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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고 Beingo May 08. 2022

문제 정의의 시작

원하는 상태와 현재 상태의 차이

예전 직장에서 회장님의 외부 강의안 PPT를 만드는 수명 업무를 5년 정도 담당했던 적이 있었다.


회사가 잘 나가던 시절에는 한 달에 두 세 차례 외부 강연이 있으셔서 일정에 맞춰 강의안을 만들었고, 6개월에 한 번 정도는 대대적으로 내용 및 디자인을 손 보는 시기가 있었다. 그럴 때면 필요한 자료를 찾고, 없으면 사진이라도 직접 찍어 편집하고 강의안을 만들었다. 시한이 충분치 않은 일이라 외주를 주지도 못했고, 바꿔야겠다는 말씀이 떨어지면 일주일 이내에 모든 일이 끝나는 일이었다. 나에게는 그야말로 촌각을 다투는 중요한 일이기도 했다.


말씀 주신 내용을 기반으로 며칠 동안 밤잠을 줄여가며 1차 완성을 하고 나면 회장님께 보고를 드리기 전에 임원분께 보고를 드린 후 일정 부분 보완을 거쳐 최종 보고를 드리는 형태였다.


내 딴에는 정성 들여 만든 강의안을 임원분께 보고 드렸을 때, 내가 주로 받았던 피드백은 “음… 이게 아닌 거 같은데…”, “내 생각과 좀 다른 거 같아” 등의 피드백을 받았었다.


내가 제일 먼저 듣고 싶었던 피드백은 내용이 잘 못된 것은 둘째치고 우선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 수고 많았습니다”였다. 아니면, 잘 못된 부분을 구체적으로 정확히 지적해 주시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피드백 보다 내용이 잘 못 됐거나, 무엇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는 맥이 빠지기보다 지적을 당하는 것에 화가 나는 마음이 더 컸다.


고생한 것도 몰라줘서 화가 났고, 내가 정리한 내용이 맞고 나는 할 만큼 했다고 변명도 하며 우기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저 몇 번의 수정을 더 거친 후에 최종 컨펌을 받고 외부 강연을 위해 홍보팀에게 자료를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에 그때 일을 생각해보면 내가 잘 못한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업무 지시가 떨어졌을 때 나는 임원분에게 “원하거나 바라는 상태”에 대해서 여쭤본 적이 없었다. 그저 이 내용은 내가 몇 년간 해오면서 제일 잘 알고 있으니 그냥 내 마음대로 정리하고 ‘이렇게 만들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PPT를 만들었다. 나는  어떻게(How) 만들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춰 생각했지 최종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수준(원하는 상태)과 왜(Why) 이 내용으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혼자 속상해했으니 바보가 따로 없었다.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바라는 상태와 현재의 자료 수준 상태를 통해 그 차이인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니, 바라는 상태에 다가가며 차이를 좁히기 위한 노력보다 그저 내가 겪어본 경험에만 의존해서 잘 못된 가설로 임원분께 보고하며 우기기만 했기 때문에 헛수고를 거듭했던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해결이라는 것이 설명하기도, 업무에 적용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것만은 기억해 두려한다. 지금 상황에서 ‘바라는 상태와 현재 상태의 차이’가 무엇인지. 나는 어떤 문제에 대해 해결방안을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모아 집중하는 것보다는 ‘바라는 상태와 현재 상태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를 먼저 정의하는 것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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