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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Jan 09. 2024

같이 고민하는 리더가 되자.

1. 성과 발표 시간이 지난 뒤 상사의 피드백을 받았다. 맞는 말이고 적절한 지적이었다. 그가 언급한 문제 제기에 지극히 공감하였다. 읽다 보니 좋은 조언인데 어딘가 찜찜한 기분은 무엇이지? 내 맘에 들지 않았던 건 ‘이성적 적절함’ 그 이상이 없었던 부분이었다. 파트의 리더로서 내가 문제조차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라면 모를까. 필요한 건 솔루션이었다. 열심히 해 보시죠, 이런 점잖은 말보다는.


물론 리더의 덕목 중 하나는 답이 아니라 질문을 잘하는 것이라 하였다. 그 말에 동의한다. 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라, 물가에 데려가는 역할이라 한다. 보스가 아니라 리더가 되려면 쉽지 않다. 세상엔 하도 자기 답만 강요하는 (보스 기질의) 리더가 많으니 질문과 경청의 키워드가 중요하다. 그런데 나도 꽤 오랜 기간 어느 누군가의 리더로 있다 보니, 리더는 질문과 함께 ‘같이 고민해 주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고민은 상당히 구체적인 수준으로 내려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저 성과만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커리어를 진지하게 상담할 수준까지 말이다.


2. 조금 다른 이야기 하나. 언젠가 후배에게 요즘 일 처리가 늦는 것 같다고 피드백을 주었다가 혼쭐이 났다. 업무 보고에 올라오는 내용을 보니 진행이 잘 안 되고 있다고 생각해서 말했던 것인데, 그는 조용히 나를 불러서 '이번 주에 이러이러하게 진행되었고, 그 결과가 이렇게 되었으며, 다음 주엔 어떻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걸 들으며 등줄기가 서늘했다. 아, 쪽팔려. 글로 적힌 보고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막연히 잘 안되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으로 말한 것이 틀렸던 것이다. 그는 데이터로 얘기했다. 나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미안하고 (정확히 알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3.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않은 채 정황 상 열심히 해, 더 잘할 수 있어,라는 지적은 실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족하면 무엇이 부족한지 콕 집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피드백이 제대로 전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가능성이라고 표현한 것은, 안타깝게도 우리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기 쉬운 까닭이다). 구체적으로 고민하지 않으면 아까처럼 심증으로 지적질하는 무능한 리더가 될 것이니.


4. 그럼 콕 집어 주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막연한 좋은 말에 그치지 않도록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증거라니 뉘앙스가 짐짓 무서워 보이는데, 흠집을 잡기 위함이 아니라 관심을 보이라는 뜻이다. 증거의 수집은 관심에서 시작한다. 심증보다는 물증을 찾아야 한다. 리더라면 구성원에게 그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지 않겠나. 나도 최근 구성원 면담을 위해 지난 몇 개월의 결과물(물증, 데이터)을 보고 리더인 내 입장을 정리했다. 연간 목표를 다시 확인하고 잘되고 있는 것, 지켜지지 않은 것을 분류해서 다음 작업을 먼저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리더의 판단은 이러한데 담당자 입장에서 문제는 없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다.


피드백 상대의 답변을 들어야 한다. 일방적으로 ‘내가 보니 이거 아니다, 왜 이 수준이냐’고 닦달하지 말자는 것이다. 만약 관찰이 어렵거나 정확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면 피드백을 줄 상대에게 요청하면 될 것이다. 리더에 대한 리포팅이 시의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것 자체가 문제일 것이다.


5.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여 피드백을 주었음에도 변화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니 실은 그게 더 많다. 함께 앉아 이성적 관점에서 성과를 논하지만 문제 해결을 위한 피드백의 방향이 상대의 행동, 태도의 지적이나 개선으로 요청되면 거의 실패했다. 난 그런 뜻이 아닌데 받아들이는 사람은 공격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엄연히 피드백의 기술 문제겠다. 남이 뭐라고 하면 사람 마음이 일단 방어적이 되는 건 인지상정이라 나도 별다르지 않았다. 충분히 이해되고,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성공적인 사례도 있다. 같이 일했던 다른 리더들은 거의 항상 ‘힘들지? 하지만 잘하고 있어, 힘 내’ 정도의 말만 했다며, 그러나 난 함께 커리어에 대해 조언해 주어서 놀랍고 고마웠다는 말을 들었다. 자기에게 여태 이런 얘기를 들려준 사람은 없었다는 그의 얘기. 그건 아마도 상대를 향한 나의 고민이 전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효과적인 피드백 기술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1-on-1 미팅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잘 되었다는 결과보다 실패한 기억이 크다. 상대의 고집을 꺾지 못했고, 설득을 잘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 하긴 그러니까 리더십에 대한 글과 책이 넘쳐나는 것이지 싶다. 포기하지 않고 오늘도 꾸준히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 본다. 더 많이 생각하고 함께 고민하는 것이야 말로 좋은 리더십이라는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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