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온전히 사랑해 본 적이 있었던가
많은 남자를 만나보진 못했지만
나름 20대에 불같은 연애도 해봤고
실연에 살이 10kg이나 빠질 만큼 괴로워도 봤다.
비 오는 날 물 웅덩이에 구두 신은 자기 발을 넣고는 네 발이 젖으면 안 되니 자기 발을 밟고 가라던 남자
리어카 행상에서 팔던 인형을 스치듯 보던 내 시선을 캐치하고 어느새 인형을 사서 내게 건네주던 남자
설렁탕을 한수저 뜨면 그 위에 보기 좋게 자른 깍두기를 올려주던 남자
사랑받았던 기억은 있는데 내가 날 사랑한 기억은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나지 않는다.
실연을 당했을 때는 그 사람의 배신이 아닌 내가 그를 실망시킨 일은 없었나 자책했다.
수없이 자책하면서 괴로워했던 20대의 그날이 지금도 아픈걸 보니 인생에서 참 힘들었던 시기였던 것도 같다.
아이 둘을 낳고 세상 자상한 남자와 사는 지금도 나는 늘 아이들을 걱정하고 남편을 걱정한다.
분명 남편은 성인이고 아이들도 문제없이 크고 있는데 나를 돌볼 시간 없이 그들을 걱정하느라 밤새 뒤척이기도 한다.
그러다 남편의 서운한 말과 차가운 행동에서 사랑이 부족하다 느끼는 순간에서 그가 낯설어지다가 낯익은 외로움으로 사무칠 때가 있다.
아이들이 휴대폰에 코를 박고 내 말을 건성으로 듣거나 내가 준 정성과 사랑을 쉽게 생각할 때 고독하다.
한 사람의 삶에 사랑의 총량이 있다면 나는 부디 그 사랑이 다 쓰면 계속 채워지는 화수분 같은 것이길 바라본다.
애쓴 나에게도 사랑을 줘야 하니까 말이다.
나는 나로서 온전한 사람이다.
누군가에 의해 사랑을 받아 완전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나는 나니까 나는 나라는 사람이니까 온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