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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JiYou Jul 04. 2022

모르는 사이 (3)

3화. 기억.. 안나?

[줄거리]

엄마와 통화하다 옛 추억에 잠기는 희영. 엄마가 행복하면 된 거라 생각하고 애써 떠오른 기억을 떨쳐내려는데 윤재에게서 전화가 온다. 지금.. 나오라고?


[등장인물]

희영 (22, 회상씬 16)

강윤희 (47) : 희영의 엄마. 전직 피아니스트. 현재는 카페 사장. 현명하고 쿨한 성격.

루이 (회상씬 16)



E. 장면 전환 희영의 자취방

E. 이불 킥하는 희영


희영 (N) : (이불 킥) 아... 우씨... 결국 전화번호를 넘기고 말았다.. 나 왜 매번 걔한테 말리는 거 같지? 일단.. 처음 봤을 때부터 망했어. 처음 시선을 마주쳤을때 내가 먼저 고개를 돌리질 못했다... 그것도 멍하게 아주 오랫동안 쳐다본 거 같은데... 아.. 쪽팔려... 뭐에 홀렸던 거 같기도 하고.. 아, 그땐 다시 볼 줄 몰랐지.. 그냥.. 너무 잘 생겨서 그랬나? 그래. 눈요기는 할 수도 있잖아 사람이...  후... 그 여자랑 헤어질 때도.. 나도 모르게 자꾸 흘끔거렸던 거 같다.. 아.. 쪽팔려.. 나 분명히 쉽게 보인 거야.. 그러니까 자꾸 이렇게 들이대지.. 하.. 짜증 나.. 


E. 전화 울리는 소리


희영 : 어.. 엄마다..


E. 전화받는 소리


희영 : (반갑게) 여보세요.


윤희 (F) : 희영아, 엄마야. 


희영 : 응, 엄마!


윤희 (F) : 집에 좀 안 와?


희영 : 어..? 아, 가야지.. 


윤희 (F) : 너 좋아하는 반찬들 만들어 놓을게, 한번 들러.


희영 : 어... 엄마. 미안해..


윤희 (F) : 응?


희영 : 아니.. 자주 못 가서.. 


윤희 (F) : 아니야.. 엄마가 너 왜 안 오는지 다 아는데 뭐..


희영 : 엄마...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윤희 (F) : 다비드.. 아직도 많이 불편하지..?


희영 :... 엄마...


윤희 (F) : 그래, 아니다.. (오히려 밝게) 우리 딸 밥 잘 챙겨 먹고 다녀, 알았지?


희영 : 으응..


윤희 (F) : 너 올 때 다비드 집에 못 들어오게 할게.


희영 : 엄마.. 그러지 좀 말라니까.. 


윤희 (F) : (웃음) 그래, 알았어. 그럼 이만 끊을게. 또 통화 하자.



희영 (N) : 프랑스로부터 날아온 엄마의 반쪽인 다비드 아저씨는 참 친절한 분이고 유머러스한 분이다. 말 그대로 엄마한테 딱 맞는 사람.. 그분께 나쁜 감정은 절대로 없다. 오히려 엄마를 위해 다행이고,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프랑스에서 엄마는 인생의 중요한 걸 하나 잃은 동시에 하나를 얻어왔다. 마치 불행과 맞바꾼 인연처럼.. 다비드 아저씨는 엄마의 인생으로 들어왔다. 반면 나는.. 프랑스에 무언가를 두고 온 것 같은 느낌..




[회상]

M. 이국적이고 노스탈지 한

DIS. 파리로 장면 전환. E. 길거리에서 아코디언 연주 소리

E. 둘이 걷는 소리


루이(16) : 학교에서 또 누가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


희영(16) : 너한테?... 왜?


루이 : 내가 다 패줄 거야.


희영 :.. 응?


루이 : 너.. (사이) 눈이 참 예쁘다. 


희영 :.. 뭐야... 수작 부리지 마.


