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사라진 그녀

- 술꾼도시여자들2

by 티나

술꾼도시여자들(이하 술도녀)을 정주행 하진 않았지만, 나 역시 라떼는 술이었기에 제목부터 끌렸던 그녀들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쯤 보았던 그녀들의 이야기에선, 한지유(한선화 분)이 유방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그래서 그런지 시즌2가 남몰래 기다려졌던 것은 사실



그런 그녀들이 사라졌다.

다름 아닌 산으로,

혼자가 아닌 셋이서.




항암치료를 처음 앞둔 지유는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다 말고 뛰쳐나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정말 미친 사람처럼 놀기 시작한다.

예전의 내가 생각이 났다. 4년 전 처음 수술 후 방사까지 2달의 시간을 서울에서 보낸 후, 집으로 가기 전 고향으로 갔던 나였다. 남들이 우와~ 할 만한 곳. 바로 그곳 말이 나면 보내지는 곳, 제주

부모님 댁에서 자고 쉬면서, 내 마음대로 움직였다. 오름도 가고 쓸데없는 물품들도 사보고, 원데이 클래스도 가고 그때 알았지, 나는 이런 소소하게 배워가며 나만의 무언가를 해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 역시도 대머리가 되기 싫어서 항암만은 피해달라며 주치의 선생님께 말씀드렸었더랬지. 일하게 해 달라고, 왜 그리도 일이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일을 피하면 돌 쟁이 쌍둥이와 3살 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의 뒤치닥거리가 더 겁이 났던 것일지도. 그리고 엄마가 큰 주사 맞고 올게의 의미를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나의 민머리는 정말이지 보여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아무렴, 여자는 머리빨인데.



자연 치유를 하기로 한 친구들은 산속에서 살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내고, 연마한다. 그리고 그들이 좋아하는 술마저 끊고 말이다. 오로지 친구를 위해서.

저런 친구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큰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 대목이다. 친구의 미친 짓도 눈감아주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수 있는 친구들. 흔히들 말하는 베프, 3인 3색 성격도 취향도 다 다르지만 그 상황 그대로를 이해하고 거침없이 조언을 해주고, 그리고 무엇보다 친구의 아픔에 함께 아파할 수 있는 친구들. 아마 한지유는 친구들이 있다는 존재만으로도 자연 관해(암세포가 다 사라지는 상황)가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당장 항암치료가 필요할 만큼 암이라는 세포는 너무나도 무서운 세포인데, 치료를 하지 않고 도망간 정신 나간 여자라고. 그리고 고작 나가서 한다는 것이 드라이브고, 패러글라이딩이고 또 그놈의 술을 마시는 노릇이라니.



하지만, 나는 안다.

한지유가 만났던 우연히 만난 비구니 스님과의 대화, 주정뱅이 할아버지 그리고 앞으로는 아픔과 슬픔은 없을 것만 같은 행운들. 누구보다 행복하게 웃고, 누구보다 슬프게도 우는 그 모든 것들이 병을 이겨내는 힘이 된다는 것.



열일곱 고등학생들만 굴러가는 낙엽에 생글생글 웃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병을 잔뜩 안고 있는 암환자들도 그런 소소함에 웃음이 날 수 있다는 것.



암환자라고 해서 계속 시무룩할 필요도, 우울해할 필요도 없다는 것.

그리고 일상을 잘 이겨 내다 보면 그 하루하루가 남들보다 더 값지고 소중하다는 것.



암에 걸리는 순간부터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죽는 건 아니지?"였다. 죽는 건 아니었지만, 내가 살아내는 게 이상하다의 의미와 다를 것 없는 그 말들이. 나에겐 더 상처로 다가왔던 것 같다. "죽으면 어떡해, 애가 셋인데" 이런 말들도, 생각지도 않은 죽음을 왜 나에게 강요하는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그런 말로 계속 이야기하는 그 사람과는 인연을 끊었다. 아니 내가 더 붙잡지 않았다는 말이 맞겠다.



내가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며, 저는 암환자예요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처음엔 큰 용기였다. 그런데 처음이 어렵지 점점 철판이 깔리더라. 이렇게 편하게 말하기까지,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마도 살고 싶어서 그런 것 같다. 살기 위해서, 내 마음의 불씨를 지폈다. 적어도 암에 걸렸을 때 내가 나를 살리는 것은 애처로운 눈빛도, 위로도 아닌 내 마음의 불씨다. 적어도 너 따위랑은 더 이상 만나지 않을래라는 굿바이의 마음보다 더 강력한


그래서 뭐, 어쩌라고.








세상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유방암에 걸리고 4년 동안은 내가 그 삶을 적응하는 데 사용하느라, 나를 진정으로 보지 못했다면 감히 이번 전이 판정은 '나를 돌아보게 하기 위함, 그리고 나아가게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그것을 깨닫는데 큰 기회비용을 치른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나에게 [멈춤]이라는 것을 통해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가 분명 있을터, 그럼 뭐 찾아야지.






그리고 이 시간과 마주하며 건배를 하고 지나온 시간들에게, 그리고 나와 내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마워"



*사진출처 : tving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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