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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Nov 02. 2024

작성 전략 8: 사업계획서가 어렵다면 PT준비부터!

스토리텔링 vs 사업계획서

에피소드


여주가 늦은 밤 사무실에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남주야, 이거 봐. 사업계획서 가이드 항목이 이렇게나 많아."


"그러게. '비즈니스 모델 전략', '파트너십', '유통 채널', 'ESG'... 우리가 이런 걸 다 고려했었나?"

남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는 지금 프로토타입 하나 만들어서 사례를 검증하는 것도 벅찬데..."


두 사람은 한동안 복잡한 가이드라인만 바라보며 침묵했다. 그들이 지난 수개월간 열정적으로 발전시켜 온 사업 구상이 갑자기 너무나 미흡해 보이기 시작했다.


"잠깐, 우리가 너무 이 양식에 얽매인 건 아닐까?"

여주가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우리가 만든 프레젠테이션 있잖아. 그걸 이 양식에 맞춰서 넣어보는 건 어때?"

"그래! 차례만 남기고 나머지 복잡한 설명들을 지워보자."


두 사람은 즉시 행동에 옮겼다.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사업계획서의 해당 항목에 맞춰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니까 우리가 뭘 강조하고 싶었는지가 확실히 보여."

"이 흐름대로 나머지 내용도 채워 넣을 수 있겠어!"


가이드라인의 틀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1. 기존 가이드라인의 한계


예비 창업자들이 정부 지원사업에 처음 도전할 때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일까? 아마도 사업계획서 양식을 마주하는 순간일 것이다. 나 역시 여러 창업팀과 함께하며 이들이 사업계획서 앞에서 난감해하는 모습을 수없이 목격했다. 특히 장기간 직장 생활을 해온 이들이나 정형화된 틀 안에서 반복적으로 일해온 사람들에게 사업계획서는 더욱 높은 벽으로 느껴지는 듯했다. 반면, 기획 업무 경험이 있거나 유사한 작업을 해본 이들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접근했다. 그러나 이들조차도 포괄적인 사업계획서 작성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경험자들도 이렇게 어려워하는 사업계획서를, 아무런 경험이 없는 일반 창업자들은 오죽할까? 이는 사업계획서가 일반인들에게 얼마나 접근하기 어려운 과제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는 사업계획서 작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 예비 창업팀과 멘토링을 시작했을 때, 나는 '적어도 과반 이상은 기초적인 내용을 작성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한 팀씩 만나고 그들의 고충을 들으면서, 나의 긍정적인 생각은 점차 의문으로 바뀌었고, 결국 부정적인 견해로 기울게 되었다. 100팀 이상을 만나며 얻은 결론이 바로 이것이었다.


물론 강한 의지가 결국에는 사업계획서 완성이라는 마침표로 팀을 이끄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초입단계에서 마침표의 단계까지는 상당한 스트레스가 작용했음을 알게 되었다. 이는 사업계획서 작성 과정이 예비 창업자들에게 얼마나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다.


사업계획서에 쉽게 접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동안 나는 '첫인상 효과'와 '닷내림 효과'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정작 창업자들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싶게 만드는 동기 부여에 대해서는 간과했다. 어려움을 겪는 팀에게 단순히 첫인상 효과의 중요성만을 강조하는 것은 모순적이었다.


불현듯 "숲을 보고, 나무를 보며, 길을 따라 걸어가라!"라는 말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렇다. 사업의 전체 흐름과 전개 방식을 설계하는 틀, 즉 '숲'을 먼저 바라보아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사업계획서 양식에는 이미 차례와 가이드라인이라는 기본 프레임이 존재한다. 이는 내가 구상한 프레임과 사업계획서의 기존 프레임 사이의 충돌을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신의 사업 프레임이 매우 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마치 상대방이 잡아당기면 쉽게 끌려가는 상황과 유사한 것이다.


정부 지원 사업계획서의 프레임은 강력하다.(그 이면에는 지원금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프레임이 확고하지 않으면, 주어진 틀에 갇혀 사고하게 된다. 이는 본래의 사업 방향과 전혀 다른 길로 이끌 수 있으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결국, 어렴풋이 정리한 사업 구도와 다르게 느껴지더라도, 가이드라인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으면 그것이 기준점이 되어 우리의 사고방식을 지배하게 된다. 이는 본래의 사업 아이디어와 방향성을 흐릴 위험이 있다.


이러한 기준점의 이동은 우리가 지금까지 정리해 온 내용을 사업계획서 양식에 맞춰 수정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이어진다. 결국 우리는 사업계획서 가이드라인에 내용을 맞추려고 노력하게 되고, 가이드라인의 항목 단위로 내용을 이해하고 작성하는 틀에 갇히게 된다.



2. 틀에 갇힌 사고에서 벗어나기


이 상황은 마치 서커스의 코끼리를 연상시킨다. 어릴 때부터 발목에 묶인 줄에 익숙해진 코끼리는 성체가 되어서도 그 줄을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사실 성체 코끼리는 쉽게 그 줄을 끊을 수 있지만, 오랜 학습으로 인해 그럴 수 없다고 믿게 된 것이다.


