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뮤카이브 Oct 26. 2023

뷔의 최애 쉬는시간 Layover, 근데 조금 애매해요

* 본 포스팅은 재업로드입니다. 



방탄소년단의 마지막 솔로 주자 뷔의 앨범이 발매되었다. 앨범명은 'Layover'로 자신의 취향이 온전히 반영된 앨범이라고 한다. 뷔의 솔로 앨범은 발매 전부터 '민희진 대표와의 협업'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앞서 뉴진스로 확인한 민희진의 취향은 기존에 내가 알던 뷔의 취향과 꽤나 큰 교집합을 자랑한다고 생각한다. 역시나 선공개 곡부터 민희진 대표와 뷔의 취향으로 추측되는 특유의 무드가 강했고, 뉴진스 프로모션과 동일하게 모든 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더불어 미리 공개된 컨셉 포토 또한 그녀의 감성이 진하게 묻어난다. 여담으로 뷔는 어느 날 '내일 뭐하냐'는 민희진 대표의 말에 마침 하는 일이 없어 무방비 상태로 나갔는데, 알고보니 그 날 컨셉 포토를 촬영했다고 한다. 아무튼 다시 돌아와서, 느릿하고 Chill한 무드 선호자 둘의 조합은 과연 어떤 작품을 만들었을지 한 번 살펴보자. 




선공개 곡이었던 첫 번째 트랙 <Rainy Days>는 '이런 스타일의 앨범일거에요'라고 예고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방탄소년단 전 멤버의 솔로 앨범이 본인 취향이 담겨 제각각 달랐기 때문에, 예상했던 무드였고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곡의 전반적인 무드는 Lo-fi Jazz R&B 같았다. 특히, 빈티지한 사운드 위에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첫 단추를 매우 잘 꿴 역학을 했다고 본다. Chill한 무드인 만큼 코러스로 바로 시작되는데, 이 또한 옳은 선택이라고 본다. 매우 느릿함을 예고한 인트로를 지나 또 한 번 유사한 벌스가 나왔더라면, 곧바로 힘 빠질 위험이 있었을 것 같다. 


뮤직비디오는 정말 내추럴했다. 반려견과 함께 촬영한 것이 큰 재미요소였는데, 그보다 빈티지 감성을 최대한 영상에 실은 것이 가장 큰 포인트였다고 본다. 필터 낀 듯한 색감 조정과 중간중간 전환되는 저화질 TV 화면, 감각적으로 보이는 흑백 전환, 나른한 일상적인 비주얼, 그리고 Chill한 보컬까지 모든 것이 빈티지를 향했고, 곡의 분위기와 정말 잘 어울렸다. 더불어 백색소음 위에 얹어진 그의 보컬은 꽤나 좋은 합을 자랑했다. 정말 딱 비오는 날 들어야 하는 낡은 재즈 음반을 연상케하는 곡이었다. 


두 번째 트랙인 <Blue>이다. 올드스쿨 R&B 장르에 현대적 사운드를 입혀 특별함을 더한 곡으로 첫 번째 트랙과 이어지는 무드를 보인다. <Rainy Days>와 <Blue>가 유사하면서도 큰 차이를 지녔는데, 바로 '보컬의 역할'이다. <Rainy Days>는 여느 곡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진행되지만, <Blue>의 경우 허밍(?)에 비중을 크게 두어 보컬이 곡을 이끌어가는 주된 역할을 한다. 실제로 트랙 자체도 화려하다거나 큰 포인트 지점이 없었고, 믹싱도 트랙보다 보컬이 훨씬 앞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도록 했다는 감상을 자아낸다.  그러나 야심찬 포부는 실패했다. 'Blue~'를 반복적으로 하는 허밍은 매우 부자연스럽다. 밑도 끝도 없는 지적은 결국 '애초 그의 목소리와 이런 스타일의 부조화'라는 근본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개인의 취향에 그치는 평이겠지만, 뷔의 보컬과 곡의 방향성은 맞지 않는데다가 부족한 역량이라는 감상이 나왔고, 이는 본인 곡을 본인이 자유자재로 끌어가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낳았다. 


썸네일부터가 강렬한 흑백인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내내 우울감이 짙게 묻어난다. 아마도 흑백 화면은 곡명인 'Blue'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색감으로 우울감을 더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아 진전이 없는 스토리는 그에 박차를 더한다. 


또 다른 선공개 곡이었던 <Love Me Again>이다. 역시나 앞의 두 트랙과 같은 무드이고, 하나 다른 점은 뮤직비디오의 진행 방식이다. 이번엔 스토리 형식이 아닌 라이브 클립 식의 뮤직비디오다. 음악에서 70년대 소울 사운드가 중심을 잡았다면, 뮤직비디오는 70년대 감성을 표방한다. 옛날 감성이 진하게 묻어나는 오브제의 활용과 도입부의 깨지는 저화질 등이 이를 강하게 나타낸다. 또, 중간중간 <Rainy Days>와 비슷하게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나 볼 법한 TV 속 저화질의 그의 모습을 담은 화면 전환이 눈에 띈다. 선공개 곡이었던 두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비슷한 연출은 식상하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앨범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예고했다는 느낌이 더욱 강했다. 즉, 비주얼적인 요소는 매우 호에 가깝다. 


