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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dy Bear> 활동이 끝난 지 약 6개월 만에 EP로 돌아온 스테이씨다. 6개월 이라는 텀이 미니앨범을 준비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넉넉한 기간이라고도 생각하지 않기에 (아이돌 스케줄 감안하면) 이번 컴백의 의도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전작 <Teddy Bear>는 스테이씨 활동의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곡으로 스테이씨를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하여 꾹꾹이 춤의 유행을 만든 <ASAP>이 잊혀질 정도의 인기였다. 그렇기에 스테이씨는 그 명성이 묻히기 전에 얼른 한 번 더 나와 입지의 기반을 무너지지 않게 다져야만 했고, 그렇게 해서 선택한 방법이 그들이 가장 잘하는, 그들이 개척한 '틴프레시' 정면돌파였다.
사실 앨범명만 들었을 땐 정규 앨범인 줄 알았다. 보통 자신들의 정체성을 컨셉으로 한 앨범을 가지고 올때엔 그 안에 들어갈 많은 이야기와 정체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으로 인한 많은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 힘은 주로 정규 앨범이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 그렇기에 이 공식이 스테이씨에게도 적용될 줄 알았으나, 보기 좋게 예상을 깨고 EP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예상치 못한 전작의 인기에 급하게 정규 앨범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튼, 이번 활동은 컴백 전부터 굉장히 요란(?)했다. '굳히기' 위해 시도한 프로모션이 여기저기서 잘 보였다. 축제 컨셉에 따른 과감한 롯데월드 쇼케이스, 컴백 전부터 총알을 쏘아올리는 바이럴, 그리고 공개 직후 또 다시 쏟아지는 바이럴 등 다방면으로 많은 힘을 실었고, 스테이씨가 이번 컴백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또 얼마나 큰 기대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무난하게 6곡이 수록된 앨범이지만, 자세히 보면 실질적으로는 4곡이다. 마지막 두 트랙은 타이틀 곡의 영어 버전과 스페드업 버전이기 때문이다. 우선, 타이틀 곡 <Bubble>부터 살펴보려 한다. 타이틀 곡을 1번 트랙에 배치한 선택했다는 것을 앨범 컨셉과 타이틀 곡의 일관성 때문인데, 기획팀에서도 이를 잘 활용한 듯하다. 1번 트랙의 역할은 앨범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앨범이 주는 메시지와 연결되거나 또는 모든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은 내용의 곡이 들어가야 한다. 스테이씨가 이번 활동에서 주장하는 바는 오직 '틴프레시'였고, 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건 그 어떤 수록곡도 아닌 타이틀 곡이 맞다.
<Bubble>은 틴프레시 그 자체를 나타낸 곡으로 폭죽 효과음과 스트링 라인이 웅장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이 곡의 가장 핵심은 '동그라미'인데, 조금 뜬금없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필요없는 남의 말을 거품에 비유하다보니 동그라미의 형상이 떠오른 듯하다. 회사는 자신들이 키워드로 잡은 이 단어를 포기할 수도 없었겠지만, '동그라미'는 어디까지나 곡 전반의 컨셉을 이해한 사람에 한해서 탁월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Chorus의 시작과 동시에 외치는 '동그라미'는 일명 갑툭튀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초면인 청자에겐 직관적이지 못해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반대로 눈에 띄었던 포인트는 Chorus 말미의 '잔소린 Bubble Bubble Bubble~'을 빠르게 외치는 구간이다. 실제 비눗방울이 터지는 효과음이 삽입되어 더욱 리얼함이 강조되고, 처음 듣자마자 챌린지를 위한 파트임을 알 수 있었다.
전체적인 구성은 스테이씨가 늘 해왔던 전형적인 K-POP 공식을 기반으로 했다. 스테이씨의 음악을 몇 번 리뷰하다보니 알게된 사실은 이들의 곡 구성은 그리 독특하지 않다. 늘 비슷한 구성과 패턴을 지향하지만, 한 번도 그 방식이 지루하다거나 식상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는 아마도 이들이 주장하는 틴프레시의 역할이 더 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Not Like You>는 기존의 스테이씨가 고수한 이미지와는 다른 분위기이지만 전달하는 메시지는 같다. '눈치보지 말고 살아가자'. 강렬한 808 베이스와 아프로 리듬이 어우러져 시크한 무드를 연출하고, 멤버 재이의 보컬이 가장 돋보이는 곡이 아니었다 싶다.
<I Wanna Do>는 중독성 강한 벨소리와 드릴 비트의 조합으로 탄생한 아련한 멜로디의 컨템포러리 알앤비 곡이다. 드릴 비트는 힙합에서 늘 봐온 형식인데, 그 위에 벨소리를 얹어 아련한 멜로디를 구성한 게 인상적이었다. 노스탤지어를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같은 말로 Y2K 감성이 떠오르는 곡이었다. 또, 이번 곡에서도 스테이씨는 진부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아픈 청춘을 보내는 팬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보낸다.
<Be Mine>은 다채로운 구성으로 Y2K 감성을 살린 얼터너티브 팝 장르의 곡이다. 유일하게 사랑 이야기가 담긴 곡으로 스테이씨에게 어울리는 벅찬 소녀의 감성이 묻어난다. 몽환적인 효과의 극대화한 2절 Verse의 랩 파트와 D Bridge의 전형적인 고음 파트는 유독 Y2K 감성을 떠올리게 한다. 확실히 전체적으로 과거 싸이월드 BGM으로 사용되었을 것만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신곡은 이렇게 총 4곡으로 마무리되지만, 마지막 두 트랙에 <Bubble>의 English ver과 Sped Up ver을 배치하며 글로벌과 틱톡을 대놓고 겨냥했음을 알 수 있다. 스스로 해석을 찾아보고, 빠르게 감기를 하여 틱톡에 적용하는 수고를 덜어줌으로써 노래를 자주 활용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이 두 버전에서 하나 특이한 구석이 있었는데, 바로 '동그라미'라는 키워드를 한글 그대로 삽입한 것이다. 앞서 말했듯, 약간의 뜬금포이긴 하지만 곡의 핵심적인 키워드인만큼 번역을 하지 않기도 했고, 아마도 저 키워드를 대체할 만큼의 확실한 키워드가 없기도 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아티스트가 글로벌 버전으로 재녹음할 때, 곡의 핵심 키워드나 대체 불가한 파트는 한글을 그대로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의 <Mic Drop>도 영어 버전에서 '발 발 조심 니네 말 말 조심'은 그대로 실린다.
소중히 아껴둔 'TEENFRESH'라는 키워드를 EP에 사용했음이 전혀 아깝지 않은 앨범이었다. 스테이씨 다웠고, 전작의 인기를 이어가기 위한 화룡점정의 의도가 만연하게 드러나는 앨범이었다. 개인적으로 실력도 음악도 좋은 스테이씨를 좋아하는 편이라 느리더라도 차근차근히 올라가는 모습을 보며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이번 활동 역시 전작의 인기를 이어받아 상승세를 그렸으면 하지만, 하나 염려되는 부분도 있다.
이때까지 스테이씨의 활동 성적을 그래프로 나타낸다면 고저를 반복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성적의 좋고 나쁨이 꼭 한 번씩은 바통 터치하듯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말은 곧 이번 활동이 하강하는 곡선을 그릴 차례로도 해석되는데, 부디 이번만큼은 예외가 되었으면 한다. 올해 초 터트린 <Teddy Bear> 붐에 이어 또 한 번 <Bubble> 붐이 일어나 스테이씨의 진가가 글로벌하게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