우리도 이와 비슷하다. 예를 들어, 정부지원사업 사업계획서의 '개요페이지'는 1페이지로 가이드라인이 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공모 내용 어디에도 2페이지 이상 작성하면 안 된다는 명시적 지침이 없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조건 1페이지 안에 모든 내용을 욱여넣으려 한다. '개요페이지'가 '아이템 제목' 다음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물론 가이드라인 양식을 임의로 수정하지 말라는 모호한 지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혹여 1점의 감점을 받더라도, 사업 아이템을 이해시키는 첫 관문인 개요페이지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할 수 있다. 하나를 잃더라도 더 큰 하나를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전략적 선택 아닌가?


이처럼 우리는 사업계획서 가이드라인이라는 '보이지 않는 줄'에 묶여, 우리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스스로 제한한다. 사실 우리는 이 틀을 벗어날 수 있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결국 우리는 더 이상 자유롭게 생각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바로 이 단계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이 사업계획서 작성에 대한 큰 장벽이자 막연함이다. 나만의 컨셉은 기억의 내면 속으로 사라지고, 대신 주어진 틀에 맞추려는 강박관념만이 남게 된다. 이는 창업자들이 사업계획서 작성을 어려워하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줄'을 끊을 수 있다.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면, 우리의 창의성을 되찾고 진정한 사업 아이디어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주어진 가이드라인을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과감히 벗어나는 것도 필요하다.



3. 프레젠테이션을 통한 사업계획서 작성


그렇다면 우리는 사업계획서 작성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여러 방법 중 특히 효과적인 접근법은 프레젠테이션부터 구성하는 것이다. 프레젠테이션을 먼저 구성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첫째는 인간의 뇌가 이야기 구조에 자연스럽게 반응하기 때문에 복잡한 아이디어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준다. 둘째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사업계획서 양식에 직접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앞서 이미지와 도식이 독자의 이해를 돕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프레젠테이션이란 본질적으로 이미지와 임팩트 있는 텍스트가 결합된, 청중의 쉬운 이해를 위한 직관적인 도식이미지다. 이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사업계획서의 적절한 항목에 삽입하면, 평가자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별도의 도표 제작 노력을 줄일 수 있다.  


사업계획서 양식의 가이드라인에 즉시 얽매이지 말고, 먼저 자신이 준비하고 정리한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15~20페이지 분량의 프레젠테이션을 자유롭게 구성해 보자. 스토리라인에 따라 기승전결의 흐름으로 내용을 전개하되, 각 단계에서 핵심 비즈니스 요소(문제 정의, 미션, 아이템소개 및 특징, 경험 사례, 설루션, 시장성, 차별성, 수익 구조, 팀 구조 등)를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우리만의 중심을 잡아준다. 프레젠테이션을 먼저 만들면서 우리의 아이디어와 사업 구조가 뇌(전두엽)에 단단히 각인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형성된 기준점이 있다면, 나중에 공식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가이드라인과 충돌이 생기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마치 나침반이 있어 방향을 잃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핵심 아이디어를 지키면서도 양식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더불어, 이 방법은 실질적인 시간 절약의 이점도 제공한다. 서류 심사를 통과하면 보통 15일 이내에 PT 발표를 해야 하는데, 이미 프레젠테이션이 준비되어 있으니 그 시간을 오직 발표 연습에만 집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준비된 프레젠테이션 기반의 사업계획서는 서류 평가자에게도 이점을 제공한다. PT 내용의 흐름을 따라 이해할 수 있어 설득이 보다 용이하며, 결국 이는 서류 심사 통과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주어진 틀에 갇히지 않고, 창의적이면서도 설득력 있는 사업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단, 공식 사업계획서 작성 시에는 필요 항목들을 빠짐없이 채우되 우리의 핵심 메시지와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4. 정리


프레젠테이션을 먼저 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접근법은 여러 가지 이점을 제공한다. 이 방식은 단순히 시간을 절약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의 사업 아이디어를 더욱 체계적이고 설득력 있게 정리할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주목할 점은, 프레젠테이션을 구성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업계획서에 무엇을 작성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한 구도가 머릿속에 잡힌다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정리하면서, 우리는 사업의 핵심 요소들을 더욱 명확히 인식하게 되고,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 방법은 사업계획서 작성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우리의 아이디어를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서류 심사와 PT 발표 모두에 대비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하지만 이 접근법이 만능은 아니다. 여전히 사업계획서의 필수 항목들을 꼼꼼히 채워야 하며, 각 지원 사업의 특성과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야 한다. 따라서 프레젠테이션을 기반으로 하되, 최종적으로는 사업계획서의 형식과 내용을 조화롭게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방식으로 준비한다면, 우리는 더 자신감 있게, 그리고 더 효과적으로 우리의 사업 아이디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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