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인생의 화두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운전면허 취득이다. 인생의 중반기에 도전한 운전면허. 시간과 돈만 있으면 자동 발급되는 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과정이 험난하다. 그런데 긴 여정을 넘어가며 또 한 번 내 안의 나를 발견하는 중이다.
생명력 넘치는 3월의 어느 날 ‘실내’ 운전학원에 등록했다. 올드하고 불친절하다는 오프라인보다는 MZ 세대들의 생동감 넘치는 후기와 친절한 댓글로 가득 찬 실내학원이 왠지 더 끌렸다.
80%는 만족했다. 새로운 것 앞에 서면 밀려드는 공포와 긴장도 덜 했고, 뭔가 안전하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면허 취득까지 연습 무제한이라는 문구도 나를 안심시켰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불평과 좌절은 커져만 갔다. 휘황찬란한 도로위의 정보들, 딱딱한 기계, 빠르게 움직이는 바퀴는 너무 낯설고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심리학과 언론학을 공부했고, 신학과 음악에 관심이 많은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취향이 강했다. 그래서 시시각각 바뀌는 시각 정보를 쫓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마치 한 번도 안 쓴 뇌의 부위를 처음 쓰는 것만 같았다.
이 실내 운전학원은 오프라인보다 가격이 저렴하기에 동시에 여러 수강생을 교육할 수 있도록 근접하게 자리를 세팅해 놓았다. 여러 명의 수강생이 두세 뼘 공간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시뮬레이터에서 연습을 한다. 옆 사람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지난주에 온 그 녀석이 나보다 진도가 빠르고, 실수없이 잘해서 경고음도 안 울리네?'라는 생각이 스치면 왠지 모르게 씁쓸해지고 내심 경쟁의식이 발동한다.
아무튼 신경 쓸 게 참 많다. 앞을 보면서 운전도 해야 하고, 강사의 눈빛과 말투를 감지하며 나를 향한 평가도 의식해야 한다. 그리고 자주 보는 그 녀석의 진도와 점수까지, 신경 쓸게 참 많다.
가끔은 이런 내가 피곤하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람은 늘 비교의 덫에 걸리고야 마니까. 어제보다 조금 나아졌으면 만족하면 될건데 왜 나는 또 옆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괜히 시무룩해져 있는 것인가.
정신차리고 다시 나에게 집중해 보기로 했다. 힘들고 외롭고 지치지만 과정을 즐기며 조금 더 힘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