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벤처, (예비) 사회적 기업은 어떻게 작성해야 할까?
본서는 일반적인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설명하는 안내서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많은 팀들이 외부환경이나 내부환경의 변화로 인해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을 고민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다. 특히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와 혼란이 적지 않았기에, 여기서 잠시 사회적 기업의 예비창업 단계에 대해 간략히 짚어보고자 한다.
이전 챕터에서 우리는 PSS'T가 창업 단계에 따라 어떤 흐름으로 설명되어야 하는지, 또 작성 관점에 따라 내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보았다. 하지만 여기에 추가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조직의 형태를 표상하는 컨셉이다. 스타트업, 소셜벤처, (예비)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조직의 형태에 따라 사업계획서의 성격과 관점이 달라진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 1] 사업계획서 작성 전략 시트'와 이를 요약한 '[그림 2]'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만약, '[그림 1]'이 복잡하다면, '[그림 2]'를 기준점으로 삼아보자. 이를 통해 보다 쉽게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결국, 일반적인 정부지원사업의 PSS'T는 이렇게 해석된다.
P(필요성과 시장성): When, Where, Why를 통해 시장 상황과 문제의식을 설명
S(아이템과 운영계획): What을 통해 해결책과 실행방안을 제시
S'(경영계획): How와 How much로 구체적인 성장 전략을 수립
T(HR과 기업문화): Who를 통해 실현 가능한 조직을 설계
자,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림 1]'의 '사업계획서 작성 전략 시트'를 그대로 활용하면 될까? 만약, 우리 팀이 처음에는 일반 스타트업을 목표로 했다가 소셜벤처나 사회적 기업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면 어떨까? 이때 '사업계획서 작성 전략 시트'를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왜냐하면 이 시트는 사회적 기업의 특수한 관점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비)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사회적 협동조합은 일반 스타트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이들은 소셜미션 중심의 사회서비스(취약계층) 실적과 지속 가능한 매출이라는 두 가지 핵심 요소를 동시에 추구한다. 즉, 소셜미션을 통한 사회서비스가 주된 목표가 되고, 이를 지속하기 위한 수익 창출이 그다음 목표가 된다. 일반 스타트업과 비교하면 주요 목표와 부차적 목표가 뒤바뀐 셈이다.
이는 실무에서 봤을 때, 매우 도전적이면서 어려운 과제다. 실제로 많은 사회적 기업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라는 얘기'라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사장학 개론>의 저자 김승호 회장도 이런 맥락에서 사회적 기업을 다소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순수하게 매출에만 집중해도 성공이 쉽지 않은데, 사회서비스라는 또 다른 목표까지 고려하다 보면 에너지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
정부는 이러한 사회적 기업의 애로사항을 보완하고자 지원금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금은 때론 독이 되기도 한다.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관성이 생기면서, 적극적인 매출 증대나 도전적인 성장보다는 안정적인 지원금 확보에만 집중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타트업 역시 투자지원금이라는 측면에서 유사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사회적 기업이 소셜미션이라는 가치 실현을 최우선으로 삼는 반면, 스타트업은 매출과 성장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향해 달린다. 결국 수익이라는 강력한 동기를 가진 스타트업이 사회적 경제 영역보다 더 강한 추진력을 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소셜벤처나 사회적 기업을 지향할 때, 사업계획서의 초점을 어떻게 맞춰야 할까? 앞서 언급했듯이 핵심은 소셜미션을 중심으로 한 사회서비스 제공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매출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곧 기존 스타트업 사업계획서의 우선순위가 재조정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사업계획서의 PSS'T 구조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들이 조정되어야 할까?
'[그림 3] 사회적 기업형 사업계획서 작성 전략 시트'를 살펴보자. 소셜미션, 문제 해결 포인트, 지속 가능 전략, 사회서비스 활동계획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들이 추가되면서, 기존 PSS'T의 무게중심이 소셜미션 쪽으로 이동했다. 즉, 순수한 매출 중심에서 '사회서비스+매출'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에너지가 분산된 것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처음부터 사회적 기업을 목표로 한 팀들은 자연스럽게 소셜미션을 먼저 수립하고 그다음 매출 계획을 고민한다. 반면 이윤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은 온전히 수익성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결국 양쪽 모두 난관에 부딪힌다. 사회적 기업 지향 팀은 소셜미션과 사회서비스 실적은 우수하지만, 정작 매출 발생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매출이 우선순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스타트업에서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팀들은 소셜미션 도출 과정에서 고전한다. 영업과 매출에만 익숙한 나머지, 사회서비스를 단순한 기부나 봉사 정도로만 이해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사회서비스 실적 인정 기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많은 스타트업 팀들이 기부를 사회서비스로 착각하지만, 실제 행정 기준에서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만을 인정한다. 즉, 아무리 좋은 사회서비스라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만난 많은 스타트업 팀이 바로 이런 관점의 차이에서 혼란을 겪곤 한다. 참고로 취약계층의 범주는 아래와 같다.
# 취약계층
수급권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국가유공자, 한부모가족, 농어촌주민, 다문화가족, 북한이탈주민, 아동복지시설 보호아동, 성매매 피해자, 성폭력 피해자, 청소년, 갱생보호대상자, 출소 후 6개월 미만 수형자, 노숙인, 쪽방거주자, 가정폭력 피해자, 장기실업자, 여성가장, 고령자(만 55세 이상),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장애인, 위기청소년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뚜렷한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한쪽은 매출 창출 방안에만 집중하고, 다른 한쪽은 사회서비스 실적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정립하지 못한다. 더 놀라운 것은 사회적 경제의 각 기관 담당자들조차 이러한 개념을 혼동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균형'이다. 사회적 기업을 처음부터 목표로 했든, 스타트업에서 전환을 고민하든 간에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소셜미션과 기업미션은 동시에 수립되고 추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기업가정신의 사전적 정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가정신이란 '기업의 본질인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의 수행을 위해 기업가가 마땅히 갖추어야 할 자세나 정신'이다(출처: 두산백과).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이윤 추구가 첫째, 사회적 책임이 그다음에 언급된다는 점이다. 이는 영리 기업이든 아니든, 이윤 추구가 우선이 되되 사회적 책임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비행기가 양쪽 날개가 있어야 날 수 있듯이, 기업도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날개가 필요하다. 물론 조직의 성향과 목적에 따라 두 가치의 비중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이러한 지표는 그러한 균형 잡힌 시각을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의 핵심은 결국 '균형'과 '방향성'이다. 한 조직이 순수한 영리만을 추구하거나, 반대로 사회적 가치만을 좇는 것은 지속 가능한 방향이 될 수 없다. 예비 창업자들은 이 점을 명심하고, 자신의 조직에 맞는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균형점을 기반으로 사업계획서를 재구성할 때, 비로소 설득력 있는 계획이 수립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