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서로 다른 걸까
MZ는 'M세대와 Z세대'의 줄임말이다. 그리고 M세대는 원래 Y세대가 정확한 표현인데, 80년대에 태어난 Y세대가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할 무렵이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가는 시기였기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라 부르면서 줄여서 M세대라 부르게 된 것이다. Z세대는 90년대 중후반부터 2010년까지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따라서, 주로 80년대생인 M세대와 2000년대생인 Z세대는 나이 차이가 20~30년 차이가 난다. 부모와 자식 뻘인데, 이들을 묶어서 마치 한 세대인 것처럼 MZ세대라 부르는 것은 너무 억지스럽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서는 밀레니얼 세대, Z세대(Gen-G)라고 구별해서 부른다. 한국에서만 유독 부모와 자식뻘인 이들을 MZ세대라고 통칭해서 부르는데, 원래 2030(20대부터 30대), 7080(70년대~80년대 학번)과 같이 강산이 두번 바뀐다는 20년 정도는 퉁쳐서 부르는데 익숙해서 그런 것일까?
MZ세대라고 묶어서 불러서는 안된다는 것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1980년생부터 2010년생까지 무려 30년에 걸친 광범위한 세대를 MZ라 통칭함으로써 그들과 그 외 다른 세대들이 갈라치기가 되기 때문이다.
'MZ가 온다', 'MZ는 네가지가 없다', 'MZ세대 이해하기' 등 MZ세대가 이전 세대와는 전혀 다른 외계인처럼 호들갑을 떠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 세대를 알파벳으로 부른 첫 세대는 X세대라 불렸던 현재의 50대들이다.
이들은 70년대에 태어나 우리나라가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8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내며 단군 이래 처음으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풍요를 누린 세대이다. 한편,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에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의 시초가 된 세대이기도 하다.
X세대는 청소년기부터 청년기까지 기성세대로부터 '싸가지 없는 놈들', '도저히 섞일 수 없는 신세대' 소리를 들었으며, 일부 부유층의 자식들에 한정되기는 하지만 '오렌지족'이라는 당시에 사회적으로 꽤 거부감이 드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X세대에게는 4가지 모토가 있었으니,
'나는 나', '다른 사람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다', '자기주장이 강하다'. '윗세대와 달리 정치에 관심 없다'
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들을 '도무지 알 수 없는 세대'라는 뜻으로 부정적인 의미를 담아 'X' 세대 (Generation X)라 부른 것이다.
하지만, 풍요롭게 자란 젊은 세대의 귀여운 반항 정도로 끝날 수 있었던 이런 현상을 그 당시 언론과 미디어가 X세대를 마치 기존 세대와 섞일 수 없는 별종인 것처럼 더욱 부추겼다.
신세대 : 기존 세대와 구별되는 '튀는 세대'라는 의미로 사용되면서 종종 부정적인 뉘앙스로 불리었음
개인주의 세대 : 기존의 집단주의적인 문화와 달리 개인의 개성과 자유를 강조한 세대로, 이로 인해 개인주의적인 세대로 비판받기도 했음
자기주장만 강한 세대 : 자기주장이 강하며, 기성세대의 권위를 존중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으며, 조직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받기도 했음
소비지향적 세대 : 경제적으로 변화가 있었던 시기에 성장하여, 자신을 위한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향을 가졌다는 평을 받았음
유약한 세대 : 이전 세대보다 어려움을 참아내는 인내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음
회피형 세대 : 기성세대와 달리 집단에 충성하지 않고, 회피적인 태도로 개인의 삶을 중시한다는 비판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같지 않은가?
그렇다. 요즘 기성세대들이 MZ세대라 불리는 20대~40대의 스펙트럼 넓은 세대를 가리켜하는 말들과 비슷하다. 즉, X세대 자신들이 들었던 소리를 요즘 젊은 세대에게 똑같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일터와 사회에서 만나본 요즘 20대~30대 젊은이들은 언론에서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네가지가 없거나, '일이 남았건 말건 나는 퇴근한다'와 같이 무책임한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우리가 젊었을 때보다 책임감과 열정이 더 높은 사람들도 많이 봤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야근이 일상이었기에 업무시간에 담배도 피우고 차도 마시면서 좀 여유를 부리는 것에 관대했다면, 요즘 젊은이들은 일과 사적영역을 구분하며 업무시간 내에 일을 마치기 위해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언론이나 미디어는 'MZ세대'라는 용어를 부정적인 뉘앙스로 표현하며, X세대에게 그랬던 것처럼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 갈라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여 교육시장에서 'MZ세대 배우기'와 같은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른 아침부터 회사의 나이 지긋한 임원들이 MZ를 배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세대 간 갈라치기를 부추기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3천 년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점토판에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라고 쓰여있다고 하지 않는가? 기성세대는 원래 자신들이 젊었을 때는 망각하고 젊은 세대의 신선하고 튀는 행동을 보며 혀를 차게 마련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의 그런 행동들은 세대가 진보해 나간다는 것이 아닐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MBA부학장인 마우로 기옌(Mauro F. Guillén) 교수는 그의 저서 '멀티 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에서 최대 10개 세대가 공존할 2050년대 사회를 예고하며, 나이와 세대 구분이 완전히 사라질 미래가 도래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시대에서 살아갈 세대는 바로 '퍼레니얼(Perennial)' 세대다. 다년생 식물을 뜻하는 '퍼레니얼'이라는 단어를 통해 저자는 앞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세대의 생활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갈 것이라 예측했다.
그의 주장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출생연도에 따른 세대 구분에 반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이라면 시니어층으로 여겨질 베이비 부머 세대들은 기존과 다른 소비 성향을 드러내고 있으며, 두 세대를 합친 'MZ 세대'를 활용한 마케팅이나 콘텐츠가 자신의 성향과는 맞지 않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늘었다.
나와 동년배 세대 중에도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많고, 20대 사람들 중에 기성세대가 본받아야 할 정도로 책임감과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도 많다.
기성세대의 부조리에 대한 반항과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모든 세대에 걸쳐 젊은이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꼰대라 불리는 X세대도 기성문화를 거부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려는 시도 때문에 당시의 기성세대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지 않았는가?
필자가 속해 있는 50대 X세대에게 부탁하고 싶다.
우리가 겪어왔던 젊음의 열정과 반항, 그리고 기성세대와의 갈등이 지금 청년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 간에 서로 다름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다름은 세대 차이보다는 개인의 성격의 차이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MZ세대’, ‘잘파(Zalpha) 세대’ 같은 이름으로 세대를 구분하며 그들을 통째로 다르게 대하기보다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진심으로 공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청년들이 기성세대와 달라 보이는 이유는 그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신선함'과 '패기' 때문이다.
청년이 청년답지 않고 기성세대가 만든 틀에 갇혀 순응하기만 한다면 청년이라 할 수 있을까?
※ 대문사진 출처 : 연합뉴스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