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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유JiYou Aug 15. 2022

인생은 선물, 선물은 시간

현재를 사는 것이야 말로 영원을 향한 일이다. 선물처럼 주어졌지만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은 '시간'을 온전히 갖는 것이다. 이것은 명백하다.


막연한 불안감은 불확실한 미래를 떠올리기 때문에 생긴다.

후회나 그리움은 지나간 과거에 사로잡히기 때문에 생긴다.

이런 감정에 빠져들면 나도 모르는 사이 시간이 가버리고, 한 일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져 기운 빠질 때가 있다. (열심히 일도 했고, 밥도 챙겨 먹었고, 쇼핑 따위도 한 것 같은데 무언가 그냥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버린 것 같을 때가 있지 않나 왜.. 괜히 잠도 안 오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기꺼이 하면. 그러니까 현재를 살면 무언가를 몰두해서 한 시간을 했든, 하루 종일 했든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문득 시계를 보면 생각보다 소비한 시간이 많지 않고, 남은 시간이 아직 많다는 데에 놀라게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또는 혹 어떤 일에 몰두하다 밤을 꼴딱 새웠거나 휴일을 온전히 그 일에 바쳤다고 해도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경험을 할 때도 있다.


오늘 4박 5일의 여행을 마치고 느지막이 집으로 돌아와서 바로 짐을 풀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주방과 화장실을 쉬엄쉬엄 청소해 보았는데, 다 마치고 나서 깜짝 놀랐다. 아직 잘 시간이 아니었다. 오늘이 아직 여유롭게 남아있었다. 짐 풀기와 청소를 내일로 미루고 잡생각에 사로잡혔다면.. 지금 이 글을 쓸 수 있는 시간도 없었겠지.. 금방 잘 시간을 훌쩍 넘기고 새벽이 되어있었을 테니까.. 이것도 경험을 해보아서 짐작할 수 있는 거다.


이번 여행이 나에게 현재를 살아야겠다는 멋진 아이디어를 번쩍이게    같다. 평소에도 생각해보았을 수도 있지만 이번엔 특별히 구체적이었다. 아마 여행 중에 읽은 책들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특히 스크루 테이프의 편지.. 읽다 보면 조금 무서워지는데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 악마는 사람을 이렇게 생각하고 조정하는구나' 하고 상상하게 되니까. 그리고 떠오르는 몇몇 개인적인 경험들을 반성하고 정신 똑바로 차리자고 다짐하게   같다.


함께 여행한 시부모님도 같은 맥락의 영감을 주셨다. 매번 함께 보낼 때마다 느낀다. 시부모님은 나의 롤모델이다. 그들처럼 인생을 살고 싶다. 딱 현재를 즐길 줄 아는 분들이라는 걸 이번 여행에서 확실히 느꼈다. 작은 일에도 감동하고 감사할 줄 아는 분들이고, 남들에게 베푸는 것을 기꺼워하는 분들이다. 늘 깔끔하고 단정하고 좋은 규칙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규칙들에 연연하지는 않는 것 같다. 생각과 마음이 여유롭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누구를 만나든 할 수 있는 얘기들이 있다. 즉,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을 좋아하신다. 많이 웃고, 가족과 친구들의 소중함을 (그냥 아는 정도가 아니라) 믿는다. 서운함을 오래 품지 않고, 이야기를 꺼내면 눈물이 날만큼 가슴 아픈 기억들도 가지고 있음에도 거기에 얽매이지 않으며 더 나은 상황을 만들고자 행동한다. 이게 제일 마음에 든다. 행동한다. 이분들은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한다. 여유롭지만 게으르지 않은 거다. 나도 내 남편도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현재를 기꺼이 사는 사람.


인생은 선물이고, 그 선물은 시간이다. 곧 시간이 인생이다.

선물처럼 내게 주어진 지금 이 시간을 감사히 잘 사용하며 살자. 남들과 나누면서 살자. 나만을 생각하며, 내 생각에만 사로잡혀 보내지 말자.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결국 어디엔가 쓰일 거라는 거, 누군가와 나누게 될 거라는 거, 이게 바로 삶의 의미라는 거 인정하자. 내 마음 한편에 늘 알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늘 부정하고픈 그 사실을 받아들이자. 부정하고픈 건 그냥 게을러지고 싶어서일 수도 있으니까. 아니면 책에서 말한 것처럼 악마가 인간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렇게 생각하게 하려고 꼬시는 걸 수도 있고. 삶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에 딱히 명분이나 이유가 없거든. 납득이 가지 않는데 납득이 되는 건 게을러서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생은 현재를 살며 내가 쌓은 시간들 속에서 싹튼 것들을 남들과 나누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게 크든 작든, 많든 적든, 뛰어나든 그저 그렇든 그런 건 중요하지가 않다. 내가 나를 위해 쓴 그 소중한 시간들이 중요하다. 그 시간이 중요한 만큼 나 아닌 모든 것들과 함께 나눈 시간들도 소중해진다. 그 시간들도 결국엔 내가 사는 현재가 될 테니까. 계속 현재를 살아야 과거도 존재하는 거고 미래도 생기는 것이다.


인생은 선물이고, 그 선물은 시간이다. 곧 시간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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