루이 : (웃는다) 간식으로 크로와상 먹으러 갈래?


희영 : 난 빵 오 쇼콜라가 더 좋아.


루이 : 그래. 그럼 그거 먹으러 가자.


희영 : 너.. 오늘은 아버지 병원 안가?


루이 : 아.. 이제 안 가도 돼. 내가 더 이상 할 일이 없을 거 같아.


희영 : 그래? (뭔가 떠오른 듯) 아, 맞다. 나 다음 주 콩쿨 있어서 학교 못 나올 거야.


루이 : 알아. 


희영 : 뭐?.. 어떻게?


루이 : 나 거기 따라갈 거거든. 너 응원하러. 


희영 : 뭐라구? 니가 그걸 어떻게 알고?


루이 : 전에 신청서 써서 내는 거 봤어. 날짜랑 장소 벌써 다 외워뒀지.


희영 :.. 학교는?


루이 : 결석할 건데?


희영 : 뭐야.. 너 성적 좀 좋다고 학교 수업을 이제 아주 만만하게 보냐? 의사 아버지 실망시키지 말고.. 너도 공부 열심히 해서 아버지처럼 의사 되어야 될 거 아냐!


루이 : 뭐? (어이없이 웃으며) 그런 게 어딨어? 그럼 넌 너네 어머니가 피아니스트라서 피아니스트가 되려고 하는 거야?


희영 : (정곡 찔림).. 어?... 아, 아니.. 그건.. 아니야.


루이 : 그러니까. 내 아버지 인생은 아버지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인데. 내가 꼭 아버지처럼 의사가 될 필요가 있어? 난 다음 주에 내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 생겨서 수업에 빠지는 거거든. 빠질만하니까 빠지는 거라고. 미리 계획을 세워서. 너처럼.


희영 : 치.. 암튼.. 말로는 못 당한다니까..


희영 (N): 엄마도 같이 못 가게 되어서 혼자 가는 거 별로였는데.. 히.. 잘 됐다.. 짜식.. 진짜 좀 쓸만하네?.. 오늘 간식은 내가 쏴야겠다. (웃음) 


E. 멀어지는 걸음 소리


[회상 끝]

음악 F.O.



희영 (N) : 엄마와 나는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엄마는 피아니스트다. 아니, 피아니스트였다. 나도 엄마처럼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서 엄마를 따라 일찍부터 유학을 간 거다. 그게 나의 꿈이라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2년 뒤, 엄마는 유럽 연주 투어 중 사고로 손가락을 다쳤고, 십 년 계획으로 잡혀있던 연주 일정이 모두 취소되었다. 동시에 엄마의 피아니스트로서의 커리어도, 나의 유학생활도 끝이 났다. 




[회상]

E. 장면 전환. 거실에 희영과 윤희가 앉아서 얘기한다.


윤희 : 희영아.. (설득한다) 너는 그냥 계속 남아서 공부해. 너한테 좋은 기회잖아.


희영(18) : 엄마.. (뜸 들인다) 엄마 잘 알잖아..


윤희 :..


희영 : 난... 엄마만큼.. 재능이.. 없잖아..


윤희 : 희영아, 재능은..


희영 : (O.L) 알아.. 재능은 아무 소용없댔지? 노력을 이길 수 있는 재능은 없다고 엄마가 맨날 그랬잖아.


윤희 : 그래, 맞아. 희영아.. 노력하면 돼, 너 가능성 있어, 노력하면 분명히...


희영 : (O.L) 그런데.. (어렵게) 왜 노력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윤희 :...


희영 : 나도 피아노 좋아.. 그런데.. (울먹인다) 난 엄마처럼.. 그렇게 평생 노력할.. 자신이.. 없어.. 엄마..


윤희 : 희영아..


희영 (N) : 그리고.. 그래 봤자.. 이렇게 손 다치면... 끝나는 거잖아.. 엄마.. 엄마는 지금 전부를 잃었잖아... 나 너무 무서워..


