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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빙고 Beingo Aug 17. 2022

꾸준함에 대하여

리더십 개발 노력이 실패하는 이유

얼마 전 지인들과의 운동에서 86타로 골프 구력 약 5년 만에 필드 라베를 했다.

캐디님이 많이 봐줬음

높은 실력을 가진 분들이 보기에 "뭐 저걸 가지고 저리 좋을까? 아직 갈 길이 멀구먼~"이라고 하겠지만 개인적으론 의미 있는 시간과 숫자였다.


처음 골프 레슨을 배울 때부터 힘든 시간이었다. 양손잡이라서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많이 사용하지만, 요리를 하려고 칼을 잡거나 공을 던질 때처럼 힘을 쓰거나 운동을 할 때는 거의 대부분 왼손을 사용한다. (옛날에 어머니는 내가 과일을 깎으려고 왼손으로 과도를 잡는 순간부터 불안해하셨다) 그런 신체적인 이유로 골프 레슨을 처음 받을 때도 좌타 기준으로 레슨을 시작했다.


막상 레슨은 시작했지만 불편한 게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우선 연습장의 좌타 자리가 턱없이 부족했다. 스크린골프도 그렇지만 좌타가 없는 곳이 부지기수였고, 좌타가 있어도 연습타석의 제일 구석에 한 두 개 정도밖에 없어서 빈자리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두 번째 불편한 것은 배우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보통 레슨을 해주는 코치님들도 대부분 오른손잡이였기 때문에 왼손잡이 상태인 나에게 자세를 알려 주고 교정해 주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고, 듣는 나도 무슨 말을 하는지 헷갈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마지막으로는 주변 지인들의 부담스러운 조언이었다. 운동 시작한 거 축하한다고 얘기를 나누다가 왼손잡이로 배우고 있다고 하면 그때부터 "빨리 우타로 바꿔 배워라", "좌타로 하면 만인에게 민폐다", "좌타 골프채가 더 비싸고 구하기도 어렵다(실제로 그렇다)", "배우기도 쉽지 않다" 등등의 부담스러운 조언들이 뒤따랐다. 그래서 결국 운동을 배운 지 두 달만에 우타로 바꿔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그게 뭐 불편한 것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쉽게 말해 야구배트를 휘두를 때 반대 타석에 가서 휘두른다고 생각하면 된다. 몸을 회전시키는 게 익숙하지 않아 힘이 실리지도 않고 배트가 맘껏 휘둘러지지 않는다. 양쪽 타석을 번갈아 쓰는 스위치 타자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결과는 어땠을까? 결국 바로 접었다. 당최 이게 뭘 하는 건지, 휘둘러 지지도 않고, 공이 맞지도 않아서 배운 지 석 달도 못 채우고 그만뒀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중간에 머리 올려주신 분도 계셨고, 가끔은 스크린이나 필드로 나가 운동을 하기도 했지만, 독학으로 가끔 연습한 실력으로는 스코어를 줄이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작년 이맘때 원하던 공부를 마치고, 떨어진 체력도 올릴 겸해서 뭘 할까 생각하다가 동네에 있는 연습장에서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돈을 더 들여 레슨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부담이라 연습장만 이용하고 인터넷 독학 모드로 다시 시작했다. 보통 일주일에 4회 정도 운동을 했다. 일이 없을 때는 아침 시간에 갔고, 일이 있을 때는 저녁에 가서 약 한 시간씩 부지런히 채를 휘둘렀다. 레슨을 직접 받는 게 아니라 유튜브를 보고 연습하는 거라 교정을 하는데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다. 안 하던 운동이라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여기저기 욱신거렸다. 그렇게 꼬박 1년을 채운 결과가 이번 스코어였다.


1년밖에 안된 시간이었지만 느낀 것이 있다면 먼저,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말라는 것이다. 유튜브로 독학을   참고할  있는 골프채널이 정말 많았고, 여러 영상들을 보고   연습장에서 따라  봤다. 여러 채널의 영상을 보는  팁을 얻는데 도움이  때도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실력을 좋아지게 하는 데는 도움이 전혀 되지 못했다. 실제 레슨을 받을 때에도 여러 명의 코치에게 레슨을 받지 않고  명에게 집중적으로 코치를 받는 것처럼, 여러 채널을 살펴보다 나에게 맞는 채널을 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거기서 설명해준 대로 죽이 됐든 밥이 됐든 어찌 됐든 간에 믿고 알려준 대로 계속 따라  보는  가장 좋은 효과를 봤다.


