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인 배꼽

호르몬과의 노예계약

by 티나

배가 살살 아파온다.

느낌이 온다. 무조건 달력을 확인한다.

아닌 걸 알면서도 그, 싸한 느낌은 왜 확인하게 하는가




에잇.

지금의 나는 인공적으로 난소를 감옥살이하는 중이라, 생리는 하지도 않는데 달력을 확인하게 되는 이유.

생리는 하지 않지만, 몸이 기억하는 그 기분 나쁜 아픔 바로, 배란통과 생리통.

아니, 둘 중 하나만 하던지, 참...

다른 것의 기억력은 감퇴시키는데 뇌는 더 정확하게 내 몸의 주기를 알려주고 있다. 14일 주기 메트로놈처럼

이렇게 호르몬은 나를 지배하고 있음을 알려주곤 한다.

뭐, 13살부터 노예계약을 맺은 나는 이제 메트로놈 바늘이 소리를 내기 전에 어서 집안사람들 대피령을 내린다.





뭐, 그래도 아픔은 개구리보다 나았다.

나도 양심이 있었는지 진단을 받은 후 3개월까지는 살이 빠지더라.

(왜 때문인가. 움직임도 거의 없는 저 3개월공식)

예상하는 대로 그다음부터는 살이 붙었다.

나의 시그니처 하체. 뭐야뭐야~ 왜 이바지가 들어가는 거야? 설마 다리 빠진 거야? 살이 빠졌나?

하는 순간 그런 기대는 바로 처참히 무너진다. 잠기질 않아. 너희는 만나야 하는데 왜 만나질 못하니,

배꼽아 눈치 챙겨 들어가. 왜 끼어있는 거야!!!!!



갑자기 떠오른다. 옷가게 갈 때마다 허벅지와 골반 가리기에 급급했던 나에게, 사장님들의 한마디.

“나이 들면 다리부터 빠져, 괜찮아. 지금은 튼실한 게 좋아.” 늘 들을 때마다 장난하나 저렇게 장사를 하네 하던 나에게, 그날이 왔다. 진짜..

(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덧붙이자면 월드컵경기장이 풋살경기장 정도 되었다는 거지, 내가 원하는 것은 풀빌라의 수영장 정도다.)




2번밖에 안 부풀었던 나의 배. 그마저도 마지막 풍선에는 심장이 2개나 들어있어서 정말 컸었다. 호르몬 약의 콜라보로 사우나서나 볼 수 있는 지긋한 할머니들의 인생이 묻어있는 처진 뱃살 훈장을 갖게 되었다.



정말 갖기 싫고,

버리고 싶지만,

떨어지지 않는 그 훈장이

또다시 나의 걸음을 멈추지 않도록,


사진출처 @pixabay



노예계약이 잘못되었다고 외치고 다녔다.

이 모든 것은 호르몬 때문이라고, 사람들을 만나서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다녀온 그들의 시선이 다시금 배에 살짝 쿵 머무를 때, 냉큼 나는 “약을 먹고 있어서..."라고 우리 남편이 들으면 콧방귀도 안 뀔 변명을 한다.



뭐, 이 노예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면,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은가.

나도 노예로 사는 이상 주인 험담 정도는 기본 매너로 장착해줘야지.




30년 넘게, 언젠간 막연하게 스스로 빠질 거라 느꼈던 살을

이제는 진.심.으로 빼보겠다고,

그리고 건강해질 거라고 다짐했으니까





사진출처 @pixabay


배꼽아. 이제 웃어보자



그래서 뭘 하고 있냐고?

쉿, 남편 모른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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