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찾아온 갱년기

난소의 감옥살이

by 티나


잠을 잘 수가 없다.

갑자기 덮던 이불을 발로 차고 짜증을 내며 몸을 일으킨다.

땀이 한가득이다.


다시금 잠을 청하지만,

잠을 잘 수가 없다.


말로만 듣던 부작용이 나에게 왔다.

그 첫 번째, 갱년기다.

아니지, 엄연히 말하면 갱년기 증상을 갖고 있는 난소 억제 상태.



이 상황들을 받아들이는데, 몇 개월은 걸린 것 같다.

사람은 참 간사하다.

20대에 유방암을 진단받고 복직을 바로 하겠다는 강한 일념으로 항암주사치료를 피했으니 약은 너무나도 ‘감사히 먹겠습니다.’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몇 개월간 잠을 잘 수가 없으니 또 날카로워진다.



호르몬 강 양성의 성질을 가진 유방암이라서,

인위적으로 폐경 상태를 만들기 위해 난소 억제 주사와 호르몬제를 복용하기로 한다.

이 약을 처방받고 나서 아는 간호사 언니의 말이 떠오른다.

“호르몬이 얼마나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될 거야” 그땐 약만 복용해도 된다는 말에 그 모든 말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새벽에 잠을 깨고 온 몸이 젖을 정도로 침대를 적실 때마다 생각이 났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변은 아니고 땀!이다.



“호르몬은 위대한 놈이구나” 그 여성호르몬 하나를 차단했다고, 이렇게 나를 60-70세의 몸으로 바꿔놓다니. 암 진단 후 가장 억울한 위로는 "어? 암환자 안 같은데?"라는 말이다.

이 귀신 시나락까먹는 소리인가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 팔다리가 부러져야 아프고 환자인가.

부작용이 나타난 이후 가끔 사람들은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대화를 하다 말고 마치 급똥이 마려운 사람처럼 땀이 비 오듯이 나니 이상하게 여길 수밖에.

상대방이 대화를 하다 말고 꼭! 묻는다. “괜찮아? 더워?” 하고 말이다. 문제는, 그 더위를 못 느끼다가 갑자기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열을 느낀 지 0.01초 만에 땀이 홍수처럼 나오고 있다는 것.

그래서 나 역시도 날 것을 미리 대비하지 못한다는 것이 참 억울할 노릇이다.



아마 이때부터 나의 E와 I가 비등비등한 줄타기를 시작한 것 아닐까.

같은 대화, 같은 위로 그리고 같은 땀.

그래서 사람들과 1:1 이야기를 조금은 피해왔던 것 같다.

내 땀구멍을 보여주기 싫어서.



심지어 난소를 감옥살이 시켜놓았으니 생리는 하지도 않는데,

이제까지의 나의 고질병처럼 다달이 배란통과 생리통은 기똥차게 한다. 물론 생리는 하지 않는다. 그런데 뇌가 아는 것인지 몸이 기억하는 것인지. 할머니 난소로 되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무색하게 뇌는 명령을 내린다.

그럼 난, 우리 집 사람들에게 대피령을 내린다.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지 하루만이 아니라서...



그래도 딱 하나,

잘 가지도 않는 수영장과

잘 입지도 않는 흰 바지를


언제든지 누릴 수 있다는 것.

그게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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