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랗고 투명한 통에 든 사탕, 그 안에 든 달콤 시원한 (기억하지만 찾을 수 없는) 냄새, 원형의 분홍색 작은 스티로폼, 나도 모르는 내 얼굴, 나를 부르는 다른 이름. 예상할 수 없었던 그날의 모든 형태. 내가 기억하는 그 시절의 밸런타인데이. 단 하루, 어떤 날의 전부가 되기도 하는 순간들. 너무 멀어진 날들에게 건네는 인사.
영화 ‘릴리슈슈의 모든 것’처럼 나만의 깊고 은밀한 세계에 빠져드는 시절을 자주 떠올려.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 폴이 마들렌을 먹고 기억을 다시 불러오는 것처럼 나는 같은 순간을 다시 기억해. 반복된 순간들은 언제나 거기에 있거든. 사라지지 않고 언제나 거기에, 지나고도 언제나 그 자리에. 놓치고도 놓치지 않은 것처럼, 좋아하는 노래를 다 듣고도 일어서지 못하는 마음처럼 거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