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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린 May 10. 2023

나보다 잘난 사람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

입사시험 보다 어려운 면허취득 앞에 무너진 마음을 달래보며


요즘 내 인생의 화두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운전면허 취득이다. 인생의 중반기에 도전한 운전면허. 이거 참 골 때린다. 시간과 돈만 있으면 자동 발급되는 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과정이 험난하다. 그런데 긴 여정을 넘어가며 또 한 번 내 안의 나를 발견하는 중이다.


나는 생명력 넘치는 3월의 어느 날, 시간과 비용의 그래프를 최적으로 세팅하고자 ‘실내’ 운전학원에 등록했다. 올드하고 불친절하다는 오프라인보다는 MZ 세대들의 생동감 넘치는 후기와 친절한 댓글로 가득 찬 실내학원이 왠지 더 끌렸다.


80%는 만족했다. 새로운 것 앞에 서면 밀려드는 공포와 긴장도 덜 했고, 뭔가 안전하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면허 취득까지 연습 무제한이라는 문구도 나를 안심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불평과 좌절은 커져만 갔다. 그동안 말 80%와 글 20%의 조합으로 먹고 살아온 나에게 휘황찬란한 도로 위의 정보와 딱딱한 기계, 빠르게 움직이는 바퀴는 너무 낯설고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심리학과 언론학을 공부했고, 신학과 음악에 관심이 많은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취향이 강했다. 그래서 시시각각 바뀌는 시각 정보를 쫓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마치 한 번도 안 쓴 뇌의 부위를 처음 쓰는 것만 같았다. 갑자기 엄청나게 많은 시냅스가 생기면서 뇌가 촘촘해지는 이 어색한 기분이란...


실내 운전학원은 오프라인보다 가격이 저렴하기에 동시에 여러 수강생을 교육할 수 있도록 근접하게 자리를 세팅해 놓은 것 같았다. 여러 명의 수강생이 두세 뼘 공간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시뮬레이터에서 연습을 한다. 옆 사람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지난주에 온 그 녀석이 나보다 진도가 빠르고 실수가 없어 경고음이 안 울린다'는 생각이 스치면 왠지 모르게 씁쓸해지고 내심 경쟁의식이 발동한다.


슬그머니 올라온 경쟁심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괜히 옆 사람한테 미안해지기도 했지만 이건 꼭 나쁜 게 아니다. 경쟁심은 에너지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성취에는 에너지가 꼭 필요한 게 아닌였던가.


아무튼 신경 쓸 게 참 많다. 앞을 보면서 운전도 해야 하고, 강사의 눈빛과 말투를 감지하며 나를 향한 '상대평가'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자주 보는 그 녀석의 진도와 점수까지, 신경 쓸게 참 많다.


가끔은 이런 내가 피곤하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람은 늘 비교의 덫에 걸리고야 만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며 수행을 점검하면 될 것을 왜 나는 또 옆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괜히 시무룩해져 있는 것인가.


상향비교(나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의 비교)가 성취동기를 올려줄 수야 있지만 열등감과 무능감, 자기 비하의 늪에 빠지는 게 더 쉽다는 사실을 알기에 오늘도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나에게 집중해 보기로 했다. 물론 갈길이 멀다. 힘들고 외롭고 지치지만 과정을 즐기며 조금 더 힘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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