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로 Nov 25. 2024

작성 전략 9: 시장조사의 중요성

셀링포인트, 니즈포인트의 실마리는 시장에 있다.

에피소드


"아... 또 떨어졌네." 여주가 노트북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이 3번째야. 도대체 우리가 뭘 놓친 걸까?" 남주가 커피를 내려오며 물었다.

"글쎄... 우리 아이디어가 나쁜 건 아닌 것 같은데." 

생분해 플라스틱 용기를 들여다보며 여주가 중얼거렸다.


"잠깐, 내가 요리학원 다녔던 때가 생각나네." 남주가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요리책만 보고 실습은 안 하던 친구가 있었거든. 

결국 자격증 시험에서 탈락했어. 이론만으로는 부족했던 거지."


"그게 무슨 상관이야?"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온라인에서 구글링만 하면서 시장을 안다고 착각한 거처럼."


"그러고 보니 우리 실제로 현장조사나 고객 인터뷰는 한 번도..."

"그래서 말인데, 내일부터 한 달간 직접 현장을 뛰어보는 건 어때? PESTLE 분석도 하고, 시장도 직접 보고. 더 나아가 알바도 해볼까?"





1. 개인의 성장 환경과 창업 환경의 유사성


나의 학창 시절은 우울함이 깃든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고, 외모도 좋지 못해 친구 사귀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스크림을 사주면서 쫓아다녀야만 겨우 말동무가 생기곤 했던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쓰리다.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했지만, 현실은 더욱 냉혹했다. 공부를 못하면 다른 재능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운동도, 공부도, 외모도 모두 평균 이하였다. 이런 환경 속에서 자연스레 성격은 점점 더 내향적으로 변해갔고,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삶은 점차 고립되어 갔다.


이러한 상황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평가 기준은 운동, 외모와 같은 외적인 면에서 점차 성적 중심으로 옮겨갔다. 더욱 아이러니했던 것은,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다른 영역(게임, 스포츠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는 점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이를 지켜보는 것은 불공평을 넘어 깊은 자괴감마저 들게 했다. 결국 모든 것에 대한 흥미와 의욕을 잃어갔고, 그들과의 관계는 자연스레 멀어져 갔다. 흔히들 말하는 '끼리끼리'라는 말이 공감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토록 격차를 벌어지게 만들었을까? 나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지만, 그 중심에는 '가정환경'이라는 하나의 프레임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좋은 부모와 안정된 가정환경에서는 긍정적인 자녀가 성장한다는 것. 이는 단순한 속설이 아닌 실증적 연구를 통해 입증된 사실인데, Hart & Risley(1995)의 연구[1]에 따르면, 전문직 부모 가정의 자녀는 저소득층 가정 자녀보다 약 3,000만 단어를 더 많이 접하게 되며, 이는 인지발달과 학습능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물론 기질과 동기라는 환경 변수로 인해, 좋은 환경에서도 부정적인 결과는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보편적 상황이 아니므로, 좋은 가정환경에서 좋은 자녀가 성장한다는 논리는 여전히 높은 공신력을 가진다.


지금쯤이면 독자들은 의아해할 수 있다. "사업계획서 작성 전략을 다루면서 왜 갑자기 유년시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일까?"라고 말이다. 이것이 시장조사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독자들도 이미 눈치채셨으니라 생각한다. 지금부터 이 둘의 상관관계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앞서 살펴본 가정환경과 자녀의 관계는 창업 생태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예비 스타트업을 자녀라고 가정한다면, 이들 역시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크게 갈린다. '빌 게이츠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망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단순한 농담처럼 들리지만, 이는 외부 환경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다.



2. 시장 선택과 창업의 성패


창업의 외부 환경은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다. 사무실, 동료, 멘토, 창업 네트워크, 성공 기업, 시장 타깃, 투자사 등이 그것이다. 마치 식물이 비옥한 토양에서 더 잘 자라듯, 에너지 밀도가 높은 환경에 있을수록 창업팀의 성장 확률과 속도는 높아진다. 이 중에서도 시장분석은 특히 중요한 외부 환경 요인이다.


시장 선택은 마치 윈드서핑과도 같다. 서퍼가 어떤 파도를 타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듯, 스타트업도 어떤 시장을 타깃으로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미래 성장성이 높은 시장을 선택하면 더 큰 매출 파이를 차지할 수 있지만, 성장성이 낮은 시장에서는 작은 파이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따라서 시장 선택은 창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3. 효율적인 시장조사와 분석 방법론


하지만 현실에서 마주하는 예비 창업팀들의 모습은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내가 만나본 수많은 팀들 중 시장분석을 제대로 수행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대부분은 정부지원사업 선정이라는 단기적 목표에만 집중한 나머지, 구글에서 관련 자료를 급하게 검색해 적당히 디자인만 예쁘게 꾸며 붙여 넣기 하는 수준에 그친다. 심지어 시장과 전혀 관련 없는 자료를 무분별하게 복사해 넣는 팀도 있었다. 이런 안일한 준비는 발표평가 단계에서 큰 문제가 된다. 특히 시장성을 중요하게 보는 심사위원을 만났을 때 그 한계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부분의 팀들은 사업계획서에 적힌 내용을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 심도 있는 답변을 하지 못한다. 결국 이런 불충분한 대응은 다른 심사위원들의 추가 지적사항으로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감점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맞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장조사를 위해 창업팀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크게 네 가지 방향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첫째. 타깃 시장을 직접 눈으로 관찰하자. 

둘째. 그 시장을 몸소 체험하고 경험하자. 

셋째. 시장분석이 막연하다면 PESTLE, TAM-SAM-SOM 등과 같은 비즈니스 방법론을 활용하자.

넷째. 퍼플랙시티(https://www.perplexity.ai/)와 같은 리서치 전문 AI를 활용하여 더 많은 자료를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자.(단, 교차분석을 권장한다)


시장조사 및 분석은 사업의 5할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요소다. 이는 단순한 자료 수집을 넘어, 우리의 포지션을 재정립하고 사업 아이템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핵심적인 셀링포인트를 발굴하는 과정이다. 특히 이렇게 발견한 셀링포인트가 고객의 니즈와 만나는 순간, 우리의 제품과 시장이 하나로 수렴하면서 PMF(Product Market Fit)가 완성된다.


이러한 현장 경험과 시장조사는 사업계획서 작성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마치 여행 후기를 쓸 때 실제 경험했던 맛집은 음식의 풍미와 분위기까지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지만, 인터넷 검색만으로는 메뉴 설명 이상을 쓰기 어려운 것처럼. 탄탄한 현장 경험이 뒷받침된 사업계획서는 시장에 대한 깊은 통찰과 실현 가능한 전략을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다.


결국 성공적인 창업을 위해서는 철저한 시장조사와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마치 등산가가 정상을 오르기 전 지형을 파악하고 날씨를 확인하는 것과 같다. 충분한 준비와 분석 없이는 창업이라는 험난한 여정을 헤쳐나가기 어렵다. 따라서 예비 창업자들은 시장조사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보다 견고한 사업의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1] Meaningful Differences in the Everyday Experience of Young American Children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6283906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9085447


이전 26화 작성 전략 8: 사업계획서가 어렵다면 PT준비부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