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개월 전에 칼부림 사건이 평소에 인파가 많은 서현역과 신림역 한복판에서 일어났었다. 일명 “묻지마" 칼부림 살인마가 대낮에 출몰한 것이었다. 이들은 당연히 체포되었고 처벌을 받았지만 죽은 사람은 되돌아올 수 없는 노릇이니 피해는 고스란히 남았다.
그런데 잇따라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상한 사회적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름이 아니라 나도 언제, 몇 시, 어디에서 칼부림할 것이라는 글 다수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이다. 경찰은 이러한 글을 위협으로 받아들여 단속하기 시작했고, 금세 칼부림 사건은 우리 기억 속 너머로, 언젠가 있었던 아찔했던 사건으로 잊혀졌다. 물론 유가족들은 아직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큰 아픔에 시달리고 있을 테지만 말이다. 모든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에게 진심이 담긴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칼부림 난동을 시행한 사람들은 어찌 보면 우리와 심리적으로 먼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내 주변에는 그런 사악한 행동을 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칼부림 사건 뒤에 온라인으로 자신도 이러한 범행을 저지를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일명 “키보드 워리어"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단속이 되어 범행을 저지르지 못한 경우도 있겠지만, ‘장난’으로 그런 생각 없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과연 이들은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장난을 치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관심을 끌기 위해 그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실제 칼부림을 일으킬 생각 없이 글만 올렸다면 온라인상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한 몸에 받기 때문에 그간에 받지 못했던 관심과 일종의 ‘사랑'을 받는 게 좋아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과 관심의 결핍이 이러한 엉뚱하고 잘못된 방식으로 나타나는 게 아니었을까? 물론 사랑과 관심이 부족하다고 한들 절대 해서는 안될 행동이지만 말이다.
나는 이들의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기 자신에게도 좋지 않은 행동이라는 걸 알지 못했는지 궁금하다. 아니면 알면서도 그 관심 받는 순간이 너무 달콤해서, 생각을 그리 깊게 하지 않아서 그러한 행동을 했는지가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과연 나는 사랑과 관심을 받기 위해 하는 행동이 무엇이 있을까? 내가 관심을 받기 위해 무리한 행동을 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할 때가 있을까?
우리 이모 집에 있는 강아지 “보리”는 내가 보지 않을 때 일부러 짖고 내게 앙탈을 부린다. 내가 관심을 주지 않으니 일부러 관심을 받으려고 하는 행동이다. 작고 귀여운 강아지이기 때문에 넘어갈 수 있는 행동이다. 사람이었다면 덜 귀여울 뻔했다.
나 또한 관심을 끌기 위해 무리한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늘 살펴야겠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관심을 얻기 위한 행동을 더욱더 용인하는 추세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또한 든다. 그러나 사회가 용인한다고 해서 누군가에게 선을 넘는 행동이 남에게 끼치는 불편함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 할 것 같다. 역시 내가 가진 욕망을 채우려고 하는 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지, 되려 나를 깎아내리는 행동이 되지는 않을지 늘 나 자신을 되돌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