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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카이브 Oct 26. 2023

가요계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KISS OF LIFE'

* 본 포스팅은 재업로드입니다. 



얼마 전 데뷔한 따끈따끈한 걸그룹, '키스 오브 라이프'이다. '키스 오브 라이프'는 팀명 그대로 '인공 호흡'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아티스트의 출발을 알린다. 아직 데뷔한 지 일주일 채도 지나지 않은 지금, 굳이 새 그룹을 가져와 얼마 없는 정보로 글을 이어나가는 이유는 오직 '음악'에 있다. 사실 지인을 통해 이런 팀이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었던 터라(거의 데뷔 직전에) 데뷔 전부터 주의깊게 보고 있었다. 이 관심은 아무래도 팀 조합과 회사로부터 출발할 수밖에 없었는데, 우선 이들의 회사는 'S2 엔터테인먼트'라는 신생 기획사이다. 음..아무리 케이팝 수니라도 이렇게 회사명만 들어선 잘 모를 것이다. 자, 그럼 이렇게 설명해보겠다. 'S2 엔터테인먼트는 홍승성 대표님이 설립한 신생 기획사이다', 이렇게 말하면 아마 대부분이 '아..!'라는 공통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우리에겐 큐브 대표님으로 더 익숙한, JYP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셨던 홍승성 대표님이 새로 설립한 회사에서 나온 팀이다. 


이미 수많은 아이돌을 배출하며 제작 능력을 입증한 바 있기에 이번엔 어떤 팀이 나올까 기대되는 건 당연했다. 거기다 이 네 명의 조합이 심상치 않다. 그 중에서도 특히 두 명에게 큰 관심이 쏠렸는데, 바로 '나띠'와 '벨'이다. 나띠는 우리가 아는 그 나띠가 맞다. 트와이스 서바이벌인 <식스틴>에서 처음 얼굴을 알리고, 이후 <아이돌 학교>에 출연하여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다시 '솔로 데뷔'를 통해 대중에게 무려 3번이나 노출된 멤버이다. 이미 수차례 노출된 나띠를 새로운 팀에 합류시킨 이유는 아무래도 '실력 보장'에 있지 않았을까. 아무리 어렸던 때이지만 노출이 잦았던 만큼 이미지 소비가 있었고, 이는 곧 익숙함을 넘어 식상함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 요소였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면 미디어에 노출된 전적이 있는 경력직 서바이벌 연습생과 아이돌보다 뉴페이스 연습생이 성적이 좋았던 경우가 더 많다. 대중은 늘 새로운 걸 원하고, 자극을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넣은 데에는 그 위험을 안고 갈만큼의 무언가를 나띠가 지니고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더 솔직히 말하면 이전까지의 성적이 그리 좋지만은 않아서 대중에겐 새로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그 다음은 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잘 모를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가수 심신의 딸', '르세라핌 작곡가' 라는 거대한 수식어를 지닌 멤버이다. 90년대생이라 심신님을 잘 모르지만, 대표곡을 재생하면 흥얼거릴 수는 있다. 벨은 아버지의 음악적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은 듯하다. 르세라핌의 <Unforgiven> 크레딧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데뷔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아이돌에게 필수 사항은 아니지만 우대 조건이 되어버린 작곡 능력을 데뷔 전부터 인정 받은 셈이다. 


회사에서도 이 둘의 힘이 막강한 걸 알고 있기에 데뷔 전부터 바이럴을 정말 오지게(?) 돌렸다. ㅎㅎ 실제로 필자 탐색탭에 몇 번이나 떴는지 모른다. 해당 콘텐츠들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처음엔 '데뷔 전부터 빌드업 많이 하네'였고, 이후에는 '데뷔 전에 가장 반응 좋은 콘텐츠를 미리 파악하는 건가' 였다. 아마도 둘 다 해당될 것 같은데, 뭐가 되었든 그 바이럴이 어느 정도 좋은 효과를 낳지 않았을까 싶다. 



다시 돌아와서, 앨범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데뷔 앨범으로 여섯 트랙이 실린 EP를 준비했고, 그룹명과 동일한 'KISS OF LIFE'라는 앨범이다. 이들의 데뷔 앨범은 좀 특이하다. 여느 가수의 데뷔 앨범과는 확실히 다르다. 이 사실은 트랙 리스트에서 드러나는데, 총 6곡 중 무려 4곡이 솔로 곡이다. 즉, 데뷔 앨범에서부터 바로 개개인의 솔로 곡을 전부 실은 것이다. (이게 말이 돼?!!) 그 어떤 데뷔 앨범도 이런 형태는 없었던 것 같다. 보통 연차가 쌓이면서 실력이 점차 늘어가는 아이돌들과 비교했을 때, 이건 정말 이례적인 행보이며 데뷔부터 실력형 완성 아이돌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사실 이게 당연한건데 신인이면 아직 부족해도 된다는, 연차가 쌓이면서 실력이 늘 것이라는 건 말도 안되는 내 새끼 감싸기라고 생각함)


또 하나 더 놀라운 점은 여섯 곡의 뮤직비디오가 전부 있다는 것이다. 어마무시한 제작비가 들었을 것 같은데,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나온 결과물일테니 충분히 믿고 감상해볼 만하다. 여섯 편의 뮤직비디오는 단순히 다양한 볼 거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이들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렇기에 솔로 곡 4편의 뮤직비디오를 전부 감상한 뒤 단체 곡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걸 추천한다. 순서는 트랙 리스트의 역순으로!! (이것이 가장 중요)




한 목표 아래 방황하는 청춘


뮤직비디오는 트랙 리스트의 역순으로 감상해야 한다. 그러면 '하늘-쥴리-벨-나띠'의 솔로 곡 순서가 되는데, 각각의 이야기는 곧 나올 단체 곡에 대한 빌드업이다. 네 편의 뮤직비디오 모두 노래에 멤버에 어울리는 컨셉으로 구성되었지만, 결국 이들이 시사하는 바는 같다. '한 목표 아래 저마다의 사연으로 방황하는 청춘', 그리고 여기서의 목표는 단연 '가수'로 통칭할 수 있다. 


