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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Nov 23. 2024

두려움과 불안을 환영하기?

두려움과 불안에 대해 쓴 신수정 님의 글을 읽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두려움과 불안이 성장의 중요한 신호라는 것. 왜냐하면 두려움과 불안은 새로운 도전이나 변화를 시도할 때 자연스러운 감정이며,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면 더 이상 발전하지 않고 정체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

-두려움이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가상의 상황에 기반한 감정일 뿐이며, 이를 뛰어넘고 행동을 취하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길. 


지난 몇 달 동안 나에게 일어났던 감정에 대해 이렇게 잘 설명할 뿐 아니라 동시에 위로가 되는 글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자세하게 내가 겪은 불안과 두려움의 감정은 완벽하게 다른 2가지 종류였고, 각각의 해결책 또한 달랐다.


첫 번째, 익숙함이 가져다주는 불안감. 

3년 정도 작은 조직을 운영하며 필요한 일을 세팅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졌다. 그 안에서 작은 성공을 맛보고 인정도 받았다. 그럭저럭 괜찮은 나날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지내면 그저 이 정도의 수준을 유지보수 하는 사람으로 그칠 것 같았다. 성공이 아니라 성장할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에 이르자 마음속엔 불안의 불씨가 지펴졌다. 신수정 님의 표현을 빌면 ‘직장생활이 편안하다면, 불안도 두려움도 없다면 성장하고 있지 않다는 신호’였다. 그래서 버티고 지내면 새로울 것 없지만 편안하고 익숙한 환경에서 적당한 대우와 인정을 받으며 지낼 수 있던 자리를 박차고 나왔더랬다. 직무를 바꾸는 것으로 첫 번째 불안감은 종식되었다.


새로운 부서, 새로운 (거기다가 외부에서 영입한) 임원을 만나는 도전에 대해 만만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적응 기간 동안 말 그대로 ‘두렵고 불안했다’. 두 번째 만난 불안감은 똑같은 표현이지만 완전히 결이 달랐다. 원인을 가만히 돌이켜 보면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실제로는 그렇지 못함의 간극에서 어쩔 줄 모르는 상황, 그리고 그 중간에서 헤매는 나의 모습이 있었다.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 부딪히고 돌파하고 깨지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의 반복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럴 것을 알면서도 두려움이 생긴 것은 빨리 적응하고 싶은 욕심과 함께, ‘여기서 인정받지 못하면 나의 커리어는 어떻게 되는 것일지’ 모른다는 막막함이 컸기 때문이다. 호기롭게 떠나온 조직으로 다시 돌아갈 용기나 뻔뻔함이 없었던 것도 있지만, 나 자신에게 어쩐지 부끄러웠다. 이 정도밖에 안되나 하는 자괴감도 살짝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상황과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상사와 소통하고 - 이 부분에 대해 정말 가감 없이 내 마음을 얘기했다 - 잘 코칭해 준 그녀의 도움 덕분에 잘 빠져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의 불안, 두려운 마음을 떠올리면 여전히 불편한 기억이 있다. 그때는 ‘이런 과정이 나를 성장하게 할 거야’라는 믿음이나 자신감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이것이 앞으로 나를 단단하게 만들 자양분이라는 멋진 생각 따위는 떠오르지 않는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지나올 수 있었던 건 그냥 꾸준히 해보는 것과 그런 마음은 당연한 것이라고,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도 비슷하다고 얘기해 준 상사의 말 한마디였다.


아직도 새로운 역할, 익숙하지 않은 업무가 주어지면 아직도 예의 그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제는 잘하고 싶다는 욕심보다, 망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서 오는 불안감이라는 새로운 모습을 만난다. 내가 가진 불안감의 원천은 역량이 부족하여 주어진 일을 해낼 수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할까 봐 눈치 보는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배운 점은 살짝 망가져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마음을 내려놓으면 그럭저럭 견딜만하다는 것이다. 또한 한두 번 실망시킨다고 해서 내 커리어가 부정당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함께 하면서 일을 완수해 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과거와 다르게 성장해 있다는 것 또한 체득한 결과다. 지나가는 과정은 비록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결국은 그 과정들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솔직히 불안과 두려운 마음을 즐기자는 말은 맞지 않는다. 그건 마주하기 싫은 순간이고 감정이다. 하지만 일하면서 그걸 느낀다면, 적어도 지금과 달라질 나를 만날 기회를 만났다는 것은 명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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