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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뜬 Jun 27. 2020

6월 27일

     

오늘도 날이 저물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저는 이 밤을 사랑해 마지 않는다고.

밤은 보이던 모든 것들을 가린 채
빛나는 것들만 보게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나는 이것에서 힌트를 얻었고
내 삶의 수많은 관념들을 어둠으로 덮어 버렸습니다.
그래야 빛나는 것들이 보일 테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나는 어둠 속에서 깨어있는 사람이기에 괜찮지만
그대의 밤은 참으로 두렵고 무서운 것이겠습니다.

그러니 그대에게 나의 촛볼을 건냅니다.
그것은 마음이자 사랑이었으며 작은 안내견이자
앞으로 향할 지도 같은 것이었고
당장 어둠을 몰아낼 용기 같은 것이었죠.

그러나 오늘 그대는 어두운 밤 속입니다.
세상이 내미는 칼날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늘 치명적인 것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애석하게도 나는 고개를 떨굽니다.

그대의 밤 중에 나는 아직 촛불 같은 사람이니까요.
아직 나는 별빛처럼 반짝이질 못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광활하고 흔들리는 촛불 하나에
의존하여 간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겠어요.

나 또한 한 밤 중 폭풍우를 만나
오랫동안 휩쓸려 다닌 적이 있었죠.
옷은 넝마였으며 온몸은 멍과 생채기 투성이였고
십이지장 곳곳에는 피가 터져나와
그저 남루할 뿐이었죠.
그것은 정말 남루한 일이었습니다.

나는 어미잃은 짐승 같았고 사나웠고
굶주렸으며 추위에 떨었고 눈빛마저 악의에 차있었습니다.

그런 짐승으로부터 빛을 보려 나온 아침
햇살같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당신은 부단한 햇살이었고 부지런한 아침이었으며
고고한 하나의 빛깔처럼 세상에 얹어졌습니다.

그러니 그대의 밤을 보며 나는 눈물을 뚝뚝입니다.
나로 인하여 그대도 언제나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지만
그것은 한낱 인간의 착각이었을지도요.

그러니 나는 다시 한 번 신을 붙잡고 기도를 합니다.
작은 짐승처럼 끙끙이며 기도를 합니다.
부디 당신의 하루가 평온하길요.
그리고 당신의 밤에 더없이 반짝이는 것들로
밤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길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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