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의 기대와 공포가 공존했던 시절
어릴 적 즐겨보던 공상과학만화에서 '서기 2000년'은 집집마다 로봇이 가사노동을 대신하고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컴퓨터가 사람의 일을 대신해주는 꿈같은 미래였다.
1996년, IT라는 용어도 낯설던 시절에 IT 대기업에 입사해서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는 기술을 체감했던 나는 2000년이 가까워 올수록 어릴 때 상상했던 꿈같은 미래가 정말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부풀었다.
1999년, 연도가 두 자리로 지정되어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이 2000년으로 넘어가면서 00년으로 인식해 각종 오류를 일으켜 금융대란은 물론 핵무기 제어 프로그램 오류로 핵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Y2K 대재앙 시나리오'가 유포되어 금융계는 물론이고 전 세계가 난리법석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1900년대를 뒤로 하고 Year 2000으로 넘어가는 1999년 12월 31일 밤, 사람들은 정말로 지구가 멸망할까 봐 공포의 밤을 보냈지만 2000년 1월 1일 아침은 큰 기대(?)와 달리 실망스럽게도 너무나 평온했다.
2000년,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대재앙은 물론 공상과학만화에서 보았던 미래세계는 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핸드폰을 들고 다니고, 주변에 이메일을 쓰는 사람들이 늘었고, 일반인들도 인터넷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빼면 자동차는 여전히 도로 위를 달리고 로봇이 가사노동을 대신하기는커녕 아직 걷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해 내게는 큰 변화가 있었다. 월급이 많아서 친구들이 부러워하던 IT 대기업을 그만두고 같은 팀의 선배가 창업하는 스타트업(한국 최초의 CDN 기업, 씨디네트웍스)에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1997년 말, 한국도 IMF 외환위기를 겪었지만 97년부터 98년까지 아시아 금융 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가 1999년, 인터넷 보급 확산에 힘입어 미국에서부터 인터넷/IT 관련 주가가 각광을 받으면서 닷컴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인터넷/IT 관련 기업에 현금을 싸들고 가서 제발 투자하게 해달라고 줄을 서던 닷컴버블이 전 세계를 무섭게 휩쓸었다. 하지만, 그 거품은 채 1년을 가지 못했다. 2000년 3월에 정점을 찍은 인터넷/IT 관련 기업의 주가는 순식간에 무섭게 무너져 내렸다.
대기업을 그만두고 호기롭게 닷컴기업에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다시 예전 회사로 복귀하던 2000년 여름에 나는 스타트업에 합류하려고 잘 나가는 대기업을 그만둔 것이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말렸지만, 아직 젊고 부양할 가족이 없는 때 하지 않으면 영영 경험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강행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겨우 다섯 명이 모여 無에서 有를 창조해야 했던 스타트업의 길은 상상초월, 극한의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래서였을까, 2000년 그 시절, 지친 내 영혼을 위로해 주었던 노래들은 비장미 가득한 곡들이 많았다.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라고 했던가.. 젊음 하나 믿고 무서울 것이 없었던 그때가 그립다.
X-Japan : Endless Rain
Guns N' Roses : November Rain
포지션 : 재회
Brian May (Queen의 기타리스트) : Too much love will kill you
Chicago : You’re the Inspiration
< X-Japan : Endless Rain - The Last Live>
< Guns N' Roses - November Rain >
< 포지션 - 재회 >
< Brian May - Too much love will kill you >
< Chicago - You’re the Inspi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