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모음 4
10. 공황발작을 느끼는 기분
6일 만에 돌아와 글을 이어가네요. 공황장애가 있는 분께는 좀 힘든 글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그저께 밤 느닷없이 공황이 찾아오고 오늘도 여지없이 찾아왔어요. 정말 종잡기 어렵습니다. 약을 먹으며 증상이 현저히 줄어들었지만 장마와 함께 다시 돌아온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황이 어떤 증상인지 궁금해하곤 합니다. 이게 참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뇌가 공포에 질린다고 해야 할까요? 괴롭고 숨 막히고 죽을 것 같다는 공포에 질리는데 이게 또 반복되니 죽진 않을 거라는 건 알고... 몸에서 일어나는 발작과는 또 다른 느낌의 발작입니다. 그 이전과 이후로 나타나는 예기불안도 온 정신을 힘들게 하는 요소 중 하나랍니다.
11. 17주 만에 이어가는 회복 이야기
17주 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꽤나 다른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어요. 많고 적음을 떠나서 어두운 갈색이었다가 노란빛이다가 꺼무죽죽하거나 초록빛이거나 그렇게요. 자의입원이 눈앞까지 왔다가 다시 내려놓고 방안에 고요히 누워있습니다. 어딘가 고장 난 전자기기는 충전하기 위해 참 절묘한 각도가 필요해요. 그렇듯 저는 이리저리 충전이 되는 순간을 찾고 있어요.
12. 양가적인 마음
수많은 마음들을 삼키고 또 삼킵니다. 나를 해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혼내는 마음, 그 마음을 위로하는 마음. 마음들을 참아내느라 온몸이 경직되어 숨 한 번 들이쉬는 것조차 편히 되질 않습니다. 우울증 안에는 참 많은 감정들이 섞여 있어요. 샐러드처럼 각자 자리를 차지하고 뒤섞이고 생생하게 살아 있어요. 우울하기만 하기엔 세상은, 저는, 너무 복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