윤희 : (한숨) 희영아.. 그럼, 엄마랑 다시 한국 갈까?


희영 :... 응... (눈물 또르르) 한국 갈래.. 엄마랑... 




E. 장면 전환. 루이와 희영 파리의 어느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


희영 : 루이.. 나.. 한국 가기로.. 결정했어.


루이 : 어째서.. (E. 희영의 두 손목을 잡는다) 나는 너한테 아무것도 아니야? 


희영 : 그게 아니야.. (사이)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잖아.. 


루이 : 왜 없어? 하.. 할 수 있는 거 찾으면 되지.. 나 안 보고 싶겠어?


희영 : 당연히 보고 싶겠지..


루이 :... 그럼 가지 마..


희영 : 루이.. 


루이 : 가지 마.. 


[회상 끝]

E. 장면 전환. 희영의 자취방




희영 : (애써 생각을 떨쳐내려 한숨) 엄마가 참 행복해 보인다.. 그럼 된 거야. 그럼 됐지.. (E. 일어나서 팔을 쭉 뻗으며) 아~~ 나도 좋다. 너~~ 무 좋다!


E. 전화가 울린다


희영 : (전화 울리는 쪽으로 E. 걸어가 전화 E. 잡으며) 어..? 모르는 번혼데.. 누구지?


E. 전화받는 소리


희영 : 여보세요?


윤재 (F) : 유희영? 


희영 (N) : 이 목소리는..


윤재 :..


희영 : 정윤재?


윤재 (F) :  잠깐.. 나올래?




E. 장면 전환. 골목. 윤재의 운동화를 신은 윤재의 발이 보인다

E.  땅을 툭툭 차는 소리. 밤 풀벌레 소리


희영 (N) : 어둑한 저녁. 가로등 불 아래 정윤재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땅을 차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훌쩍 큰 키에 맑은 눈을 가진 윤재는 내가 다가가자 고개를 들고 웃었다.


E. 희영이 몇 발자국 다가오고 멈추는 소리


윤재 : 왔어?


희영 : 뭐야.. 너 진짜 스토커냐? 집도 알고..


윤재 : 집은.. 몰라. 근데 전에 여기서 만났었잖아.


희영 : 아.. 그랬지.. 근데 나 왜 불렀어?


윤재 : 내가 그때 말한 거.. 생각해 봤어?


희영 : 뭐?.. 아... 그거...


윤재 : 응.


희영 : 야 근데. 너 그거 진심이야? 


윤재 : 뭐가?


희영 : 나랑 사귀자고 한 거.


윤재 : 그럼, 진심이지.


희영 : 너 여자 친구랑은 왜 헤어졌는데?


윤재 :... 


희영 : 물론. 내가 그때 너네들의 대화를 듣긴 들었지. 아, 근데.. 그래서 니가 나한테 이러는 게 진짜 이해가 안 가서 그래. 


윤재 : (웃는다)


희영 : 아니, 얘가 또 웃네. (사이) 야, 말해봐. 그 여자랑 그런 이유로 헤어졌으면, 나도 만나면 안 되지.


윤재 : 왜? 왜 만나면 안 되는데?


희영 : 얘 좀 봐라? (황당) 야! 허... 야 내가 너의...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이야......


윤재 : (웃는다)


희영 : (버럭) 너 그만 좀 웃어, 나사가 풀렸냐?


윤재 : 뭐? 하하하


희영 : 어어?


M.  두근거리는


윤재 : 너.. (E.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며 희영의 두 팔을 E. 살며시 잡는다) 나 기억 안 나?


희영 (N) : 정윤재가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더니 내 두 팔을 살며시 잡았다. 윤재의 그 돌발적인 행동에 나는 당황했지만, 순간 두근거리고 말았다.


희영 : 어..... 어?


윤재 : 나... 기억.... 안나냐구?


희영 : 기억...?



M. 엔딩 음악 O.L 되며  끝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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