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합동 훈련을 통해 알게 된 마음의 사실
두 개의 운동 대회를 앞두고 있다. 서대문구청장배 수영대회 그리고 춘천 마라톤. 공교롭게도 둘 다 약간의 '강제'가 포함된 대회다. 은사님의 권유로 그리고 사촌동생의 꼬드김으로 각각 준비가 시작되었다. 타의로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열심히 준비 중이다. 달리기는 어느새 내 주력 운동으로 자리 잡았고 앞으로도 꾸준히 해보며 결과를 내보겠노라고 다짐하고 있다.
대회를 준비하다 보니 누군가와 함께 운동할 일이 생긴다. 특히 힘든 훈련이나 기록을 재는 것은 혼자 하기가 정말 벅차기 때문에 동행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최근에 수영 팀 합동훈련을 했고, 연세대학교 트랙에서 인터벌 트레이닝 번개에 참여했다. '힘드니까 함께 해야지. 함께 하면 좀 낫겠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런 마음으로 참여했던 함께하는 운동. 그런데 여기서 큰 깨달음을 얻는다.
트레이너를 하면서 줄곧 코치로서의 가능성에 집중했다. 플레이어로서, 선수로서는 재능이 없으니 '나는 가르치는 일이 좋아서 이 직업을 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파워리프팅도 대회를 출전했지만 누구와 경쟁하기보단 나와 경쟁한다고 생각하고 즐겼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나를 가두고 있던 생각임을 이번 훈련들을 통해 발견했다.
수영 기록을 쟀다. 10년 만에 기록이라는 것을 쟀다. 옆에 있는 팀원에게 당연히 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출발. 그런데 비슷하게 가더라. 지고 싶지 않았다. 액셀을 세게 밟았다. 생각보다 잘 나가는 내 몸. 그리고 느껴지는 희열. 내 기록과 상관없었다. 그저 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몸에 전율이 일었다.
인터벌 트레이닝을 나와 10k 기록이 비슷한 분과 함께 진행했다. 1라운드, 2라운드. 회복 구간에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우리는 생각보다 편안하게 달렸다. 5라운드, 6라운드. 더운 날이지만 나는 시원했다. 하지만 함께 하는 분의 숨소리는 점점 거칠어졌다. 내 입엔 미소가 번졌다. 이런 생각이 참 웃기지만 '내가 이겼다.'라는 생각을 했다. 10라운드까지 잘 마무리하고 마지막 1km 기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리며 힘들지만 마음으로 웃었다.
사실 나는 누구보다 경쟁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 축구를 하다가 지면 울었고, 중고등학교 때 야구를 하다가 지거나 불만스러운 판정을 받으면 헬멧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고등학교 농구 시합을 지고 났을 땐 며칠 간 패배를 잊지 못했다. 군대 농구 대회를 준비할 때도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고 대학생 때는 야구 시합을 위해 손이 까져라 연습하고 주전으로서 활동하는 나를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트레이너가 되고 나서 이런 나는 사라졌다. 누군가를 서포트하며 선수가 잘 되길 빌어본 경험뿐이었다. 내 운동은 경쟁 밖이었다. '나는 운동을 최고로 잘하지 않으니까 잘 가르치는 거야.'라고 말했다. 언제는 플레이어로서 최선을 다하는 트레이너들을 비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다. 그저 질투였다는 것을 이젠 안다.
운동하는 마음에 불이 지펴지기 시작했다. '경쟁'과 '승리'가 나에겐 '꾸준함'의 요소 중 하나로 역할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많은 사람들도 자기 안에 있는 경쟁하는 마음, 승리를 쟁취하려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지고 싶지 않은 것은 본능에 가까운 것일지 모르니까. 그리고 그것이 꾸준한 운동 그리고 우리의 건강을 향한 길 중 하나일지도 모르니까.
꾸준히 성장하며 마주치는 승부를 피하지 않기로 한다. 거기서 최대한 나 혹은 타인을 이겨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져도 괜찮다. 다시 일어서서 도전하는 마음을 가져볼 것이다. 그렇게 나는 꾸준하게 운동할 것이다. 치열하지만 힘들지만 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