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애착 심리) 30대 철벽녀도 연애할 수 있을까요?
이 시대 모든 건어물녀와 초식남을 응원합니다
미모의 할머니와 동안(童顔) 아버지 덕분에 최소 은수저는 될법한 외모 유전자를 물려받았고,
술X, 담배X, 치킨 X 를 포함한 혹독한 자기 관리 덕분에 아직까지 깨끗한 피부와 내면의 생기를 유지하고 있다.
나이를 얘기할 때마다 화들짝 놀라는 상대의 반응을 신중히 살피며,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면서 건재함을 확인해 왔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무기인 스킬. 이성이 좋아할 만한 표정과 눈빛, 말투, 행동을 반복하여 가꾼 덕에 나름 '분위기'라는 것도 장착하는 결실을 맺었다.
사실 이성의 눈길과 관심을 받는 것에 꽤 익숙해져 있다. 속물이라고 욕먹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게 머무는 반짝이는 시선이 참 좋다. 여자로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런데 누군가 용기 내어 다가오면, 갑자기 두려움이 확 몰려온다. 그 관심과 사랑이 무관심 혹은 실망으로 바뀔까 봐 어떻게든 차단한다.
마치 내 삶이 이미 경이로운 것으로 가득 차 아무것도 필요 없는 것처럼, 상대의 진지한 마음을 받아들일 공백이 전혀 없는 것처럼. 상대의 호감과 관심을 하찮게 만들어버리기 일쑤였다.
스무 살부터 마음에 단단한 철옹성을 세워 그 뒤에 숨어버리는 게 일상이었다. 그래서 상대의 자연스러운 호의와 관심을 넙죽 받는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누군가 다가와서 계속 말 걸다가 나의 본모습을 들킬까 봐 황급히 도망가는 나를 보는 것은 나에게도 상대에게도 참 잔인했을 것이다. 낮은 자존감은 상대의 자존감까지 갉아먹어 버린다.
사실 이러한 행동의 기저에는 '버림받음에 대한 공포'가 깔려있다.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수용받지 못한 채 커오며 열등감, 부적절감으로 똘똘 뭉치게 되어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적 성격으로 바뀌기도 하고, 버림받을 것 같은 공포에 눌려 관계에서 도망치기도 한다.
대체로 이런 사람들은 외로움도 많아서 사랑에 목마르지만 쿨한 척, 시니컬한 척하며, 사랑받고 싶고, 친밀해지고 싶은 내면의 진정한 욕구에서 멀어져 가며 고통을 겪는 것이다.
사실 지금도 그런 애매한 관계의 누군가가 있다. 용기 낸 그 사람에게 나도 용기 내 보고 싶다. 사랑받고 싶고, 밀어내고 싶은 양가감정 사이에서 눈 딱 감고 용기 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