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별고래 Apr 19. 2024

 그 나라의 첫인상

스웨덴 적응기 (1)

Welcome to Gothenburg, Sweden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하얀색의 공항. 

    키 크고 잘 생긴 금발 백인의 직원들.

    꾸민 듯 안 꾸민 듯 심플한 인테리어들. 


    아, 드디어 도착인가. 

    이곳에 일 하러 왔다고 하니, 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웰컴을 외치는 아주 간단한 입국 수속을 마친 우리는 짐을 찾고, 미리 회사를 통해 마련해 둔 우리의 집으로 향하기 위해 택시를 탔다. 앞으로 우리가 살게 될 예테보리(영어로 Gothenburg,  스웨덴어로 Göteborg)는 스웨덴의 두 번째 도시로, 수도인 스톡홀름 다음으로 인구가 많고 경제 규모가 큰 도시이다. 


    예테보리 공항은 국제공항이었지만 아주 조그마했고, 도시 외곽에 있어 예테보리 시내까지 30분 정도 가야 했다. 택시를 타자마자 창문을 조금 열어 맑은 공기를 마셨다. 

예테보리 국제공항의 모습


    '와 도시의 공기가 이렇게 맑을 수가 있나. 뭐가 이렇게 상쾌해.'

 

    먼지 냄새 하나 나지 않는 아주 깨끗한 공기. 한국에서는 언제 맡아봤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하늘에는 동화책에서만 나올 듯은 파란 하늘에 하얀 뭉개 구름이 떠다니고 있었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편안하지?' 


    왕복 4차선 고속도로에 몇 대 되지 않는 차들, 그럼에도 천천히, 귀정 속도 그대로 운전하는 기사님, 밖으로는 맑디 맑은 파란 하늘 그리고 나무와 숲까지. 이 모든 것들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마치 여기서는 전혀 서두를 것도, 빨리 무엇을 이루어야 할 것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국에서의 모든 힘든 일들은 잊어버려. 누구도 내 인생을 이래라저래라 재촉하지 않을 거야'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택시에서 내리니, 우리가 집을 찾는데 도와준 중개인이 우리를 마중 나와 있었다. 


    "어서 와, 스웨덴에 온 걸 환영해. 비행은 어땠어? 오는데 힘들지 않았니? 아주 긴 비행이었지? 다행히 오늘 날씨가 아주 좋은 편이야. 보통 2월은 눈이 오거나 비가 오지. 이렇게 맑은 날은 거의 없어. 아마 살다 보면 알게 될 거야 하하" 


    우리의 스웨덴 첫 집은 아주 조용하고 깨끗한 동네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집이었다. 여기서 '작고 아담한'의 의미는 꼭 긍정적이지만 않다. 왜냐하면 화장실의 크기가 정말 거짓말 안 보태서 비행기 화장실보다 조금 큰 정도였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옛날에 지어진 스웨덴 집들은 모두 화장실이 작았고, 그 이유는 과거에는 스웨덴 아파트 실내에는 화장실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모두 지하에 마련된 공동 화장실과 샤워실을 사용했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건 바로 세탁실이었다. 지어진 지 100년 가까이 된 우리 아파트는 집집마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놓을만한 공간이 아예 없었고, 지하에 공동 세탁실이 있었다. 하지만 그곳엔 단 세 대의 세탁기와 두 대의 건조기(그나마 한 대는 고장 나 있었음)만 있었고, 이것을 거의 48세대의 사람들(아파트 한 동 모두)이 모두 함께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각자의 세탁 시간이 겹치지 않도록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아, 그럼 핸드폰 어플을 깔아야 하는 거야? 아니면 컴퓨터로 예약할 수 있어?"


아니, 우리에겐 특별한 예약 방법이 있어.

각 세대에게 주어진 작은 열쇠로 내가 빨래하고 싶은 시간대에 꽂아 예약하는 형식


    '아니, 이게 뭐야. 내가 지금 어디와 있는 거지? 과거로 돌아온 건가.' 

    열쇠라는 수단도 오랜만에 봤는데, 이 낡고 낡아빠진 보드판은 무엇이며, 도대체 48세대가 어떻게 고작 세 대의 세탁기로 세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또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모든 사람들이 약속을 잘 지켜 이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으며, 심지어 100년이 다 된 이 지하실이 깨끗하게 유지가 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스웨덴, 진짜 이 나라 뭐지. 이상하면서도 매력적이야.' 


    파워 대문자 T인 남편은 벌써부터 어떻게 하면 내가 하고 싶은 빨래 시간대에 예약을 먼저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우리의 스웨덴에서의 첫 날밤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이제는 스웨덴에서 살아보려고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