팀 내 막내라는 포지션을 잘 살렸던 하늘의 <Play Love Games>은 생기 발랄한 보컬과 뮤직비디오로 구성되고, 그와 대비되는 팀 내 맏언니 쥴리의 <Kitty Cat>은 노래도 뮤직비디오도 전부 매혹적이고 아슬아슬하다. 어쩌면 네 명의 솔로 곡 중 가장 키스 오브 라이프를 대변하는 곡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Y2K와 세련미 그 사이 어딘가 위치한 팀 색깔이 이 곡에서도 잘 묻어난다. 특히, 아이돌 뮤직비디오에서 보기 힘든 과감한 연출을 보게되어 더욱 인상적으로 남았다. 


탁월한 음악적 재능의 메인보컬 벨의 <Countdown>은 그녀의 목소리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얇지만 단단해서 쉽게 부러지지 않는 톡 쏘는 보컬이 수려하게 멜로디를 놓는다. 마지막으로 메인 댄서임에도 불구하고 수준급의 보컬 실력을 자랑하는 나띠의 <Sugarcoat>는 예감이 좋다. 그냥 듣자마자 너무 좋았고, 과거 애니콜 감성이 묻어나는 2000년대 향수를 자극했다. 실제로도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 뮤직비디오의 영상미도 2000년대 노래방에서 볼 법한 무드가 제법 묻어난다. 


네 편의 뮤직비디오의 결말은 이어진다. 결국 답답한 현실 세계를 벗어나 자신의 꿈을 향해 가는 아이들.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 떠나는 자유로운 여정을 표방한 이들의 포부는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감정을 건드리며 대중에게 보다 직관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뻔하지만 통할 수밖에 없는 클리셰


네 편의 솔로 뮤직비디오가 개개인의 서사가 담겼다면, <안녕, 네버랜드>는 네 명의 소녀가 만나게 되는 이야기가 담겼다. 개개인의 이야기가 합쳐져 넷이라는 하나의 이야기가 되기 까지의 여정을 담았고, 곡 컨셉 또한 동일하다. '돌아보지 않아 긴 밤을 지나 후회 따윈 없어', '그딴 건 없어 뻔한 행복을 바라지는 않아' 등 자신들의 메시지인 '자유로운 여정'을 네버랜드에 빗대어 고스란히 담았다. 


이후 최종편 <쉿 (Shhh)>에 다다르면 사람들이 원하는 뻔한 결말이 우릴 반기고 있다. 상처입은 채로 외로이 방황하던 네 명의 소녀는 하나가 되어 무대에 오르는 결말로 끝이 난다. 힙합과 댄스를 오가는 타이틀 곡은 Y2K와 트렌드를 적절히 섞은 맛이 있다. (조금 더  Y2K에 쏠린 것 같기도 하지만) 절제된 코러스, 바운시한 리듬, 짧은 댄스 브레이크, 터지는 하이라이트 고음. 짧은 러닝타임에 많은 걸 넣었고, 그 모든 걸 네 명이 분담하여 조화를 이룬다. 


그리고 뮤직비디오에 대해 하나 더 이야기 하고 싶은 게 있다. 타이틀 곡의 경우 약 5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이라 노래를 중간중간 끊어가며 연기를 삽입할 줄 알았으나, 3분의 완곡과 2분의 1곡 반을 넣으며 약 두 번의 노래 감상을 강요한다. 그리고 난 이 선택을 높이 산다. 6편의 뮤직비디오 모두 스토리 형식으로 이어지다보니 사실상 '뮤직비디오'의 본질을 놓치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뮤직비디오는 어디까지나 음악을 위한 비디오이지, 연기를 위한 비디오가 아니다. 그렇기에 음악이 잘 보여야 하는데, 힘을 많이 준 탓에 음악보다는 스토리에 집중하게 된다. 네 편의 솔로 곡과 수록곡이야 메시지를 위한 빌드업이라 넘어가겠지만, 적어도 타이틀 곡은 조금 달라야 했다. 그렇게해서 선택한 방법이 퍼포먼스를 한 번 더 삽입하는 것이었다. 


방황하는 청춘 드라마의 마지막화는 타이틀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3분만에 끝났고, 이들은 혹여나 자신들의 음악을 잊었을 독자를 위해 친히 한 번 더 무대를 보여준다. 그것도 스토리와 연과된 오디션이라는 핑계 하에. 2절을 생략한 채로 이어지는 퍼포먼스 덕에 노래를 강제로 두 번이나 듣게 되면서 한 번 더 각인되고, 이들의 남다른 퍼포먼스도 감상할 수 있다. 




결국 클리셰는 통한다. 6편의 뮤직비디오라는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만든 이 서사는 사실 뻔한 내용이다. 뻔한 내용이라는 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도 같고, 이 말은 즉슨 이미 수차례 많은 선배들이 시도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만약 키스 오브 라이프가 2번째 앨범에서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지금만큼의 감상이 안 나왔을 것 같다. 신인이기에 클리셰를 내 것처럼 휘두를 수 있었던 걸로 본다.


굳건한 4세대 걸그룹 시장에서 본인들의 생명력을 불어 넣기에 좋은 출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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