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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젼정 Feb 01. 2024

드라마의 세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드라마에 푹 빠진 요즘. 실재하지도 않는 누군가의 인생을 엿보는 재미는 쾌락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네 멋대로 해라, 연애의 발견, 로맨스가 필요해, 또 오해영, 그들이 사는 세계, 로망스, 멜로가 체질, 나빌레라, 이두나, 노다메 칸타빌레, 로맨스는 별책부록, 그해 우리는,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너의 모든 것, 너를 닮은 사람, 최근에 본 사내연애와 열심히 정주행 중인 사랑의 이해까지. 좋아하는 드라마를 통해 내가 보는 건 무엇일까.


어떤 드라마는 너무 비현실적이고, 어떤 드라마는 너무 현실적이다. 비현실과 현실 사이에서 나는 타인의 삶을 통해 언제나 나를 본다. 그리워해도 닿을 수 없는, 손을 뻗으면 거기 있을 것 같으면서도 결코 만질 수 없는 어떤 순간을 주인공과 함께 떠올린다. 때로는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을 마주한다. 잊은 줄만 알았던 어떤 순간을 다시 선명하게 만난다.  


최근 보고 있는 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선을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우리가 현실에서 미묘하게 느끼는 선(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을 꽤 적나라하게 그린다.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인 하상수(유연석)는 안수영(문가영)에게 가는 마음을 멈추지 못할 것 같다. 가다 서다 정체되는 도로처럼 두 사람의 마음은 드라마 앞부분부터 계속해서 답답하게 느껴지는데 왜 저러나 싶으면서도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가기도 해서 그냥 좀 어이가 없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로 끝나는 게 감정의 전부라면 인간의 마음은 좀 편해질까. 인간의 마음은 너무나 복잡하다. 단순하게 생각하려 해도 그럴 수가 없기에 각자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그냥 말하면 되는데 할 수 없는 말이 있다. 하지 않는 편이 좋은데 그냥 내뱉고 보는 말도 있다. 왜일까. 마음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뭐가 뭔지 알아보기 힘들다.


어떤 드라마를 보다가 있는 줄도 몰랐던 마음을 알게 될 때가 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내 경우에는 좋아하는 일들을 할 때 그렇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뜨개를 하거나 마음에 걸릴 것이 없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거나, 그럴 때 나는 내 마음의 존재와 안녕을 느낀다.


우리가 사랑 그 자체를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가 타인의 인생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 행위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일까. 적어도 내 경우엔 아니다. 나는 나를 위해서 보고 듣고 읽는다. 그러다 어느 날 나를 이해하고 싶어져서, 또 어떤 날에는 여전히 나의 마음을 알 수 없어져서, 나는 또 드라마를 본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를 보는 마음을 언제나 환영하고 싶다. 다음엔 무슨 드라마를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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