두 번째는 역시 꾸준함이었다. 정말 많이 갔다. 주 4회 정도를 가면서 골프장갑도 헤져서 바꾸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일희일비할 때가 많았어도 매일 가면 매일 가는 대로 조금씩 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며칠 만에 가서 다시 치면 공이 제멋대로 날아가고, 몸이 적응이 안돼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치는 기분이었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두 시간씩 치기도 하고, 바쁠 때는 30분 정도만 치기도 했다. 시간에 상관없이 무조건 자주 가는 게 중요했다.


세 번째는 내게 맞는 장비도 중요했다. 연습을 시작하고 6개월 정도가 넘었을 때부터 채를 휘두르는 게 다르게 느껴졌다. 이제 공을 제대로 때릴 줄 알게 되었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느낌과 달리 거리나 방향이 좀체 나아지지 않았다. 주변 고수들의 얘기도 들어보고, 유튜브 영상도 찾아본 후에 중고로 채를 바꿨다. 새로 사는 것은 부담이라 적절하게 연식이 있고, 내가 맞는 채가 무엇인지 많이 찾아보기도 했다. 채를 바꾼 후 며칠은 어색했지만 적응된 후부터는 바꾸길 잘했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우리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던 1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에 경험했던 것들이 중요해졌다.  가지만 깊게 봐라, 꾸준하게 해라, 좋은 툴을 써라 등등 다들 이미 많이 들어왔고 충분히 알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역시 행동하기가 어려웠다.


우리는 그동안 근본부터 해결해야  문제보다 현상이나 결과 자체에 너무 집중해왔다. 리더십에 대해 예를 들어보면¹, Fortune 100 기업에서 임원리더십 과정을 운영하기 위해 스티브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제공해왔다. 문제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 그들의 프로그램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무분별하게 도입해서 오용하는 것이다.  임원은 "이러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조직  리더십 개발에 대해 냉소주의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비즈니스와 연결되지 않았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던지는 메시지에는 일관성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Fortune50기업의  CEO 리더십 개발에 대해 비슷한 의견을 했다.


리더십을 구축하는  탁월한 기업은 다양한 프로그램보다 프로세스의 우수성투자한다. 여러 골프 채널의 영상을 보며 이것저것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Fit 영상을 찾아 집중하는 것이다. IBM에서 리더십 개발 프로세스는 IBM 리더십 프레임워크에 따른다. 프레임워크의 핵심 구성요소는 리더십역량 세트로 IBM에서 뛰어난 리더가 보여주는 11가지 기술과 행동으로 되어 있다. 이를 기반으로 경험을 통해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배울  있도록 한다.


리더를 구축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회사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도 직원에 대한 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믿는다. 몇 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연습하면서 실력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시도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DDI의 연구결과²에서도 준비된 리더가 11%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고 이 수치는 해마다 하락 추세이다. 또한, 리더십의 수준은 28%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러한 낮은 수준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제공으로 단 시간에 향상되지는 않을 것이다. 리더십의 중요성을 믿고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하게 투자를 해야지만 원하는 수준으로 다가갈 수 있다.


유행을 넘어선 접근이 리더십 개발의 부담을 덜어   있다. 해마다 다양한 골프장비들이 최대의 비거리, 최대의 관용성을 자랑하며 신제품이 나온다. 물론 이전 제품들보다 효과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나에게 맞는 장비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리더십은 언제나 화두여서 히딩크리더십, 이순신리더십 등의 사회적 이슈에 따라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항상 나타나고 사라진다. 이렇게 유행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적용한다면 회사와 리더들에게 피로함을   있는 위험이 있다. 우리 회사 리더십의 근본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보다 트렌드에 민감한 생각, 표면적인 개선 활동을 측정하는 불합리한 지표의 조합이 리더십 개발에 부담을   있다. 시대와 맞지 않는 리더십을 적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 개발을 위해 오래되었어도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것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리더십 개발의 부담을 극복할  있다.

 

출처:

https://www.nextleading.co.kr/pages/blog

1) MITSloan Management Review

2) DDI Global Leadership Froecast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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