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고 미루다 보면 잊히는 일이 있고
미루고 미루다 그 위에 한숨과 걱정이 쌓이고 더 이상 쌓을 공간이 없을 때 느릿느릿한 시작을 할 때가 있다.
그 일이 빨래이거나 청소, 설거지면 나는 참 쓸모없는 주부라고 좌절하고
그 일이 운동이라면 난 역시 게으름 뱅이야라고 다이어트를 포기한다.
그런데 그 일이 아무도 시키지 않고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일.
누가 그거 다했는지 확인하지도 않거니와
그걸 왜 안 했는지 다그치지도 않는 일이라면.
내게 그건 글쓰기인데 난 이 일을 좋아한다면서 왜 이 일을 미루고 있을까?
찜찜하고 불안하고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난 또 왜 이 일을 놓지 못하는 걸까?
5월에 있을 공모전을 준비하는 망생이는
돌덩이 하나 가슴에 품고 손 닿는 모든 곳에 간식을 펼쳐놓고는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플롯이라든가 기승전결이라든가 대사라든가 장르라든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오늘은 셰익스피어가 참 부러운 날이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바디 프로필을 찍은 친구가 부러웠다.
그제는 음식 플레이팅을 잘하는 인플루언서가 부러웠던 것도 같다.
미루고 미루다.
소 뒷걸음질 치다 쥐꼬리라도 잡는 그런 행운은 나에겐 요원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