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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2월

by 이상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1174


토요일 아침에도 미국 쪽 conference call 요청으로 깨었습니다.


“주말 아침인데 급히 상의 드리고 싶은 건이 있는데 보이스톡 가능하실까요?”


평일 아침에도 새벽같이 움직이다 보니 주말 오전엔 늦잠도 자고 여유롭게 보내고 싶은데,

시차로 미국 쪽이 금요일 퇴근 전에 통화하기 좋은 시간이라 맞춰주느라 1시간 넘게 업무 협의를 했지요.


그렇게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며 12월을 맞이했네요.


금요일에도 야근을 해서 오늘 아침 콜이 없었다면, 늦잠을 자고 있었을텐데, 이렇게 잠이 깨고 오랜만에 글 쓸 기회를 갖네요.


긍정적으로 생각할 따름입니다.


기대감을 갖고 시작한 11월은 역시 약속의 11월답게 좋은 소식을 많이 들었습니다.


처음 시작하며 적어둔 글을 보니 감회가 새로운데요.

첫째 주에 저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실 분과 인상 깊은 자리를 가졌고,

그 다음 날 처우 협의를 하려는 담당자로부터 기쁜 소식을 전달 받았습니다.


뭘 그렇게 급하게 답을 전달하나 싶었고,

저보다 더 기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흥미롭기도 했지요.

마치 자신이 새로운 곳에 좋은 대우를 받고 안착하는 것처럼, 자기 일처럼 좋아하며 흥분에 차서 연락한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아마도 긴 기간 협의 과정을 거쳤고, 제가 갈 자리였던 곳이 공석이어서 여러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보통 그만둘 곳에 notice requirement를 (사전 통지 기간 : 내가 그만두기 전에 그 자리를 맡을 사람을 뽑고 인수인계를 위한 기간) 한 달 정도 두기에 빠른 통지를 해준 것이기도 했겠지요.


그렇게 11월 말 새로운 시작을 했습니다.


새 직장에 첫 출근이란,

2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한 대기업 부장에게도 기대감과 설렘 등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이었지요.


경력직답게 슬리퍼를 포함해서 사무실에서 쓰는 물건들을 야무지게 챙겨가서 setting을 하고 사람들과 인사하고,

막상 자리에 앉아 보니 제가 챙겨야 할 일들이 많았고, 화급한 당면 과제들이 꽤나 있었습니다.


개인 서랍을 열었는데 회사 인감과 인감 증명서들이 있어서,

“이게 뭐냐? 왜 여기 있느냐?”

고 물었더니,


이제부터 관련 품의 올라오면 결재하시고 인감 관리하고 있다가 서류 들고 오면 직원들 시켜서 찍게 하시면 된다는 설명을 들었지요.


헐헐헐.

이제 입사한 인간에게 회사 도장을 맡기지 않나.

결재까지 시키다니.

이게 말이 되나 싶었습니다.


그제서야 왜 그렇게 여러 번 면담을 요청하고 검증한답시고 여러 가지를 요청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습니다.

물론 면담할 때 회사 도장까지 관리해야 한다는 말까지는 하지 않았었지요.

원래 일할 사람에게는 할 일을 다 말하지도, 그만큼 어렵다고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 말하면 안 들어오고, 안 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시작한 새로운 곳에서의 삶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월의 마디인,

11월 30일과 12월의 첫날마저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정신 차려 보니 어느새 12월 6일이네요.


첫날부터 야근하고 새벽같이 나와서 회사에서 저녁 먹고 야근을 계속하다 보니,

예전 언젠가처럼 정해진 일정이 있어서 세월의 흐름과 날짜를 아는 것이지,


그냥 하는 거지 뭐”

하며 시간이 지나는 것도 일정 챙길 때만 보고, 매일 계속 몰입해서 일하고 미팅하고,

때 되면 밥 먹고 자는 시간 빼곤 그렇게 사는 것이 익숙해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다른 기회도 찾아와 줘서, 이렇게 좋은 일은 함께 오나를 생각했었고,

그 중에서도 이 길을 선택했으니,

두 번의 실패는 없도록 마음껏 달려보려 합니다.


그리고 내년 이맘때는 지금 가는 이 길을 성공적으로 가고 있다는 글을 남기고 싶네요.

늘 어려움은 있겠지만 잘 넘어서면서 말이지요.


화급한 문제를 해결하려 다음 주에 갑자기 해외 출장을 갈 수 있어,

주말에 여권과 출장 가방을 미리 챙기면서도,


“몰입”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잘 되겠지요?


마음껏 달리다 보면 크리스마스 휴일이 찾아올 것이고,

2026년 1월 1일을 맞이할 것이며,

2월 14일 토요일부터는 설 연휴도 있을 것이니,

쉴 수 있는 시간은 많을 것 같습니다.


제 글 읽어주셔서 늘 감사 드리고,


모든 작가님과 독자님들께 따뜻하고 여유 있는 12월이 되길 기원하며,

요즘 쉬어가며 듣는 노래를 남깁니다.


https://youtu.be/cu9VVH9cSWc?si=MJWfRoJvJsnKOi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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