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퇴근하겠습니다."
스물아홉, 나는 하루 종일 이 두 마디만 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 석사, 박사들로 구성된 스타트업.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음파로 정보를 전달하는, 세상에 없던 기술을 만드는 곳이었다. 혁신적이고 미래적인 회사. 그런데 왜일까. 나는 그곳에서 유령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무실을 가득 채운 서울대 공대 출신 남자들 그중에 여자는 나 혼자였다. 각자의 모니터만 응시하고 있던 그들에게 나는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아니, 어쩌면 내가 그들과 먼저 벽을 쌓았는지도 모른다. 점심시간이 되면 나는 조용히 자리를 뜨고, 싸가지고 온 점심 도시락을 먹었다. 자발적 왕따. 스스로 선택한 고립.
어느 날 일하다 문득 창밖을 내다보며 채용제안 메일을 받았던 시간이 떠올라 깊은 사색에 잠겼다.
"나 뭐 하는 거지? 나 이러려고 이곳에 왔나?"
아산의 중견기업 회계팀에서 일하던 어느 날, 메일 한 통이 왔다. 자유롭게 웃고 있는 직원들의 사진과 함께 "우리와 함께 세상을 바꿔보지 않겠어요?"라는 메시지. 직원들의 밝은 모습에 끌려 나는 강남에 있는 자유로운 스타트업을 택했다.
내가 합류했을 때는 직원 둘한 명 한 명이 퇴사하고 있었다. 음 뭐지? 싶었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오래도록 일하고 싶었다. 2억 원 정부지원과제를 따오고, 3억 원 투자유치가 되었을 때는 이제 이 스타트업은 정말 성공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시장의 냉담한 평가로 하는 영업마다 잘 되지 않자 냉기로 가득한 사무실이 되고 말았다. 그곳에서 나는 결심했다.
서른이 되기 전, 9월.
더 늦기 전에 나는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보겠노라고. 이제 그만 창살 없는 감옥에서 벗어나자고. 나는 결국 더 이상 직장 생활하지 않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