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풍덩 뛰어들 용기가 생겼어
알게 된 곳
: 독서모임 2월 책으로 멤버 분이 추천하셔서 읽게 되었다.
구한 방법
: 알라딘에서 전자책으로 구입해 아이패드로 읽었다.
읽은 기간
: 2022년 2월 15일 ~ 2022년 2월 19일
나도 그럴 때가 있던 것 같다. 내 삶이 막막하고 뿌옇게 느껴질 때, 누군가의 삶의 흔적을 찾으며 그 발자취를 좇아보려 했던 적이. 그러다 어느 날 어느 순간 내 삶을 이 혼돈 속에서 구원할 수 있는 건 다른 이의 흔적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나의 삶을 건져 올릴 수 있는 건, 오직 나뿐이었다. 또 어느 날, 어느 순간, 반전의 날이 찾아오기도 한다. 내가 격렬히 찾아 헤매던 그 흔적이 숨기고 있던 진실 같은 것. 이면의 그릇된 욕망이나 뒤틀린 진심 같은 것. 그 발견은 내가 결코 따를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흔적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쓴 작가 룰루 밀러도 그랬다. "내게 찾아온 혼돈에 뒤흔들리고, 내 손으로 직접 내 인생을 난파시킨 뒤 그 잔해를 다시 이어 붙여보려 시도하고 있을 때, "(18쪽) 분류학자 데이비드의 삶의 흔적을 찾아 헤맸다. 그의 삶 속에서 "아무 약속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희망을 품는 비결, 가장 암울한 날에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비결, 신앙 없이도 믿음을 갖는 비결"(66쪽)을 찾게 되길 원했다. 비결을 찾아 나선 길에서 작가는 뜻밖의 진실을 발견한다.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뒤틀린 세계를 조명한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의 삶뿐 아니라, 다른 이들까지 구원해낸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도, 애나와 메리도, 아마도 수많은 희생자의 넋까지도.
"우리가 이 세계에 관해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은 또 뭐가 있을까?"(263쪽)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굴었던 사람들이, 온 세상의 질서가 자신의 발아래에 있는 것처럼 행동했던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그릿(grit)과 긍정적 착각과 건강한 마음가짐. 그런 것이 있으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고. 그리고 그 이상 복잡한 것은 생각하지 말자고. 어쩌면 "이 나라는 우리 아이들에게 현실을 무시하는 게 편리할 때는 무시하도록,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데 필요하다면 어떤 말이든 자신에게 속삭이도록 프로그래밍하고 있"(147쪽)었다.
자기기만과 긍정적 착각이 아니라, "우리는 전에도 틀렸고, 앞으로도 틀릴"(250쪽)것이라는 마음이 가득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세상을 더 오래 검토할수록 세상은 더 이상한 곳으로 밝혀질"(263쪽) 텐데, "복잡성을 감추기 위해, 계속 속 편히 살기 위해, 우리가 실제보다 그들과 훨씬 더 멀다고 느끼기 위해"(251쪽) 세계를 조작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나에게는 용기가 생겼다. 범주를 부수고 나올 수 있다는 용기. 누군가 만든 사다리에 올라타려 애쓰지 않고, 사다리를 걷어차고, 나만의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목표만 보고 달려가는 터널 시야 바깥에 훨씬 더 좋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267쪽) 믿게 되었다. 작가가 나에게 "물고기를 포기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248쪽)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의 친구들이 있는, 바다로 풍덩 뛰어들 용기가 생겼다고. 한 권의 책이 줄 수 있는 작고도 큰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오래도록 꺼내보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