반대로 음악은 불호이다. 이 불호는 앞 트랙과 동일하게 보컬 역량에서 기인한다. 우선, 트랙 자체는 70년대 소울 사운드가 무게를 잡고, 가스펠과 재즈가 가미되어 포근하고 풍성한 느낌을 준다. 특히, 곡 전반에 깔린 향수를 떠올리는 기타 사운드는 곡의 무드를 결정짓는 역할로 옛날 감성을 사운드적으로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그와 대조되는 타격감 있는 스네어와 모스 부호 사운드, 스냅 등의 현대적인 사운드를 추가하여 과거와 현대의 중심을 잘 잡았다고 본다. 또한, 탑라인도 굉장히 중독적이어서 노래 끝난 뒤 자연스럽게 흥얼거리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보컬이 너무 아쉬울 따름이다. 방탄소년단 단체곡을 들을 때부터 아쉬움을 낳았던 보컬의 문제점이 이번 앨범에서는 없었으면 했는데, 발전 없이 똑같이 보여서 더욱 그런 듯하다. 필자의 개인적인 가장 큰 아쉬움은 '혀가 말리는 발성'이다. 이는 마치 한국인들이 영어 'R' 발음을 내기 위해 혀를 끝까지 말아 굴리는 것을 의미한다. 뷔는 어느 순간부터 이 창법을 사용했고, 청자 입장에서는 곡의 이질감을 유발하는 요소로 느껴졌다. 그냥 과했다. 물론, 이 곡은 영어 가사도 많고, 실제로 이 창법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파트는 영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하다는 잔상을 남긴다. 조금 더 담백하게 불렀다면 더 좋았을 곡이다. 



타이틀 곡인 <Slow Dancing>은 민희진 대표가 프로듀싱을 맡았다는 사실이 가장 잘 드러났던 곡이자 뮤직비디오다. 약 3분 간 진행되는 뮤직비디오는 자꾸만 뉴진스를 연상케 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모습을 담은 것만 같다가도 판타지적 요소가 크게 가미되어 자유로움과 몽환의 공존을 보여준다. Slow Dancing이라는 제목처럼 평온하고 여유로운 느린 춤을 춰야만 할 것 같은 비주얼이었다. 


곡은 이전 트랙과 동일하게 70년대 소울 사운드를 기반으로 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인털루드인 줄 알았지만 알고보니 아웃트로였던 플루트 연주였다. 이 연주 하나로 곡의 컨셉을 나타낼 수 있을 만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하고, 마치 재즈의 스캣이랑 비슷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노래는 굉장히 짧다. 사실상 아웃트로의 플루트 연주를 제외하면 실제로 노래하는 구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는 타이틀 곡을 4번 트랙에 배치한 전략이지 않을까 싶었다. 같은 무드의 3곡이 연달아 나오면 지루함을 유발하기 쉬운데, 여기에 짧은 노래와 인상적인 플루트 연주가 섞인 타이틀 곡을 넣어 분위기 환기와 동시에 집중도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했다. (사실 플루트 이후 노래가 더 있는 줄 알았다) 역시나 앞 트랙과 마찬가지로 보컬이 살짝 아쉽긴 하지만, 사운드가 커버쳐서 앞보다는 낫다는 게 나의 감상이다. 



마지막 곡인 <For Us>는 얼터너티브(Alternative) R&B 장르의 곡으로 포근한 보컬이 특징이다. 위 4곡의 뮤직비디오를 한데 모은 비하인드 집합소 같기도 한 뮤직비디오는 보는 재미가 있고, 그와 별개로 빈티지한 연출이 영상미를 더 부각시킨다. 도입부의 피치를 올린 나레이션은 이전 4곡의 시작과 달라 짧은 놀라움을 선사한다. 그러나 노래의 시작과 동시에 '역시'라는 말이 나올만큼 같은 무드를 자랑하고 다층적으로 레이어링된 화음은 곡에 풍성함과 포근함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1절이 끝난 뒤 도입부의 피치를 올린 나레이션이 또 한 번 나오는데, 이를 강제 종료시킨 후 다시금 보컬을 이어가는 사운드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마치 잘 돌아가는 테이프를 강제 종료시키면서 늘어진 사운드 같았다. 타이틀 곡과 동일하게 짧은 비중의 멜로디는 짧고 굵은 마무리를 장식하고, 아웃트로의 빈티지 피아노 사운드를 끝으로 앨범의 크레딧을 올린다. 




정말 '뷔'스러운 앨범이었다. 자신의 취향이 100% 담겼다고 했지만, 이 정도로 대놓고 드러날 줄이야. 가장 아쉬운 건 내내 언급한 그의 보컬 역량으로 충분히 말했으니 여기까지 언급하고 넘어가겠다. '민희진 프로듀싱'의 수식어는 비주얼은 물론이고, 앨범의 색채에서도 진하게 드러나는데, 바로 '한 톤으로 이어지는 무드'이다. 이전에 뉴진스의 'Get Up'을 리뷰하면서 한 톤으로 이어지는 앨범이라는 식으로 말했는데, 뷔의 'Layover'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뉴진스의 감상과는 조금 다르다. 뉴진스의 경우 5명의 보컬이 어우러진데다 중간에 빵빵한 브라스의 <ETA>와 댄스곡인 <Super Shy>이 지루함을 덜어주지만, 뷔의 경우는 다르다. 다섯 곡이 마치 쌍둥이처럼 무드가 같다. 이는 즉, 강한 호불호를 자랑하는 앨범이 될 수도 있다는 소리다. 민희진 감성의 비주얼과 평온한 감성의 뷔 음악이 취향인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앨범이지만, 그 반대인 사람에게는 심심함과 지루함이라는 감상만 남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처음부터 자신의 취향을 100% 반영했다는 사실 자체가 성적에 연연하다기 보다는 '뷔'라는 한 개인의 음악을 보여주겠다는 마음과 팬들을 위한 선물임을 뜻하지만, 결국 청자는 대중에 속하기에 이런 평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듯하다. 좋아하는 것만 담은 최애 쉬는시간의 취지는 좋았으나, 미흡한 보컬과 강한 호불호는 애매함을 낳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순도 100%의 SM 3.0, '라이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