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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이 좋아 Dec 06. 2023

딸과 나

일상으로의 여행 #3

오늘은 마음이 무겁다. 내 귀에 숨바람을 불어가며 나에게 바짝 붙어 자고 있는 딸. 아이의 자는 을 자세히 보니 콧물과 눈물의 흔적이 있다. 8박 9일로 긴 여행을 다녀온 탓에 여독이 풀리지 않아 몸이 힘들어서 오늘은 내가 아이들에게 유난히 짜증을 부렸다.


 어제 딸이 감기 기운으로 힘든 탓에 학교도 가지 않고 집에서 쉬었다. 오늘은 학교에서 돌아와 쫑알거리며 유독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해야 할 일을 밤늦게 하다 보니 아이를 재우는 시간에는 짜증이 넘쳐났다. 딸은 오랜만에 다녀온 학교에서의 즐거운 기분이 지속되어 엄마와 놀고 싶었을 뿐일 텐데 나는 딸아이의 마음을 알았지만 모른 척했다.


 근 한두 달 사이에 딸의 오른쪽 뺨에 생긴 흰 반점 때문에 요즘 나는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아이의 얼굴을 볼 때 항상 그곳을 어루만져 본다. 어느 날은 살짝 그 부분만 거친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색이 옅어진 것 같아 좋아하다가도 또 다른 날은 더 두드러지게 표가 나는 것 같아 가슴이 아린다. 얼마 전 뉴욕 버스에서 인도계 젊은 여자로 보이는 사람의 얼굴에 있던 흰 점을 보며, 저 사람과 식구들은 저 점 때문에 얼마나 마음 아파하고 울었을까 싶었다. 나도 모르게 속으로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게 살라'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유독 흰 점에 예민한 건 나도 백반증 환자이기 때문이다. 백반증은 사실 육체적으로 아프지 않기 때문에 가볍게 취급하기 쉽지만 당사자들에게 너무 힘든 고통이다. 나는 오른쪽 다리에 전체적으로 그 증상이 있는데 이것 때문에 교복을 입던 어린 시절 검은 스타킹을 벗어야 하는 봄 여름 가을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여름이 끔찍하게 싫다. 집이나 가족 앞에서만 반바지를 입지 다른 공간이나 친하지 않은 사람들 앞에선 사계절 내내 긴바지를 고수한다. 이런 사실 때문에  얼굴 흰 반점이 나에게 너무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 이 글도 쓴 지도 몇 달이 지났다. 감사하게도 내 딸아이의 얼굴에 흰 얼룩은 사라졌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나와 같은 증상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은 것을 안다. 미국에서도 이 증상의 사람들을 종종 본다. 하지만  이곳은 마트에 가면 백반증을 가진 바비 인형이 있을 정도로 백반증 환자들을 응원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 약자의 편에서 공감해 주는 배려의 문화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런 문화가 한국에도 퍼져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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