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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나 Dec 07. 2023

오히려 좋았다.

독감이 주는 휴식

아침에 눈을 떴을때, 어제와는 조금 다르다.

어제보단 나은 몸상태인 듯 했다. 하, 그런데 정해진 시간에 먹는 약을 먹으려 일어나려는 순간, 느낌이 쎄하다. 신문지를 구기고 구겨 쓰레기통에 던지기 직전처럼 내 온 몸이 아프다. 손은 부었다. 다리엔 힘이 없다. 

쓸데 없는 촉은 이럴때, 너무나도 정확하다


'독감 같은데...' 


그런데 그보다 작년 3월에 한달동안 고생시킨 그 부위가 아프다. 말만들어도 아프다는 대상포진 부위. 서둘러 남편에게 등을 까며 물었다. "빨개? 오돌토돌 올라왔어? 나 아픈데, 쑤시는 느낌이 나" 남편은 눈으로는 안보이는데 좀 붉어진 듯도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서둘러 유치원과 학교로 보내고, 머리는 질끈 묶고 패딩을 걸쳐 터벅터벅 차에 탄다. 피부과에 갔더니 육안으로 확인하긴 어렵지만, 혹시 모르니 약은 처방해 준다고 한다. 예방차 먹어봐도 괜찮다고. 알겠다며 처방을 받고 차에 타서 기사를 자청하는 남편에게 말했다.

병원가자, 열나는 것 같아



지금 간 병원은 병원이 아닌가... 싶지만, 루트를 잘 못 잡았던 것 같다. 독감인 것 같은 느낌을 외면하려는 것도 이젠 그만해도 된다. 직면해야 할 시간이 왔다. 2일전까지만 해도 큰아이가 입원했던 최소대기시간이 보장된 곳으로 향했다. 




열 좀 재볼게요, 어머 엄마 열이 높은데?


그렇다 38.6 이란다. 


  암환자에게 열은 정말 위험하다. 이런 이유로 내가 서울로 이사할까까지 고민했던 시절이 있더랬지. 그래도 2년간 아니지 6년간 고열은 시달린적이 없는데, 온도를 듣는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꼼짝없이 침대행이구나. 입원까지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의사선생님은 열이 잡힐 때까지는 입원을 권유하셨다. 아이들과의 격리를 엄청 권하셨다. 한쪽 팔에 밖에 주사를 못 넣는 데 혈관이 잘 안드러나는 편이다. 그래서, 병원을 2주 연속 가는 사이에는 더더욱이 혈관이 없다. 각각 2개씩 맞고 오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링거를 맞을 땐, 단 한번에 될리가 없다. 2군데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다른 간호사가 등장했다. 매번 간호사는 "죄송해요" 나는 "괜찮아요" 의 반복이다. 마지막 도전자의 성공으로 해열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참 우스운게, 아프기도 엄청 아팠고, 링거를 맞아야하는 불안이 있고, 아이들과 격리해야하니 입원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래, 한번 또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내가 직장에 있었어봐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다독이고 있는 나를 보았다. 그러면서 링거사진을 찍는 내 모습에... '아야아야... 이젠 너도 뗄레야 뗄 수가 없네, 그럼 이제 좀 뭔가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드는 나를 보며.. 정말 변태같다 느꼈다.



  생각해보면 요 1달은 탈날만큼 많이 움직였다. 돈을 아껴본다며 책방 인테리어에 몸을 쓰기도 하고, 가구를 조립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자격증 시험 2개와 큰아이의 첫 입원 데뷔가 있었고, 그 기간 안에 서울병원으로 가서 CT와 뼈검사도 했어야했다.


  무리한 것 맞다. 하지만 앞으로도 있을 수 있는 일들이다. 방지해야겠지만, 인생사 모두 내가 컨트롤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기에 나는 받아들이는 편이다. 운동도 시작했고, 생각도 조금씩 놓아주는 연습을 하고 있으니까. 깊이를 두려워했던 나는, 넓혀가려만 했었는데, 왠지 이젠 깊어지고 싶어진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깊게 아주 깊게 빠져보고 싶어졌다. 아픔이 주는 조금은 특별한 교훈들이 있다. 같이 있던 사람들에게 감사하라, 몸을 아껴라 등등 많은 교훈들이 존재하지만 이번엔 그저, 


오히려 좋았다. 깊게 숨 실 수 있는 시간을 주어서


다시 열이 오르고 있으니 얼른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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