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인 멘토링으로 신입 편집자와 몇 번 상담한 경험이 있다. 전화로 30분 대화하고 3만 원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받는다. 선배 편집자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그런 게 있냐고 되묻는다. 내가 외주 편집자로 일하기 팍팍해할 때마다 이것저것 알려주던 선배다.
"앗 흐흐, 선배님께서 제게 해주신 말들은 시간으로계산하면 다 못 갚을 것 같아요. 제가 포인트 환전해서 맛있는 거 사드릴게요."
오늘 만나러 간다.
'멘토'의 유래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집안 일과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그의 친구인 멘토에게 맡긴다. 오디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오기까지 무려 10여 년 동안 멘토는 왕자의 친구, 선생, 상담자, 때로는 아버지가 되어 그를 잘 돌보아 주었다. 이후로 멘토라는 그의 이름은 지혜와 신뢰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 주는 지도자의 동의어로 사용되었다.
(출처ㅡ박문각, 시사상식사전)
문득 저 유래가 생각났다. 거칠게 풀어보자. 아빠는 전쟁터에 나갔고, 아들은 무방비 상태로 남겨졌다. 멘토는 이런 상황에서 필요했다. 아들은 멘토의 말에 귀 기울여야 무사하고 안녕하다. 멘토를 찾는 이들의 마음속에는 어쩌면 전쟁터의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 "저 이제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묻는다면, 그 마음속도 한번 들여다봐야지. 이전의 나는 30분이라는 시간에 쫓겨 고칠 곳 말해주기도 바빴다.
내게 상담받은 이들은 어쩌면 낙담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저기를 고치라고? 아, 이걸 모르고 헛고생했구나. 언제 다시 쓰나.'
그중 타이핑하며 듣던 한 사람만 좀 힘찬 목소리였다.
"고칠 게 많네요. 근데 이제 방향을 확실히 알겠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제일 나았다. 셋이 같은 곳에 지원한다면 그가 뽑힐 듯. 자기 가능성을 믿는 사람이 잘하게 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