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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I May 08. 2021

그들의 강아지 사랑

만져도 되나요?

 연중 날씨가 온화하기로 유명한 바르셀로나에도 태풍이 온다. 그 태풍을 내가 여행 간 날 딱 만났다. 그리고 여행 마지막 날은 언제 태풍이 왔냐는 듯이 화창하고 덥기까지 한 1월이었다. 공항에 가기 전에 바르셀로나 해변 공원에 앉아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는데, 산책 나온 강아지, 개들이 많이 보였다. 스페인에 애견인들이 정말 많다고는 느꼈지만 태풍이 지나가자마자 바로 산책시킬 정도로 애정이 넘쳐난다.


우비입은 아이들
사진 출처: 글쓴이



 우리나라에서 강아지와 동네 한 바퀴 걷거나 강아지 동반이 가능한 쇼핑몰에 가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어? 포메다!". (사실 포메라니안은 아니지만) 다른 집 강아지들한테도 "푸들이다, 사모예드다, 비숑이다" 같이 종(種)에 관한 말들을 많이 한다. 몇 년 전, 방송에서 중년 가수가 본인이 키우는 개를 자랑하고 싶어서 '귀한 종이네, 뼈대 있는 집안이네' 말했던 것이 미미한 논란이 됐던 적도 있다. 유럽에서는 이런 류의 말들은 그리 자주 듣는 말이 아니다. 왜일까?


유럽에서 길을 걷다 많이 볼 수 있는 강아지들은 어떤 종인지 알아맞히기도 쉽지 않거니와 보호자 앞에서 대놓고 종에 대해 운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 경험상 단번에 알 수 있었던 종은 웰시코기, 골든 리트리버, 닥스훈트 정도였다. 유행에 맞춰 강아지를 펫 샵에서 골라 입양한다는 인식도 없고, 본인의 품위를 높이기 위해 비싼 값을 지불하고 강아지를 입양해야 한다는 사람도 극히 드물다.


보호자와 비슷한 우비를 입은 아이



한국에서도 아주 천천히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고,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종에 대한 집착은 여전히 타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다. 옆 나라 일본 친구들에게도 물어보니, 크기가 작은 종을 선호하고 치와와, 프렌치 불독이 인기라고 답했다. 물론 시작은 특정 종이 귀여워서 입양했을 지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정이 많이 들어 정성껏 보살피는 보호자들도 많다. 그리고 거주하는 집의 형태와 크기에 따라 선호하는 강아지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이해는 간다. 원룸에서 보더콜리를 키우는 것이 학대에 가깝다고 여겨지니까.


 애완견 입양제도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는 독일과 내가 거주했던 영국을 예로 들고 싶다.

일단, 두 나라 모두 강아지에게 예쁜 옷을 입히고 강아지를 귀엽게 꾸며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추워지면 체온 유지를 위한 옷 정도는 입히지만 프릴이 달린 깜찍한 옷을 입히거나 파는 풍경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유기견이라고 착각할 만큼 더럽고 지저분한 개들을 많이 봤다. 개들이 꼭 깔끔하고 털을 정갈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보다.


그리고 보호자와 함께 있는 강아지를 허락 없이 쓰다듬지 않는다. 몰티즈와 함께 런던에 여행 중인 한국인을 만나 셋이서 쇼디치를 걸었는데, 열이면 열 모두 먼저 보호자의 허락을 받고 만졌다. 그들은 이렇게 작은 강아지를 오랜만에 본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들의 말처럼 독일과 영국에서 토이푸들만큼 작고 마른 강아지들을 본 적이 없다. 이제 막 태어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5kg 이상의 중 대형견이었다.



마지막으로, 하루 한 번 이상 산책시키는 것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주택가 사이사이에 공원이 많아 산책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은 환경이지만 어쨌든 보호자가 시간과 체력을 투자해야 하는 부분인데, 강아지를 존중하기 때문에 산책을 중요시 여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원반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곤 했다.



그 외에도 입양 절차라던가, 세금과 의료보험 관련법, 반려견 등록법, 대중교통 요금, 산책 의무, 펫 샵 관련법 등 우리나라와 큰 차이를 보이는 내용이 많다. 이전 보호자들에게 두 번이나 버림받은 강아지의 가족으로서 유기견, 학대, 불법 농장 뉴스를 보면 답답할 뿐이다. 개와 사람이 공존하기 위해 100% 완벽한 법은 없지만, 최소한 시민들의 인식만이라도 개선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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