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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 Aug 30. 2022

계절처럼

그래...

그때의 네 표정은 내 가슴을 난도질할 만큼 차가웠고

너의 이별에 대한 담담한 고백은

입술이 새파래 지고 맞닿은 이가 믿을 수 없이 덜덜 떨리도록 냉정했지.


그래...

네 입술에서 이별이라는 단어가 튀어 나왔을 때 내 심장은  조여왔고

내 가슴을 날카로운 매스로 도려내  심장을 꺼내어 어루만져주고 싶었다. 그런 시린 겨울날도 있었다.


그때 죽어있던 내 세포 하나하나에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어줄 네가... 봄바람처럼 찾아왔지


너의 손을 잡고 벚꽃 길을 걸으면서도 문득 찾아오는 그 겨울의 시린 감정들이 날 괴롭혔다.


유난히 뜨겁던 그해 여름.

오드리 헵번 스타일의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하늘하늘 원피스를 입고 큐빅이 여러 개 박힌 샌들을 신고

너를 만나러 가는 길

어깨에 닿는 햇살의 따끔 거림이 좋았고

살랑 부는 바람에 챙이 넓은 모자가 날아갈까 살짝 팔을 들어 모자를 잡고 걷는 편안한 날의 여유가 좋았다.

그날 난 시린 겨울의 이별을 비로소 치유했다.


낙엽이 지고 유난히도 예민한 코가 겨울의 냄새를 기억해도 봄처럼 찾아온 네가 있었기에 더 이상 내 심장은 울지 않았다.


첫사랑과 헤어졌던 그날이 생각난다.

하늘이 무너지는 날이었고

앞으로 날 이렇게 사랑해 줄 사람은 만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에 떨었다.

밤새 울다가 체념했다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가 희망을 품어보았다가


겨울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봄이 온다는

우직한 계절의 순리를

잊고 있었다


어느 날은 봄처럼 사랑이 왔고

어느 날은 가을처럼 사랑이 왔는데


사랑이 끝나면

다른 계절은 오지 않을 거라 단념했다.


모든 헤어진 연인들이여.

사랑은 계절처럼 찾아온다.

봄을 닮은 사람도

여름을 닮은 사람도 온다.


우리 삶엔 살을 도려낼 듯 매서운 겨울만 있는 건 아니다.

겨울엔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산타 할아버지도 있지 않은가? 허허 웃으며 시린 손을 녹여줄 겨울 같은 사람도 분명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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