 육성해 국토부의 실적을 쌓으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이렇게 각각의 주최/주관에 따라 사업의 초점이 달라진다. 즉, 사업계획서의 첫 단추는 바로 여기서 꿰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이런 내막을 모르는 예비 창업팀은 물과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그냥 본론으로 넘어간다. 출제자의 의도와 목적은 모른 채, 오로지 지원금만 보고 무작정 달려가는 것이다.
에피소드
과거에 내가 알던 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액세서리 공방을 운영하며 온라인 진출을 꿈꾸던 '여주(가명)'와 '남주(가명)'라는 두 명의 창업팀 이야기다. 이들은 우연한 기회에 예비 창업자를 위한 정부 지원사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도 한번 도전해 볼까?" 호기심과 기대감에 가슴이 뛰었다. 그래서 공방 운영을 잠시 접고 사업계획서 작성에 몰두했다. 낮에는 공방을 돌보고 밤에는 사업계획서를 쓰는 강행군이었다. 첫 도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 끝에 서류 심사는 통과했다.
"드디어 해냈어!" 기쁨도 잠시, 곧 PT 발표라는 본 심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발표 당일, 두 사람은 새벽부터 일어나 리허설을 반복했다.
"떨리지? 우리 할 수 있어!" 서로를 다독이며 심사장에 들어갔다. 그러나 결과는 냉혹했다. 탈락이었다. 발표장을 나오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비 오는 날의 찢어진 우산 같았다. 축 처진 어깨, 창백한 표정. 누군가 따뜻한 말 한마디만 건네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심사위원들에게 뼈아픈 지적을 받았던 모양이다.
"주최 측의 취지와 맞지 않았다는 게 핵심이래." 여주가 힘없이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차라리 소상공인진흥공단에서 주최하는 지원사업에 지원하는 게 더 적합하다고 조언한 것이다.
하지만 소상공인 지원사업은 주로 대출이 중심이었고, 그마저도 받기가 다소 까다로웠다. 게다가 예비 창업자를 위한 창업 지원제도는 한정적이었다. 반면에 창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창업 지원사업은 지원금도 크고, 또래의 창업자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대출 부분에서도 중소벤처기업부는 최대 1억 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소상공인은 최대 3,000만 원에 불과했다. 주로 장사나 공방을 운영하는 소규모 업주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았다.
"같은 시간 투자할 거면 지원금이 더 높고 우리 또래 창업팀과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낫지 않을까?" 남주는 고민에 빠졌다. 자본이 그쪽으로 쏠리는데, 우리도 그쪽에서 지원을 받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문제는 자신들의 사업 아이템을 주최/주관 기관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방법을 몰랐고, 만약 사업을 조정하면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포기해야 하는 걸까?" 그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 무렵 내가 그들과 만났다.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주최 측의 취지에 맞는 아이템을 찾아봅시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플랫폼'이라는 흔한 단어 대신 개성 있는 아이템 제목과 사업 운영 방식의 개선이 필요했다. 그러나 무작정 스캐일을 확장하다 보면 여주와 남주의 능력과 역량을 초과할 수 있다. 마치 머리가 몸보다 큰 가분수 같은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우리는 보름 동안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회의실에는 커피잔만 늘어갔다. 그러던 중,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들에겐 400명가량의 충성 고객이 있었다는 사실. 바로 가수 콘서트에 열광하는 10대 팬들이었다.
"이 친구들은 콘서트에 갈 때마다 우리 액세서리와 가방을 꼭 사 가요." 남주가 말했다. 그들은 이런 틈새시장을 공략해 맞춤형 액세서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주력 상품이 아닌 부수적인 것으로 여겼다. 시즌마다 한 번씩 대량으로 팔리지만, 평소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거다!" 나는 눈을 치켜들며 말했다. "이 특별한 고객층을 메인 타깃으로 삼으면 되겠다!"
팬덤을 중심으로 커뮤니티 구축
이를 기반으로 한 시크릿 앱 개발
이 아이디어로 지원사업 신청
"오, 그럼 우리 정체성도 지키면서 주최 측이 원하는 혁신성도 보여줄 수 있겠네요!" 여주와 남주의 얼굴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 소상공인 형태가 아닌 IT 사업의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사업성만 잘 입증하면 선정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게다가 쇼핑몰 운영이라는 기존 목표도 유지할 수 있어 큰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우리는 여러 차례의 보완 과정을 거치며 비즈니스 모델을 탄탄히 구축했다. 아이템 제목도 독특하게 바꾸고, 사업계획서의 내용도 더욱 구체화했다. 그리고 마침내 주최 측이 원하는 범주에 겨우 안착할 수 있었다.
심사 결과는 어땠을까? 우여곡절 끝에 합격이었다. 여기서 '우여곡절'이란 두 번의 탈락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계속 다듬어지고 탄탄해져 결국 합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글썽이며 말했다. "포기하지 않길 잘했어요. 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한편, 주최나 주관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지원사업에 계속 도전하는 팀도 있었다. 그중 한 팀은 장사 형태로 창업했음에도 스타트업 정신을 내세우며 될 때까지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팀이다. "한 번 떨어졌다고 포기할 순 없지!" 그들의 열정은 대단했지만 방향이 잘못되어 있었다. 그러나 4~5번의 실패 후 그들은 지쳐갔다. "왜 우리를 인정해 주지 않는 거야?" 이윽고 세상을 탓하기 시작했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조언했다. "주최 측의 취지와 당신들의 사업 아이템이 맞지 않을 수 있어요. 방향을 조금 수정해 보면 어떨까요?" 하지만 그들은 이미 눈과 귀를 닫은 상태였다.
이 에피소드는 정부 지원 사업에 지원할 때 주최 측의 니즈를 이해하고 그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여주와 남주의 경우처럼,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유지하면서도 주최 측의 요구사항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자신의 아이디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
주최 측의 니즈를 이해하고 그에 맞춰 조정하는 과정은 지원자들에게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주최 측의 관점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사업 모델의 강점과 약점을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사업 계획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 수 있다.
한편, 이런 접근 방식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우리의 사업 영역과 주최 측의 카테고리가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주최 측에 따라 사업계획서의 본질을 바꿀 필요가 전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완벽한 부합을 찾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이 원칙만을 고집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기회를 놓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선정 확률이 낮아지고, 심지어는 지원 자체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유연성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결국, 성공적인 사업계획서 작성의 핵심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유연성을 발휘하는 데 있다. 우리의 핵심 아이디어와 비전은 지키되, 그것을 주최 측의 니즈에 맞게 표현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타협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디어를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우리는 두 가지 중요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첫째, 더 많은 지원 기회를 얻고 선정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이 과정에서 우리의 사업 아이디어 자체를 더욱 견고하고 실현 가능한 것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정부 지원 사업에 지원할 때마다 이러한 유연한 접근을 실천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우리의 사업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공적인 창업으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