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하는 일들은 사랑스럽다. 이를테면 눈사람을 만들기, 친구와 대화 나누기, 농담하기, 목적 없는 다정한 문자 보내기, 모르는 노래와 친해지기,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해보는 다양한 시도, 다시 더러워지겠지 생각하면서도 해내는 청소, 다소 어려운 책 읽기, 그런 것들. 언젠가 모든 것은 사라지고 의미도 불분명해진다. 그럼에도 모든 순간은 그 자체로 충분하다고, 그러니 그런 마음을 가져도 괜찮다고 여기며 살고 싶다.

어젯밤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길, 어느새 녹아 형태를 잃어가는 눈사람을 보며 그것을 만든 사람의 마음을 생각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싶다고, 결국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 자체로 충분한 마음을 가지고 싶다고. 그런 마음이 가진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녹아 없어지는 눈에서 나는 그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